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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체서 리베이트 받은 의사 355명 적발

의약품을 납품받아주는 대가로 제약회사로부터 모두 수십억원어치의 금품과 향응을 받아 온 대형병원 의사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엑스레이 등 촬영에 쓰이는 조영제(造影劑)를 납품받는 대가로 제약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 등)로 의사 355명과 엑스레이 기사 2명을 적발해 모 국립병원 이모 원장 등 의사 44명과 엑스레이 기사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은 금품수수 규모가 적은 의사 311명은 소속 병원 및 보건당국에 비위사실을 통보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 등)로 박모씨 등 4개 다국적 제약업체 관계자 6명도 함께 입건했다.

이번에 적발된 의사들이 소속된 병원은 100여곳으로 이 가운데 국내 최고 수준의 유명 대학병원과 국공립병원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고 경찰은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특정 업체의 조영제를 신약(新藥)의 효능 및 안전성 검증 절차인 PMS(Post Marketing Surveillanceㆍ사용후 성적조사) 명목으로 납품받아주고 500만∼6000만원을 받는 등 2005년 1월부터 2007년 2월까지 모두 28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제약사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고 회식비를 대납토록 하는 한편 항공권을 제공받는 등 수천 차례에 걸쳐 20억원어치의 향응과 금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에 적발된 의사들 가운데 납품 대가로 제약사로부터 1000만원짜리 그림이나 컴퓨터, 냉장고를 선물받거나 장모의 회갑잔치 비용을 대납토록 한 사례도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조사결과 이들이 납품받은 조영제는 이미 시중에 유통 중인 제품이어서 PMS 대상 의약품이 아닌데도 PMS 명목으로 납품받고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약사법은 신약의 경우 효능과 안전성 검증을 위해 품목허가를 받은 뒤 4∼6년에 걸쳐 600∼3000 건의 투약사례를 조사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재심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조사에 참여하는 병원은 보통 건당 20만원의 사례비를 받는다.

제약사와 의사들 간의 리베이트 거래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제약시장 규모와 리베이트 비율 등을 감안할 때 리베이트 거래로 인한 의료소비자 피해는 연간 2조1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리베이트 거래는 의약품의 가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며 "약품 가격과 CT, MRI 촬영 비용이 비싼 것도 리베이트가 의약품 및 의료기구의 원가에 반영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영제 외에 다른 의약품의 납품 과정에도 리베이트가 관행적으로 오가고 있다는 첩보에 따라 보건복지부,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공조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