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식품화 1년, 갈 길 먼 천일염 산업

기존 ‘염관리법’ 천일염 산업 발목..법률 전부개정 필요
시설 현대화 작업 정부주도 한계, 민관 매칭펀드 해결책



45년 가량 광물로 분류돼 오던 천일염이 어엿한 식품으로서 우리 식탁에 오를 수 있게 된지 이제 1년이 지났다.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천일염을 김치, 젓갈, 장류 등 전통식품에 사용해 왔던 것을 고려할 때, 천일염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찬밥 대우를 받아온 셈이다.

이제 천일염은 광물이 아닌, 사람이 먹는 식품으로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국산 천일염이 세계적인 명품 소금으로 알려진 프랑스 게랑드 천일염 보다 미네랄 함량 등에서 우수하다고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명품 식품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활짝 열리게 됐다.

하지만 국내 천일염 산업은 낙후된 염전시설과 열악한 환경, 식품 제조에 부적합한 장비 사용 등으로 인해 식품으로서 가장 중요한 조건인 위생 및 안전성에 치명적인 결함을 노출하고 있다.

또한 천일염은 식품으로 인정받게 된 지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기존 광물일 때의 법인 ‘염관리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갈 길이 바쁜 천일염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 20일 국회의원 김성수·이윤석 의원과 목포대학교가 공동주최한 ‘천일염 생산시설 현대화 및 명품화를 위한 재원조달’ 정책세미나에서 주제발표한 김인철 목포대학교 교수와 전종순 건국대학교 교수의 발표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천일염 산업의 현안과제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


안전성 문제 해결 시급

천일염은 지난 1963년 제정된 염관리법에 의해 광물로 분류된 후 1992년 식품공전에서 제외되는 등 식품으로서 설 자리를 잃어가다가 2007년에 이르러서야 염업조합법전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난해 3월 28일 식품으로 인정받게 됐다.

하지만 현재 천일염 산업은 열악한 염전 환경 및 시설로 인해 안전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위해 요인 중에서도 가장 논란의 대상이 되는 부분은 염전 결정지 바닥재로 사용되는 PVC장판으로, 장판에 사용되는 접착제와 합판으로 인한 화학적 위해 여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밖에도 천일염 생산에는 여러 가지 잠재적 위해요인이 상존해 있어, 이에 대한 조사와 방지책 마련도 필요하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천일염 생산의 위해요인으로는 ▷염전 주위 불량 환경에 따른 염전 오염 ▷염전에서 사용되는 디젤 펌프 기름 유출 ▷철제 못 사용에 따른 녹 유출 ▷자전거용 고무타이어로 제작된 천일염 수확용 끌개의 잠재적 위해 ▷열린 공간의 생산현장에서 유입되는 벌레 등 이물질 ▷해주 및 소금창고 지붕으로 사용되는 슬레이트 및 함석판 등의 잠재적 위험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천일염산업 육성법으로 변경돼야

천일염 산업은 아직까지 광물로 분류됐을 때의 법인 ‘염관리법’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비록 소관 부처가 지식경제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로 변경되면서 지난해 12월 염관리법 및 염업조합법이 일부 개정됐지만 식품으로서의 기준은 미흡한 수준이다.

기존의 염관리법은 염산업의 구조개선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천일염 산업에 대한 연구개발 및 육성지원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전반적인 산업 여건 악화와 생산환경 낙후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생산은 염관리법상의 천일염제조허가에 따라 이뤄지는 반면, 식품위생법은 천일염을 판매하기 위한 포장지 등에 ‘식용’으로 표시한 순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생산단계에서의 품질관리와 제조시설에 대한 식품안전성 확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따라서 현 실태와 맞지 않는 종전의 염관리법을 천일염산업 육성법으로 전면 개정해 천일염 식품화의 후속조치인 천일염 산업의 육성 및 식품생산에 적합한 품질관리, 원산지 표시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 개선으로 식용 천일염에 대한 식품안전성을 확보함은 물론 천일염 및 가공산업 육성으로 최소 12배 이상의 경제효과도 거둘 수 있으며, 지역 경제 활성화와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재원만으로는 한계

식품으로서 천일염의 안전성을 도모하고 천일염 산업의 현대화를 이루기 위해선 천일염 생산시설 개선이 시급하다. 하지만 정부재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민·관이 공동투자하는 민·관매칭펀드가 새로운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실제로 전국에 시설개선이 필요한 염전은 1300여개소에 달하며, 이들 1개 염전당 생산시설 현대화에 필요한 소요 예상 금액은 2억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대화 목표를 현 염전의 1/3 수준으로 잡더라도 1000억원 내외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올해 농식품부의 시설 현대화 자금은 33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한 생산자의 영세성도 천일염 산업 현대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07년 기준으로 천일염 1kg 당 산지가격은 170원 내외로, 염전 1개소당 연간 300톤의 천일염을 생산한다고 가정할 때 연간 소득은 총 5100만원에 불과하다.

천일염 생산이 계절노동임을 감안하면, 염부 2인의 인건비를 제외한다고 할지라도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에 천일염 사업자들이 생산시설 현대화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 하더라도 이를 위해 필요한 자금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식품안전사고로 인해 소비자들의 식품에 대한 인식은 높아져 제반 관리 규정이 미흡하고 생산 및 유통관리가 취약한 천일염은 한국소비자원 등 소비자 단체의 민원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책적으로 국민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천일염의 명품화·현대화를 실현하기 위해선 정부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의 투자가 절실하며, 이를 가장 잘 반영한 방법은 바로 민·관매칭펀드 방식이다.

저탄소 녹색성장 투자가치 높아

친환경적인 천일염 산업은 저탄소도 아닌 무탄소 녹색성장 산업으로 향후 시장 확대 및 발전 가능성이 높고 신규고용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유망산업이다.

또한 천일염 산업은 국민에게 안전성이 담보된 친환경적 먹을거리를 제공함은 물론 그 뛰어난 품질을 바탕으로 해외 수출시장도 개척할 수 있는 공익성과 수익성을 함께 갖춘 고배당, 고수익 투자대상 산업이다.

이에 따라 재무적 투자자들은 천일염 산업에 대한 투자를 적극 고려해야 하며, 농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정부부처도 민간의 투자만을 바랄 것이 아니라 민·관매칭펀드에 출자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산하 기금이나 단체의 재원을 발굴해 소액일지라도 출자하여 여타 부처 및 기관, 민간재원의 신뢰를 확보하고, 투자를 적극 유도하는 의지를 보여줘야 하며, 지자체도 전남개발공사 등을 통해 가능한 수준에서 펀드에 출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모태펀드를 관리하는 중소기업청도 천일염 사업자들이 대부분 지방의 영세한 중소기업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추경예산으로 재원이 확보되면 올해 2차 출자 사업에 천일염이 선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생산자 또한 천일염 산업이 낙후된 사양산업으로 치부되던 기존의 타성에서 벗어나 3P혁신(상품, 프로세스, 사람)을 통해 천일염 명품화에 적극 도전해야 하며, 이를 위해 생산시설의 현대화와 생산이력관리 등을 도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