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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의료기관에 AI비상경계령 발령

보건당국이 서울지역 모든 의료기관에 조류 인플루엔자(AI) 비상경계령을 내렸다.

AI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AI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은 처음이다.

7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고열과 기침, 인후통 등 조금이라도 AI증상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발견되면 즉시 보건당국에 신고해 줄 것을 서울지역 모든 의료기관에 통보했다.

특히 고열환자 중에서 이번에 고병원성 AI바이러스 `H5'형에 감염돼 폐사한 것으로 드러난 서울 광진구청 청내 동물사육장에서 기르던 닭과 꿩은 물론 인근의 어린이대공원에서 사육하는 각종 조류 등과 접촉한 적이 있을 경우 각별히 주의해서 증상을 관찰하고 AI가 의심되면 신속하게 보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AI가 발생한 서울 광진구청과 가까운 어린이대공원에는 서울시의 지시에 따라 거위ㆍ청둥오리ㆍ칠면조ㆍ호로새ㆍ당닭ㆍ백한ㆍ꿩ㆍ금계ㆍ황금계ㆍ은계 등 조류 63마리가 살처분되기 직전에 50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고 조류와 함께 사진을 찍는 공식행사도 열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당국이 이처럼 초긴장하는 것은 AI가 이미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게 아닌가라는 심각한 우려 탓이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개방에 따른 광우병 공포가 퍼지고 있지만, 사실 국내에서 광우병은 어디까지나 먼 훗날의 일이다.

그러나 AI는 당장 코앞에 닥친 위험이다.

전 세계 그 어느 대도시보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서울에까지 상륙한 AI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그 어떤 불행한 사태가 벌어질지 모르기에 보건당국으로서는 안절부절 못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AI의 종잡을 수 없는 특이한 행보 때문에 보건당국은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AI는 시기적으로는 추운 겨울에 공간적으로는 닭이나 오리 등 가금류 농장에서 주로 발생했다. 이에 반해, 이번에 유행하는 AI는 고온현상까지 빚는 등 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속에서 농촌지역을 넘어 대도시에까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자칫 18명의 고병원성 AI바이러스 감염환자가 발생해 6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를 빚은 1997년의 홍콩 AI 사례가 국내에서 발생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