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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프라이스'제도 역기능 우려

불공정 거래 근절위한 관련법 마련 시급

“대형 유통업체에서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판촉행사에 참여를 강요하며 도우미 인건비, 인쇄 전단비 등 일방적으로 비용부담을 요구해 울며 겨자먹기로 지급했습니다.” A납품업체 대표 윤모씨의 하소연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판매수수료 부당인상, 판촉행사 참여 강요, 비용전가 등 우월적 지위에 의한 횡포가 도를 넘고 있다.

이러한 유통업체들의 과도한 불공정거래로 인해 제조업체들의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향후 5년이내에 식품업계가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한국식품공업협회에 따르면 우유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식료품에 대해 납품업체가 유통업체에 제공하는 판촉행사비 등 유통거래비용이 최대 25.06%까지 과다 부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마진율을 15%로 확정한 상태에서 추가로 발생되는 부담률을 제조업체에 전가시키고 있는 것.

특히 유통업체의 과도한 가격경쟁으로 인해 불공정거래가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를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식품을 미끼상품으로 지정해 가격인하 경쟁을 촉발시키고 있는 것.

여기에 대형마트들의 자체브랜드(PB, Private Brand) 상품 확대 경쟁으로 인해 제조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올해 초 부활한 롯데라면의 경우 삼양식품과 한국야쿠르트가 만들어 납품하고 있는 등 농심과 CJ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이 대형마트 PB상품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있는 것.

식품회사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NB(National Brand) 상품 판매에 있어 각종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오픈 프라이스(판매가격 표시) 제도로 인해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식품업체에 대한 가격인하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를 뿌리 뽑고 위기에 처한 식품업계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관련법 제정 및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민성식 한국식품공업협회 팀장은 “대규모소매점업 고시가 유통시장 건전성 확보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어 ‘유통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을 추진해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 거래를 근절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팀장은 그러면서 “정부가 식품산업을 규제의 대상이 아닌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식해 현재 4% 이하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식품업체들의 영업 마진율을 15%로 끌어올려 주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분배적 측면에서 극소수 대기업만 이익을 얻는 구조가 아닌 중소업체들도 혜택을 받는 구조가 될 수 있도록 우월적 지위에 제동을 거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중소 납품업체에 판매 수수료를 과다하게 부과하는 등 근절되고 있는 않는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대규모소매점업 고시를 대체할 별도의 법을 신설해 규제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판매 수수료 부당 인상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부당한 납품계약을 규제하기 위해 표준거래계약서를 도입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