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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식품업계 죽이기 '도넘어'

상생위한 정부대책 서둘러야

대형 유통업체들이 자체브랜드(PB, Private Brand) 상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식품업체들이 벼랑끝 위기에 몰리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의 PB 상품이 저렴한 가격 중심에서 고급 제품으로 전환하면서 식품업체 NB 제품을 위협하고 있는 것.

향후 대형 유통업체들의 PB 상품 비율이 높아진다면 경쟁력이 약한 식품업체들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다.

대형 유통업체 가운데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이 백화점의 점포 확장과 온라인 쇼핑몰의 강세로 영업이익이 약화되고 있어 PB 상품을 도약의 지렛대로 삼고 있다.

13일 대형마트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현재 1만6000여개 PL 품목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마트의 매출 중 PL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3%이다. 이마트는 PL 제품의 매출을 오는 2012년까지 3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9000여개의 PB 상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현재 20%선인 PB 제품 비율을 40%까지 높일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1만 3000여개 PB 상품이 있으며 현재 25% 수준인 PB 매출을 30%로 늘릴 계획이다.

대형마트 3사는 PB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선진 업체인 미국 월마트처럼 40%까지 끌어올린다는 포석이다.

이처럼 대형마트들이 PB 제품에 ‘올인’하고 있는 배경은 점포수가 전국적으로 400개에 달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든데다 업체별로 가격차가 크지 않은 NB(National Brand) 상품으로는 수익 창출에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PB 상품은 마케팅이나 유통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NB 상품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마진율을 챙길 수 있다.

삼겹살, 우유 등 일부 PB 식품의 연매출이 100억원을 상회하고 있어 유통업체 수익률 개선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는 것.

유통업체에 PB 상품을 공급하고 있는 식품업체 한 관계자는 “업계 순위 상위에 속하지 않는 이상 판로 확보가 어려운 제조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유통업체들의 입맛에 맞는 가격대에 맞춰 PB 제품을 만든다”고 말했다.

유통망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PB 상품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소 식품업체들의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 제조업체들은 자사 브랜드인 NB 상품을 매장에 들여놓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유통업체의 PL 상품개발 요구에 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식품공업협회 관계자는 “최근 유통업체들이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프리미엄급 PB 상품 개발에 힘쓰고 있어 품질 좋고 가격이 싼 차별화한 PB 상품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경우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식품업체의 ‘빅 브랜드’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이사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PB 상품 확대로 인해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를 독점하는 구조가 형성돼 식품산업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며 “독점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가격도 상승하게 되고 제조업체의 NB 상품개발 능력 저하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황 이사는 이어 “유통업체의 제조업체 종속 현상이 발생할 경우 브랜드가 약한 제조업체 상품이 사라지고 중소 브랜드 제품들이 대형마트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아 PB 제품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