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영양사.조리사 직무 분쟁 '2라운드'

조리사협, 직무규정조정합의서 이행 촉구

학교급식을 책임지는 영양사와 조리사들 간의 반목과 갈등의 골이 담당기관인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안병만)의 원칙없는 정책으로 인해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사와 조리사들 간의 갈등은 ‘영양교사의 배치’, ‘영양사 자격을 가진 학교급식전담직원의 배치’만을 규정했던 과거의 학교급식법을 지난 2006년 7월 19일 개정된 현행 학교급식법시행령에서 조리사와 영양교사의 배치를 새롭게 규정함에 따라 촉발됐다.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영양사와 조리사의 배치를 규정하면서, 영양사의 직무만 규정하고 조리사의 직무규정은 제외시켜 영양사와 조리사들 간의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됐다.

조리사들은 “영양사와 조리사들 간의 업무분야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조리사들의 직무를 규정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인 이유없이 조리사를 차별하는 것으로 조리사의 평등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교과부에 개정을 강력히 요구했다.

조리사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는 충남대학교 김판욱 교수를 연구책임자로, 교육인적자원부의 박진욱 사무관을 연구협력관으로 삼아 2007년 7월부터 2008년 1월까지 ‘학교급식 종사자들의 바람직한 역할 정립 방안 연구’를 실시했으며, 지난해 9월 19일에는 학교영양사회의 조희자 회장 박정희 공동대표와 학교조리사회의 박경용 회장 이인자 전회장을 불러 ‘직무규정 조정합의서’를 체결토록 했다.

이 합의서에 따라 학교급식법 시행령 개정안에 ‘조리사 직무규정’이 신설돼 영양사.조리사 간 갈등이 종지부를 찍는 듯 했지만 대한영양사협회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강력한 항의로 결국 무산되고, 오히려 반대로 해당개정안 제8조에 “영양교사가 배치되지 아니한 학교의 경우 영양사의 직무는 이를 준용한다”는 단서가 신설됐다.

이는 영양교사로 임용받지 못한 영양사에게도 영양교사의 직무인 ‘조리사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을 주는 조항이다.

결과적으로 교직원이 아닌 영양사가 같은 직원 신분인 조리사를 포괄적으로 지도.감독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학교급식에 있어서 영양사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조리사들이 이 조항에 대해 거세게 반발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이렇듯 교과부는 처음엔 조리사들의 개정요구를 받아들여 시행령 개정안에 ‘조리사 직무규정’을 포함하려 했으나, 대한영양사협회 등 영양사 단체가 압력을 넣자 다시없던 것으로 함으로써 결국 원칙없이 양 단체들에게 끌려다닌다는 비난을 스스로 자초하게 됐다.

이에 대해 이인자 한국조리사회중앙회 부회장은 “교과부가 주관해 지난해 ‘직무규정 합의서’가 체결되고 조리사의 직무를 규정하도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은 것은 교과부 스스로 영양사협회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 밖에 안된다”며 “대한영양사협회 전 회장이었던 모 국회의원이 교과부에 압력을 넣은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과부는 “어쩔 수 없지 않느냐”라는 무책임한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조리사 직무규정’은 영양사협회와 조리사협회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교과부에서 딱 잘라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 교과부 측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2일 발표된 ‘학교급식법 시행령 개정안’은 영양사와 조리사 간의 반목과 갈등을 해소시키지 못한 채 또다시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이에 대해 학생건강안전과 관계자는 “지난해 교과부에서 양 단체간에 협의가 이루어지도록 많은 노력을 했지만, (양 단체가) 너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어 손 쓸 방도가 없다”며 “영양사협회의 말을 들으면 영양사 측이 옳은 것 같고, 조리사협회의 말을 들으면 조리사 측의 맞는 것 같아 어느 한 단체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명했다.

또 그는 “영양사와 조리사가 갈등을 빚고 있긴 하지만 실제 학교급식 현장에 가보면 아무 문제없이 잘되고 있다”며 “직무관계 때문에 학교급식에 차질을 빚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본지에서 학생건강안전과에 확인한 결과, 조리사 단체의 반발을 유발했던 학교급식법 시행령 제8조의 개정안은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령 개정안이 공고된 지 한달여 만에 또다시 개정안이 바뀐 것이다.

교과부의 신중한 학교급식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