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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 교직원 명단 공개 반나절만에 `철회'

서울시교육청이 12일 금품ㆍ향응수수 등의 비위행위를 저지른 교직원의 명단을 공개하겠다던 방침을 반나절만에 철회했다.

시교육청은 교직사회의 청렴도 제고를 위해 비위교직원 명단 공개 의지를 밝혔지만 교원단체 등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자 법적 한계점을 인정하고 자진 철회했다.

시교육청은 교직사회에 강력한 철퇴가 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중처벌ㆍ인권침해 가능성에 대한 의견수렴이나 법률검토를 제대로 거치지 않아 `탁상행정이란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 오전 `강력 추진한다더니 오후엔 돌연 철회 = 시교육청은 12일 오전 비위교직원의 명단을 공개한다는 방침이 알려지자 이는 청렴도 제고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효중 서울시교육청 감사담당관은 "이미 법률자문을 거쳤고 공개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까지 들었다"며 "별도 규정이 없어도 명단을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품ㆍ향응수수, 성폭행, 시험지유출 등의 중대 범법행위를 저질러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고 개인의 명예ㆍ인격권 침해보다 공익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공개한다는 기준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방침이 알려진 뒤 교원단체 등이 강력히 반발하고 법적 근거가 미약하고 이중처벌 소지가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되자 시교육청은 오후 비위행위자 명단 공개 방침을 철회할 것이라고 번복했다.

구효중 감사담당관은 "비위행위자 명단 공개에 대해 관련 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법적인 한계점과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 명단 공개 방침을 결국 철회하게 됐다"고 말했다.

◇ 법적 근거 미비ㆍ이중처벌 논란 = 시교육청이 비위교직원의 명단을 공개한다는 방침을 반나절만에 철회한 것은 우선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이중처벌 및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시교육청은 이날 오전 "별도의 법령 없이도 내부 지침을 통해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며 법률 자문도 거쳤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어떤 법령에 근거해 비위행위자의 명단을 공개할 수 있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시교육청 관계자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가능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번 방침은 이름, 나이, 생년월일, 주소지 등을 공개하고 있는 성범죄자와 비교해 봐도 쉽게 구분이 된다. 성범죄자는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이라는 근거 법률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도 비리변호사에 대해서는 사례를 공개하고 있지만 이름 등 별도의 명단을 공개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위행위자 명단 공개는 `이중처벌의 문제도 있다. 이미 행정적 징계와 법적 처벌을 받은 사람을 당시 명예ㆍ인격권을 침해하면서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온당한 것이냐는 지적이다. 당사자 뿐 아니라 그 가족에게도 피해를 주는 등 인권침해의 소지도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변호사 5명에게 법률자문을 받은 결과 모두 인권침해를 문제로 지적했다"며 "법적인 토대도 없이 교육감 지침으로 비위행위자라고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 교원단체 강력 반발…"행정적ㆍ법적처벌 강화해야" = 교원단체들은 비위교직원 명단 공개는 너무 가혹한 처사라며 기존의 행정적ㆍ법적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청렴도 제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현인철 대변인은 "학교 현장에 불법찬조금을 포함해 학교비리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행정적, 법적 처벌을 강화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가혹한 처사인 명단 공개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비위교사를 교직사회에서 쫓아내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나 찬성하지만 이중처벌 논란과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이번 방침은 당연히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박범이 서울지부장도 "이미 법적 절차에 따라 형사적, 민사적 판단을 받은 사람에 대해 교육청이 범죄자로 다시 처벌하는 것은 이중처벌과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이런 일로 교사와 학부모간의 신뢰성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 `극약처방 꺼낸 배경은 = 시교육청이 당초 비위행위자 명단 공개라는 `극약처방을 꺼낸 것은 교직사회의 청렴도를 신속히 제고하려는 의도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2년 연속 국가청렴위원회의 기관청렴도 조사에서 16개 시ㆍ도교육청 중 꼴찌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런 상황에서 `맑은 서울교육을 캐치프레이즈로 지난해부터 금품ㆍ향응수수 등 비위행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가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별로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명단 공개란 `철퇴를 가해서라도 뿌리뽑겠다는 의지가 이번 발상의 토대였다.

명단 공개 대상자도 금품ㆍ향응수수, 성폭행, 시험지유출 등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켜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경우였고 개인의 명예ㆍ인격권 침해보다 교직사회 안팎의 공익을 더 중요하게 간주했던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