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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농업- 돈 되는 농업을 하자 (하)

친환경.고부가 제품으로 승부

<선진농협을 배운다>

썬키스트·그리너리, 유통기업 체질개선
조직혁신·기업적 운영으로 경쟁력 높여


농업 환경이 변하면 농민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농업협동조합도 바뀌어야 한다.

선진국들의 농업협동조합들은 농산물 수입 개방 확대와 대형 소매유통업체의 시장 장악 등으로 농업 여건이 변화하자 조직 및 사업의 혁신과 규모화를 통한 기업적 경영으로 대응했다.

선진국 협동조합들의 혁신과 성공 사례는 신용사업(금융)과 경제사업(농축산물 유통)의 분리를 앞둔 우리 농협이 급변하고 있는 농업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렌지의 대명사인 썬키스트 농협은 세계 최대의 품목농협으로 농업협동조합의 대표적 성공 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썬키스트 농협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와 애리조나 주의 오렌지 재배 농가 6000여 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판매 농협이다.

썬키스트는 “소비자의 80%가 오렌지라는 과일의 이름을 썬키스트로 알고 있거나 믿고 있다”는 전 최고경영자(CEO) 러셀 한린의 말처럼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성공은 유통환경 변화 속에 찾아온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썬키스트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확산과 1999년 냉해를 계기로 호주, 스페인, 중남미 등으로부터 싼 가격의 감귤류 수입이 늘어나자 위기를 맞는다. 미국 내 가공품 원료가 저가의 수입품으로 대체되고 수출시장까지 잠식돼 사업이 위축된 것이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사계절 내내 다양한 품목과 품종의 과일이 수입되자 썬키스트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았고 많은 체인 매장을 보유한 대형 유통업체가 소매 시장을 장악하자 유통에서도 밀리기 시작했다.

썬키스트는 변화된 환경에 대응하려고 2001년 브랜드 마케팅, 재무관리 및 상품개발, 외식 프렌차이즈 및 특허사용계약 전문가를 영입해 기업형으로 사업과 조직을 혁신했다.

인력을 종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본부 건물의 절반 이상을 임대하는 등 경영자립을 위한 자구노력도 했다.

조합원의 농산물을 팔아야 하지만 장기적인 판매 기회를 보장받기 위해 비수확기에 감귤을 수입하거나 조합원이 생산하지 않는 품종도 수입했다.

2004년부터 할인점은 물론 도매상, 외식업체에 딸기를 계약 생산해 썬키스트 상표로 공급했고 자사 브랜드의 매장 면적을 확대해 마케팅과 유통 부문을 강화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썬키스트조합은 세계 50여 개 나라에서 오렌지와 주스, 탄산음료, 과자류 등 600개의 썬키스트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게 됐다.

농업 전문가들은 썬키스트가 생산자협동조합의 한계를 벗어나 감귤류 유통기업으로 변신한 것은 수입 개방과 소매유통기업의 시장지배력에 대응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분석하면서 시장지향적인 사업 전략과 기업방식의 조직을 갖춘 종합유통그룹화가 우리 농협의 경제사업 부문이 추구할 수 있는 발전 모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리너리 협동조합은 유럽 최대의 청과물 도매유통업체로 1996년 네덜란드 9개 경매농협이 합병해 만들어졌다.

합병 이전까지 생산자들은 경매농협에만 청과물을 출하해 경매농협의 시장지배력을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했고 1980년대 초반까지 경매농협의 산지 시장점유율은 계속 올라갔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이후 유럽 청과물 시장에 큰 변화가 오면서 경매 중심의 유통 사업은 위기를 맞게 된다.

1986년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유럽공동체에 가입하면서 낮은 생산비를 무기로 네덜란드 청과시장을 위협했다.

대형 소매유통업체가 소비지의 농식품 시장을 장악하면서 산지와 직거래를 했고 도매업체들도 대형화돼 경매농협의 힘은 위축됐다.

대량으로 거래되는 경매 시스템은 안전성, 신선도, 품질 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변화에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불만을 느낀 농가들은 조합에서 탈퇴했고 1980년 55개에 달했던 네덜란드 경매 농협은 28개, 1995년 20개로 줄었다.

결국, 경영위기에 봉착한 20개 경매농협 중 9개가 합병을 결정하고 새로운 네덜란드 원예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이들은 규모화를 통한 자본력과 시장지배력 강화, 경매 시스템을 폐지하는 대신 도매기능 확충 및 소비자와의 직거래를 통한 새로운 공급망 형성, 협동조합과는 별개로 운영되는 판매 자회사 설립 등 3가지 경영원칙을 세우고 위기를 돌파했다.

품질관리도 조합원의 출하계약과 연계해 엄격하게 하고 있다. 조합원이 되려면 연간 일정 이상의 물량을 조합에 의무적으로 출하해야 하고 자체 품질관리기준을 지켜야 한다.



<유기 농산물 천국 스위스>

친환경 농산물 면적 전체 경작지의 11%
소비자-재배자 간 직거래도 갈수록 인기


제네바의 대형유통업체 COOP 매장에서 만난 데이몬(54)과 에리카 부부(50)는 저녁꺼리 쇼핑에 한창이었다.

부부의 쇼핑카트 안에는 저녁을 위한 감자와 양상추 등이 가득 들어 있었는데 특이한 점은 ‘BIO’라고 쓰인 상표였다.

에리카씨는 “BIO 상품은 화학 살충제나 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농산물임을 스위스 유기인증단체에서 공인하는 라벨”이라며 “화학성분이 없어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 전체 채소 구매량의 절반 정도는 유기 농산품”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9~10년 전부터 BIO 상품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으며 매해 유기 농산물이 인기를 더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같은 매장에서 만난 산드린 씨(42)는 유모차에 4개월짜리 딸과 오렌지를 고르는 중이었다.

그녀는 “제철 과일을 사면 가격도 그리 차이 나지 않는다”며 유기농산물의 대중적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과연 유기 농산물이라고 해서 한국처럼 월등히 일반 상품과 차이가 나는 고가가 아니었다.

그녀가 집은 유기농 오렌지는 개당 3.95 프랑(한화 4350원 상당), 일반 오렌지는 3.80 프랑(4180원 상당)으로 가격 차가 그리 큰 수준은 아니었다.

유기농산물이 부유층만 소비할 수 있는 고급 상품이 아니라 대부분 주부들의 장바구니 안에서 BIO 표시를 볼 수 있는 이유였다.

스위스 대형유통업체인 COOP이 2008년에 판매한 유기농 상품은 6억7800만 프랑(7471억원 상당)에 달한다. 전년보다 8% 성장한 수치로 유기농산물의 큰 인기가 반영됐다.

스위스는 국가가 나서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유기농 먹을거리 생산에 앞장서고 있는 나라로 꼽힌다.

2006년 기준으로 유기농 농산물 면적은 전체 농산물 재배면적인 106만 5000헥타르(ha)의 11%를 차지한다. 유럽 최고 수준이다.

유기 농업의 성장은 친환경 농업의 중요성에 대해 사회적·명문적 합의가 이뤄진 결과다.

1999년 개정할 때 신설된 스위스 헌법 제104조에 따르면 정부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높이기 위해 생태 농업에 대한 직접 지불을 통해 보상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유기농업규정을 준수하는 농가에 대해 생태직불금을 지급해 유기농업을 장려하고 있는 것이다.

스위스 농업국에서 발간한 2007년도 자료에 따르면 스위스 정부는 헥타르(㏊)당 1200 프랑 수준의 생태직불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지급 총액은 점차 느는 추세다.

스위스에서 파견 근무 중인 농협의 최한호 차장은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높은 인기는 높은 삶의 질 수준을 자랑하는 스위스 국민은 자신들이 무엇을 먹고 있으며, 그 식품들이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는지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기농업에 대한 꾸준한 국가적 지원과 소비자들의 호응으로 농민들의 생활수준과 만족도도 크게 좋아졌다.

2007년 기준으로 스위스 농민의 직업 만족도는 84%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기농업에 사용되는 경작지가 늘며 토양의 오염도도 크게 줄었다. 토양질소함유가 1985년 이후 25%, 인산은 1990년 이후 55%, 살충제 35%가 감소했다.

스위스 국민의 유기 농산물에 대한 애정은 대형마트에서 유기농 농산물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섰다.

직접 지역 농업인 단체와 계약을 맺어 자신이 원하는 유기농 농산물의 재배를 주문하는 ‘계약재배 협동조합’의 형태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회원들은 거주지역 인근에서 생산된 과일·채소·곡물·우유 및 유제품·축산물·와인·올리브 기름 등이 들어 있는 쇼핑백이나 상자를 정기적으로 공급받는 형태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유기농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농산물의 재배와 배송과정에도 직접 참여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1년에 4~5번 정도 반나절 간 노동을 제공하며 가족이 먹는 상품이 어떻게 재배되고 배송되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소비자와 농업인간 신뢰도를 한층 높일 수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세계협동조합 이안 맥도날드 사무총장은 “깨끗한 먹을거리를 찾는 스위스 국민에게 유기농산물 직거래 조합은 점차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신선한 먹거리로 건강한 일본>

지역서 생산하고 소비 ‘地産地消’ 생활화
“남은 물건 아낌없이 폐기” 품질유지 최선


오전 9시 문을 연 도쿄 인근의 하다노시 농협 직판장. 개장하자마자 신선한 농산물을 찾는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꽃과 채소, 과일, 고기, 육가공제품이 판매 품목 전부이고 매장도 넓지 않지만 주부들의 발길은 끊이질 않았다.

비결은 간단했다. 신선함을 먹거리의 으뜸 덕목으로 여기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암묵적 합의가 구축된 때문이다.

생산자의 이름과 재배일자 등이 적힌 바코드도 고객을 끌어들이는데 한몫했다.

상추와 고추, 배추, 장미꽃, 돼지고기에 붙은 바코드는 얼굴도 모르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대화를 가능하게 했다. 부지불식간에 밥상에 오르곤 하는 국적불명의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이다.

이 직판장은 분무기로 물을 ‘칙칙’ 뿌려대거나 시들어버린 채소 위로 아랫것을 빼서 올려놓는 수법으로 신선한 농산물인 척하는 한국의 일부 대형할인점이나 직판장의 얄팍한 상술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당일 생산한 제품만 판매하기 때문이다. 남는 물건도 거의 없거니와 설령 남는다 해도 그 물건은 폐장 이후 출하자가 다시 가져가 이웃과 나누거나 자체 폐기한다.

그래서 이곳에는 흔하디 흔한 물류창고도, 여느 판매장처럼 문 닫기 직전에 반값 할인하거나 거저 주다시피하는 ‘떨이’의 풍경조차 없다.

이는 신선하지 않은 물건은 어떤 경우라도 팔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인 동시에 소비자와의 신의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농민들은 아깝긴 하지만 차라리 남은 물건을 버리는 편이 신선한 농산물에 대한 이미지를 오랫동안 유지해준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직판장 물건의 신선함은 인구 17만명의 하다노시는 물론 인근 지역까지 시나브로 깊숙이 스며들고 있었다.

일본사무소에 파견 근무하는 농협중앙회 김응규 차장은 “냉장고의 냉장실 구석에서 발견된 오래된 고깃덩어리로 끓인 국과 동네 정육점의 ‘소 잡는 날’에 산 생고기로 끊인 국은 정말 비교되지 않는 맛이 난다”며 “일본인들은 이 맛의 차이를 하늘과 땅 차이만큼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는 한국의 신토불이(身土不二)와 그 개념이 비슷하다.

그러나 농림수산성은 최근 ‘신이 사는 곳의 4리(里) 4방(方)에서 생산된 것을 먹고살면 건강해진다’는 개념으로 시작된 지산지소를 ‘지역 소비자의 기호를 반영한 농업생산과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운동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계하는 활동’으로 확장했다.

이 운동으로 산지와 소비지까지의 거리가 줄면서 수송 비용이 절감되고 신선도가 높아졌다.

또 생산자와 소비자의 물리적 거리가 짧아짐에 따라 이들 간 심리적 거리도 단축됐고 소비자의 지역 농산물에 대한 애정도 깊어졌다.

이런 분위기가 무르익자 733개 회원조합이 소속된 일본의 전국농업협동조합중앙회(JA)는 2005년을 전후로 70여개의 지역 농협에 직판장을 개설했다. 그 중의 하나가 하다노 직판장이다.

농협은 고객과 생산자·소비자의 불만과 불편에 귀를 기울였다.

농협은 생산자에게 팔리지 않은 이유, 즉 가격이나 품질 등을 검토해 다음 출하 때 교정토록 지도했고 시기적으로 생산되지 않는 농산물은 전국에 산재한 JA마켓과 제휴를 통해 보충했다.

효율적인 운영시스템이 가동되자 가격과 품질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높아졌고 이는 판매고 증가로 이어졌다.

하다노 직판장의 판매액은 2003년 45억원에 불과했으나 2008년에는 124억원으로 3배가량 껑충 뛰어올랐다.

꽃과 채소, 과일, 축산물, 가공식품만을 취급하는 180여평 규모의 자그마한 매장이 매달 10억원 이상을 벌어들여 300여명의 농민을 먹여 살리는 기적을 실현한 것이다.

이 농협 마사오 야마구치 전무는 “우리 직판장을 찾는 고객은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에 대해 만족하기 때문에 기꺼이 그 비용을 내고 있다”면서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 지산지소에 대한 의식이 확고해 대형할인점이나 수입 농산물의 공세에도 두렵지 않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수출로 부자 농촌 탈바꿈>

파프리카, 외환위기 계기 수출에 눈돌려
농협 전폭지원도 해외판로 개척에 도움


합천 가야산 국립공원을 돌아 자동차로 20분쯤 달렸을까.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을 법한 깊은 산중에 느닷없이 수십 동의 온실이 눈앞에 펼쳐진다.

가야산 중턱 해발 800∼1000m 고지에 8만㎡ 규모로 조성된 이곳이 일본에서 최고로 친다는 파프리카를 생산하는 경남 합천군 가야면 치인리 파프리카 수출단지다.

이곳에서는 올해에만 1500t(미화 300만 달러 상당)의 파프리카를 일본에 수출한다. 농가 11곳으로 단지가 구성됐으니 가구당 평균 매출액이 27만여 달러, 우리 돈으로 3억 원은 족히 되는 셈이다.

이처럼 수출로 고수익을 올리는 농가들이 적지 않다.

물론 쉽게 이뤄지는 것은 없다. 지형과 기후에 알맞은 작목을 찾아내는 안목과 과감한 투자, 끊임없는 기술개발, 안정적인 수출 길 확보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다.

일본 시장을 주름잡는 가야 파프리카 수출단지는 10년 전까지만해도 화훼단지였다. 안개꽃과 백합, 장미를 재배해 수입도 쏠쏠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는 화훼농가에 직격탄이 됐다.

경기침체로 꽃 수요는 급격히 줄어드는데 대출 이자는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았다.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는 막다른 상황에서 잡은 ‘생명줄’이 파프리카였다.

가야에 파프리카를 처음으로 소개한 양무천(48) 씨는 “신문에서 파프리카가 수출작물로 좋다는 기사를 읽고 무작정 그 농가를 찾아갔다”고 말했다.

기존의 화훼 온실을 활용할 수 있는데다 고랭지의 서늘한 기후를 고려하면 여름에 파프리카를 재배하면 적격이다 싶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 파프리카 농가는 모두 겨울에만 파프리카를 재배했고 여름 파프리카 재배는 전례가 없었다. 주위에서는 모두 ‘여름 파프리카는 무리’라며 양씨를 말렸다.

결국, 찾아간 곳이 농업기술센터. 양씨는 농업기술센터와 공동으로 연구를 거듭한 끝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농협이 연 3%의 파격적인 금리로 온실 리모델링 비용 등 초기자금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미심쩍어하던 이웃 농가들도 동참했다.

2001년 첫 재배 결과는 ‘대박’이었다. 가야에서 생산된 여름 파프리카는 껍질이 두껍고 당도가 높으며 색깔도 선명해 첫해부터 100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가능성을 확인한 농민들은 더욱 공격적으로 품질개선과 생산량 확대에 나섰다.

온실 높이를 3m에서 5m로 높여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늘리고 직접 네덜란드까지 가서 선진 재배법을 습득했다.

천적을 활용한 저농약 재배법은 기본이었다.

이런 노력은 일본 파프리카 시장의 70%를 한국산이, 그리고 그 대부분을 합천산이 장악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농민 전원이 일본을 찾아 유통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점검, 포장을 보다 견고하게 바꾸고 디자인도 단순화하기로 하는 등 시장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가야 파프리카가 일본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데는 농협의 도움도 빼놓을 수 없다. 가야농협은 2005년 직접 무역회사로 등록해 파프리카 수출 업무를 대행해오고 있다.

일반 무역회사가 수출을 중개할 때보다 수수료가 저렴한 것은 물론 믿고 맡길 수 있어 농민들은 농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가야농협 최덕규 조합장은 “기존의 작물과 농법으로 농가가 획기적으로 소득을 높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기후와 지형에 맞는 새 작목을 찾아내야 부자 농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무너진 내수시장을 수출로 극복한 사례도 있다.

김해 대동농협은 올해 장미와 백합, 양난 등 꽃 수출로 1300만 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대동농협이 화훼 수출을 시작한 것은 1999년. 외환위기로 화훼농가들이 연쇄 도산하자 수출로 활로를 찾기 위해 당시로써는 최초로 농협 내에 수출팀이 꾸려졌다.

대동지역 여섯 농가로부터 시작된 수출은 10년이 지난 지금은 전국 400여 농가로 확대됐다. 화훼 수출 업체로는 5년 연속 전국 1위다.

파프리카와 화훼가 외환위기를 계기로 수출전선에 뛰어든 작물이라면 배는 전통적인 수출 효자 작물이다.

작년 과실류의 수출액은 총 1억5494만 달러였으며 이 중 배는 4738만달러(2만3000여t)로 30.6%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배 수출의 선두에는 1986년부터 미국에 배를 수출하기 시작한 천안배원예농업협동조합이 있다. 이 조합에서만 올해 미국을 중심으로 2000t, 400만 달러어치의 배가 수출될 예정이다.

조합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신규 바이어를 개척하고 각종 식품박람회에 꾸준히 참석해 작년보다 수출량이 50% 정도 늘어났다.

조합의 김원영 과장은 “원예연구소에서 대과(大果)보다 중과(中果)를 선호하는 미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한 새 품종을 개발중”이라며 “미국 배 시장이 교포에서 현지인으로 확대되고 있어 앞으로 천안 배의 수출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합에서는 두바이와 뉴질랜드, 독일, 동남아 등에 샘플을 보내는 등 미국에 집중되고 있는 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 특별취재반
ː 영남취재부 석우동 본부장
ː 황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