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의 여파로 국민들이 즐겨먹는 치킨의 가격이 연초 일제히 인상된 가운데 이제는 물가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
조류 인플루엔자로 인한 생닭의 수급부족에 유가 상승으로 생산비가 급등하면서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지만 급등했던 생닭의 가격이 안정을 되찾았으니 적정 수준에 맞는 가격을 재책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치킨업계의 선두주자이면서 대표인 제너시스 BBQ의 경우 후라이드 치킨의 가격이 1만6000원이며 교촌, 네네, 핫썬 등 후발주자들도 1만4000원에서 1만5000원 정도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서울에 사는 김 모씨(38세·주부)는 “아이들과 남편이 좋아해 치킨을 자주 시켜먹었었는데 가격이 너무 올라 이제는 망설여진다”며 “원자재 상승 등 물가 상승으로 인해 불가피하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는 하지만 너무 큰 폭으로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밖에 많은 소비자들이 치킨과 관련된 동호회와 인터넷 등을 통해 가격 면에서 납득하기 힘들만큼 올랐다고 비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치킨 업계들이 일종의 담합을 해 가격을 일제히 올린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제너시스 BBQ는 “BBQ 치킨은 지난 2월 2000원의 가격을 인상했다”며 “그 시기 유가가 상승하면서 사료값과 생계값 등이 모두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운송비의 변동이 커지면서 가격 변동도 더욱 커진 상태였기에 이미 기존의 가격으로 마진이 맞지 않았던 상태였다”며 “본사에서 손해를 어느 정도 감수하고 있었으나 식재료의 가격도 오르는 등 기타 외부 여건들이 어려워져 부득이하게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물가상승이 최고에 달했던 올해 초에 여타의 재료들의 가격이 동반 상승해 어쩔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리고 일반 치킨 업계들과는 다른 올리브유로 차별화를 두고 있어 기름 가격도 만만치 않다”며 “보통의 식용유에 비해 6~7배 차이가 있고 120마리의 닭을 튀기면 폐기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꽃보다 남자의 히어로 김현중을 모델로 오븐에 구운 치킨을 선보이고 있는 핫썬은 “치킨의 가격을 올리게 된 이유는 유가 상승에 있다”며 “유가 상승으로 환율도 상승하면서 곡물가가 인상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적용했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원료들이 대체적으로 상승폭을 보이고 있었지만 특히나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곡물 사료의 인상폭이 높아 자연스레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 또한 “인건비 부분에 있어서도 상승된 부분이 있고 가맹점들의 수익보장금 금액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동결하기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렇듯 각 업계에서 나름의 이유를 들어 상승 요인에 대해 해명하고 있는데 치킨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표격인 BBQ에서 가격을 인상하자 다른 업체들도 인상을 하게 된 것도 없지 않다”며 “상승 요인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이들을 따라 가격만 인상한 업체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치킨업체 간의 담합설에 대해서는 “결코 그런 일은 없으며 단 한 차례도 가격을 맞춘 적이 없다”고 부정했다.
생닭, 계란 등을 유통하고 있는 한국계육협회 관계자는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했을 당시 생계의 가격이 많이 떨어졌지만 지난해부터 시세가 많이 올랐다”며 “지금은 다시 가격이 좀 낮춰졌다”고 말했다. 이어 “닭고기의 유통수준은 생산비에 비해 거래수준이 무척 낮은 편”이라며 “생산비는 많이 올랐지만 그만큼 최종단계에 똑같이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생계의 가격이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에 치킨의 가격도 다시 정상화돼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소비자들 일부는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의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가격 인상 요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치킨 업계에서는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의 불씨는 당분간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