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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기대약효 미입증 카피약' 576종 공개 강행

대한의사협회는 20일 환자가 기대하는 수준의 약효가 입증되지 않은 카피약 576개 품목의 명단을 이달 말 공개키로 했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28일 의협회관에서 `성분명처방 국민을 위한 제도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생물학적약효동등성(생동성) 시험 관련 자료조작 혐의가 있는 576개 품목을 공개키로 했다"고 말했다.

생동성시험이란 신약과 같은 성분으로 만든 카피약이 인체 내에서 신약과 동일한 약효가 있는 지 검증하는 테스트. 여기서 불합격한 카피약은 오리지널 신약에서 기대할 수 있는 약효를 모두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앞서 지난 2006년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생동성시험 결과를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카피약의 테스트 결과가 조작됐음을 밝혀내 허가취소했으나, 현재 의협이 문제삼고 있는 576개 카피약의 경우 "자료 제출이 미비한 점은 인정되나 시험 결과가 조작됐다는 확증은 아직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식약청은 2011년께나 돼서야 576개 카피약에 대한 생동성 재시험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 카피약의 명단을 요구해온 의협은 지난해 식약청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 요구 소송에서 승소한 뒤 명단의 공개 시기를 저울질해왔다.

의협이 이처럼 생동성 재시험 과정에 있는 `기대약효 미입증 복제약'의 명단 공개를 강행키로 한 것은 정부가 추진중인 `성분명 처방' 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고육책의 차원으로 해석된다.

성분명 처방이란 약품명 처방의 반대 개념으로, 약제비 절감 차원에서 비싼 오리지널 신약을 안전성이 검증된 값싼 복제약으로 대체 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복제약의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하는 필수적 절차가 생동성 시험인 만큼 생동성 시험의 신뢰도가 흔들리면 성분명 처방의 도입도 자연스럽게 어려워진다.

성분명처방 제도는 현재 국립의료원에서 시범 시행되고 있으며 이달 말까지 시행 결과를 데이터베이스화한 뒤 내년 2월까지 연구.분석을 완료해 확대 시행 또는 백지화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의협 관계자는 "생동성 시험을 통한 복제약의 안전성 확보 미비, 복제 의약품간 교체사용의 문제점 등으로 의약품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정부가 약제비 절감이란 단순 논리를 앞세워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잡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567개 복제약은 아직 특별한 문제가 있다고 확증되지 않았고 개원의들이 해당 약품을 쓴 사례도 적지 않다"며 "그런데도 의협이 명단을 공개한다면 자가당착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식약청 담당자도 "576개 카피약은 생동성 입증 여부를 떠나 시판 허가 과정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약품들"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갖고 범죄자로 몰면 해당 업체의 피해는 누가 책임지느냐"고 비판했다.

제약업계는 의협의 명단공개 방침을 접하고 긴장하는 분위기다.

A제약사의 한 직원은 "명단을 공개할 경우 생동성에 문제가 있는 제품도 있겠지만 없는 제품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훗날 식약청의 재시험을 통해 결백이 드러나도 그 때는 이미 억울한 해당 제약사들이 도산해있을 텐데 그 책임은 의사들이 질 것이냐"고 목청을 높였다.

B제약사의 한 임원도 "의사들의 이런 행동은 복제약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결국 외국제약사의 오리지널약의 처방이 급증해 업계와 보험 재정에 모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서 "당초 의협의 `주수호 집행부'가 명단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가 뒤늦게 공개한다는 것은 내부의 정치적 문제도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