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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음식물처리기’ 기술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인해 음식물 부패가 쉬운 무더운 여름이 예년보다 빨리 찾아옴에 따라 단체급식소와 외식업체 등 식품업계에서는 식중독 뿐만 아니라 음식물쓰레기에 대한 고민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부패한 음식물쓰레기에서 나는 심한 악취와 이로인해 발생하는 2차적인 위생문제까지 고려한다면 어떻게든 음식물 쓰레기의 양을 줄여야 하겠지만, 갖가지 반찬을 차려놓고 먹는 우리나라 식문화의 특성상 남는 음식물이 많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 뾰족한 해결책은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음식물쓰레기 주관부처인 환경부에 따르면, 1년에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의 양은 474만5000톤이며, 하루에도 1만3000여톤에 이르는 음식물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006년 기준으로 연간 15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처리비용까지 합산한다면 우리나라 1년 예산의 13%가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 음식물 쓰레기로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음식물쓰레기는 경제적 손실 뿐만 아니라 환경적으로도 큰 폐해를 끼치고 있다. 매립 처리하면 염분으로 인한 토양 오염이 발생하며, 침출수에 따른 2차 오염도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고 소각하면 인체에 치명적인 다이옥신이 발생하고, 사료로 사용할 경우 광우병 등 가축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음식물처리기이다.

음식물쓰레기를 발생현장에서 직접 처리함으로써 쓰레기 매립장 및 재활용시설 등 처리시설까지 운반하면서 드는 비용과 환경오염 및 악취 등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부피와 양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루에 보통 2000~3000명 정도가 이용하는 단체급식소의 경우 그만큼 음식물쓰레기 배출량도 많기 때문에 음식물처리기 설치로 환경 및 위생문제는 물론 한달 평균 40~50만원이나 되는 처리비용까지 대폭 절약할 수 있다.

이에 본지는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음식물쓰레기줄이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지금까지 출시돼 있는 다양한 방식의 음식물처리기의 특징에 대해 알아본다.


열풍건조방식 주류 압축분쇄 등 각광
부산물 퇴비화는 토양 오염이 문제점
처리시간·비용 단축 신공법 개발 주목

분쇄건조 방식 출원 상승세


음식물쓰레기는 그 처리방식에 따라 일반적으로 열풍 건조 방식, 분쇄 건조 방식, 미생물을 이용한 미생물 발효 방식, 냉동방식으로 나눌 수 있으며,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분쇄배출 방식(디스포저 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가정용 음식물 처리기 시장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방식은 열풍 건조 방식이나 12~24시간에 달하는 긴 처리시간과 과도한 전기료 문제, 그리고 처리하고 남은 부산물을 매립하면 다시 땅 속에서 부피가 커진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디스포저’라 불리는 믹서기 장치를 싱크대에 장착해 하수관로를 통해 음식물쓰레기를 갈아서 배출하는 분쇄배출방식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이미 법제화 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하수관로가 밀집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하수관이 막히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음식물쓰레기를 갈아서 건조하는 분쇄 건조 방식이 음식물 처리기 시장에서 새로운 주도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특허청에 따르면, 열풍 건조 및 미생물 발효 방식의 특허 출원은 등락을 보이고 있으나, 분쇄 건조 방식의 출원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음식물 처리기의 처리 방식별 특허출원 비율을 보면, 열풍 건조 방식이 45.9%, 분쇄건조방식이 25.4%, 미생물 발효 방식이 27.7%, 냉동방식이 1% 정도로 아직까지 열풍 건조 방식에 대한 기술개발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해 특허청은 “음식물 처리 산업 분야가 중소기업의 주력시장이므로, 기술수준이 비교적 낮은 건조 방식에 가장 많은 연구활동이 이뤄지기 때문”이라며 “열풍 건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수준이 높은 분쇄 건조 방식의 출원율이 열풍 건조 방식보다 낮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압축분쇄처리기도 선보여

최근에는 분쇄건조 방식보다 한 단계 진화된 압축분쇄방식의 처리기도 개발된 상태이다.

광주에 위치한 음식물처리기 업체에서 개발한 이 제품은 1시간에 150~450kg 분량의 음식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처리하고 남은 최종 부산물을 처리기 내부에 장착된 장치를 통해 간단하게 비료로 만들 수 있어 버려지는 음식물을 자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정부에서도 지난 2005년부터 음식물쓰레기를 퇴비나 사료 등으로 재활용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이러한 기술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음식물쓰레기에는 염분이 과다하게 함유돼 있어 이를 퇴비나 비료로 사용할 경우 식물의 성장에 치명적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토양을 오염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음식물처리기 업체 관계자는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나 비료로 만든다고 하는 것은 명분은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오히려 환경오염을 부추길 수 있다”며 “음식물쓰레기의 염도를 낮추기 위해 물을 섞어 희석할 경우 그 짜낸 물이 폐수화 됨으로써 이차적인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으며, 처리비용도 더 많이 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음식물 분해 소멸방식 채택

미생물을 활용한 음식물 처리기도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이 방식의 처리기는 감량률이 높아 단체급식소나 대형 음식점에서 주로 사용해 왔으나 처리시간이 음식물 100kg 당 15~25시간이나 걸린다는 점과 지속적으로 미생물을 투입해 주어야 한다는 번거로움으로 인해 많이 보급되지는 못했다.

특히 이 처리기는 김치 등 발효식품을 적절히 처리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어, 발효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우리나라의 음식문화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어 왔다.

하지만 최근 미생물을 활용한 음식물분해 소멸방식에 새로운 공법이 개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주식회사 거양에서 판매하고 있는 비엔 미생물 처리기가 바로 그것이다.

거양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제품은 그동안 미생물 처리방식의 가장 큰 단점이었던 처리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기존의 미생물 처리기가 음식물쓰레기를 연속으로 투입할 수 없었던 불편함도 해소했으며, 또 다른 문제점이었던 발효식품에 대한 처리문제도 완벽하게 해결했다는 게 거양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제품에 대해 거양의 환경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N.I.C의 권은구 대표는 “수년에 걸친 연구개발 과정에서 미생물 처리기의 단점인 긴 처리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이 처리기는 기존의 미생물 처리기와 달리 지속적으로 미생물을 보강할 필요가 없으며, 악취도 거의 나지 않아 급식소 등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