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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식품 안전관리 '말뿐'

식품업계 입장 대부분 수용 조용히 규정 바꿔
TV광고 허용.녹색표시제로 완하 등 논란 예고


어린이들에게 안전하고 영양을 고루 갖춘 식품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제정된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의 핵심 사항이 모두 완화되거나 삭제돼 ‘앙꼬없는 찐빵 법안’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 중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핵심 조항은 제8조 고열량·저영양 식품의 판매금지와 제10조 2항 고열량·저영양 식품의 텔레비전 광고제한, 제12조 영양성분 색상 표시이다.

이 세 조항 모두 이번 특별법의 핵심이 되는 부분으로 식품업계와 관련 산업의 이익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업계와 관련단체의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여당인 한나라당과 관계당국은 식품안전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 높았던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어린이 고열량·저영양 식품 기준안’과 ‘신호등표시제’, ‘고열량·저영양 식품의 텔레비전 광고제한’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고열량·저영양 식품 기준안’의 경우 한나라당과 식약청은 1회 나트륨 함량 기준에서 1000mg과 600mg을 저울질 하다가 결국 햄버거·피자 등을 포한한 어린이기호식품에는 600mg을 원칙으로 하되, 라면 등 유탕면류는 예외적으로 1000mg으로 정한다고 지난 18일 최종 확정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과 식약청은 제품의 특성과 이들 제품을 생산하는 업계의 현실적 문제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당초 입법취지보다 후퇴했다는 비판과 함께 특정 제품에만 상향된 나트륨 기준을 적용해 관련 업계 간의 형평성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고열량·저영양 식품의 텔레비전 광고제한’의 경우는 ‘고열량·저영양 식품 기준안’ 보다 더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가족부는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고열량·저영양 식품에 대한 텔레비전 광고를 제한한다는 내용의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지난 17일 열린 국무회의 과정에서 텔레비전 광고 제한 조항이 삭제된 채 어린이 식생활안전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이 가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광고 제한 규정이 삭제된 것에 대해 식품업계와 방송사, 광고업계 등의 압력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보건복지가족부에서는 오는 5월경에 재추진한다고 발표했지만 관련업계의 반대가 심한 현 상황에서 과연 보건복지가족부가 원래대로 추진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한나라당 식품안전특별위원회 안홍준 위원장이 지난해 8월 발의한 어린이기호식품에 대한 ‘신호등표시제’도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정부여당인 한나라당은 신호등표시제를 추진하고 있는 반면, 정부당국인 보건복지가족부는 녹색표시제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호등표시제’는 어린이기호식품에 함유된 포화지방량 등을 빨간색과 노란색 등으로 표시해 소비자들이 구분하기 쉽도록 한 제도로 규제의 성격이 강하고, ‘녹색표시제’는 우수 어린이 기호식품에 녹색마크를 부여하는 제도이므로 규제 보다는 권장의 성격이 강한 제도이다.

그런데 안홍준 의원이 발의한 ‘신호등표시제’는 국회에 계류된 채 소식이 없는 반면, 녹색표시제는 정부당국에서 도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이 역시 당초 법 취지 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지난 9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는 식품안전 문제가 발생 할 때는 ‘신호등 표시제’ 도입하겠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해 놓고는 정작 국민여론이 조용해지고 한국식품공업협회 등이 반대의견을 내놓자 슬그머니 후퇴하고 있다”며 “정부가 어린이 식품안전보다 업계의 의견을 더 중요시 하고 있다”며 비판한 바 있다.

이렇듯 정부가 내놓은 어린이식생활안전특별법의 핵심내용이 당초 입법취지와는 달리 식품업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감에 따라 향후 소비자단체 등 관련단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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