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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고교들 '위탁급식 어찌하리오'

최근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학교 위탁급식과 관련해 서로 상반된 내용으로 학교급식법을 개정하자는 의견조회서를 일선 학교로 보내 하루 두끼씩 단체급식을 제공하고 있는 울산지역 고등학교들이 매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18일 이 지역 고교에 따르면 지난 7일 한나라당 의원 18명의 발의로 '위탁급식 인증제'를 도입해 위탁업체의 위생안전관리 기준을 강화한 뒤 일선 학교들이 위탁급식을 할 수 있도록 학교급식법을 개정하자는 내용의 의견조회서를 일선 고교에 보냈다.

이 의견조회서는 '학교급식의 위생.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학교급식공급업자에 대한 인증을 실시하고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학교급식법 제12조의 2를 신설하는 것으로 학교 현실을 감안해 위탁급식을 양성화.제도화하자는 것이 주 내용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지난달 20일 민주당 의원 12명은 위탁급식의 감시 체제를 보다 강화하는 내용으로 학교급식법을 개정하자는 의견조회서를 일선 학교로 보냈다.

이 의견조회서에는 서울시교육감의 격려금 사건 등 위탁급식으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위탁급식 승인대상 기관을 현행 의무교육기관(초.중학교)에서 전체 초.중.고교로 확대하도록 학교급식법 15조의 일부를 개정하자는 내용이다.

또 학교운영위 '심의'대상이었던 위탁급식을 '심의.의결' 대상으로 강화하자는 것이다.

이처럼 위탁급식을 둘러싸고 양 정당이 상반된 의견조회서를 학교로 보내자 이 지역 일선 고교들은 국회에서 학교 실정을 모르는 것이 아니냐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울산의 한 고교 교장은 "낮 12시부터 1시까지의 점심시간 1시간 동안 식사를 해야 하는 학생은 1천명이 넘는데 식당은 최대 400명 밖에 앉을 수 없다"라며 "이들 학생이 1시간안에 식사를 마치기는 불가능해 점심식사를 11시30분부터 1시까지 2∼3교대로 제공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교장은 "전국 대다수 고교의 식당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협소해 학생들 모두 점심시간 1시간안에 식사를 마치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 때문에 식당이 아닌 교실에서도 식사를 할 수 있는 위탁업체의 급식을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역의 또 다른 교장은 "정부에서는 식중독이나 위탁급식업체와의 비리가 터질때마다 학교에 위탁급식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라며 "직영급식을 강제하기 전에 학교 식당을 확충하고 식재료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인력도 보강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교장은 "식당에서 직영급식을 하는 학교들은 점심이나 저녁시간이면 '전쟁'을 치르고 있다"라며 "국회의원들이 학교 실상을 제대로 파악한 뒤 학교급식법을 개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