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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비만'은 정신건강에 좋아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 성인병의 주범으로 지목되되면서 눈총을 받고 `비만이 아주 심하지만 않다면 오히려 정신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조정진 교수팀은 전국 20~60세 직장인 8121명(남 5231명, 여 28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및 신체측정을 거쳐 비만과 우울증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의 `비만인 여성은 정상체중군과 비교했을 때 우울증 위험이 30% 낮았다고 8일 밝혔다.

BMI는 체중(kg)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를 말하는데 `아시아 태평양 기준에 따르면 수치가 남녀 모두 18.5 미만이면 저체중, 18.5~22.9는 정상(표준), 23~24.9이면 과체중, 25~29.9이면 비만, 30 이상이면 고도비만으로 분류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5월 14~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16차 유럽비만학회에서 발표됐다.

조 교수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 표준 및 과체중그룹(BMI 18.5~24.9)에서는 BMI가 1씩 증가 할수록 우울증 위험이 0.7%씩 줄어들었다. 하지만 남성은 비만그룹과 우울증에 상관성이 없었다.

반면 남녀 모두 저체중그룹(BMI 18.5 미만)에서는 정상체중과 비교했을 때 우울증 위험이 여자는 1.42배, 남자는 1.3배 정도 높았고, 고도비만그룹(BMI 30 이상)에서는 여자 1.47배, 남자 1.79배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비만의 경중에 관계없이 비만 자체로 정신건강에 문제가 된다는 기존의 연구와는 다른 것이다.

조정진 교수는 "고도비만이 아닌 경우 반드시 비만이 우울증 위험을 높인다고만 볼 수 없다"면서 "한국인의 경우 마른 체형보다 다소 풍만해 보이는 체형의 소유자들이 상대적으로 자신의 체형에 대한 자기 만족도가 높을 수 있고, 성격도 유연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분석이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볼 때 비만도를 체중과 관련된 기계적 평가만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 성인병의 유무 등 개인의 전체적인 건강상태를 종합해서 진단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이라며 "개인의 특성에 맞춘 비만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