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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실 보양식은 우유죽과 붕어찜

'의식동원(醫食同源)'이라는 표현대로 좋은 음식은 보약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조선시대 의약서 '의방유취(醫方類聚)' 등은 '음식을 통한 몸의 보양'이란 의미로 '식치(食治)'를 강조했다.

16일 서울대의대에서 열리는 대한의사학회(大韓醫史學會) 창립 6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경인교대 김 호 교수가 발표할 '조선 왕실의 식치 전통'이란 논문에 따르면 조선 왕실은 ▲식치가 약물치료보다 효과가 있고 ▲병치레 후 회복에 도움이 되며 ▲약을 오래 투여하면 입맛을 잃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식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승정원일기' 등 왕실기록을 보면 특별한 보양식이 진상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식품으로 만든 죽이나 약차, 찜이 애용됐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가장 많이 올려진 죽 '타락죽' = 조선왕실의 대표적인 식치 음식은 죽으로, 그 가운데서도 쌀을 불려 간 후 우유를 넣어 끓인 '타락죽(駝酪粥)'이 가장 많이 왕실의 식탁에 올랐다고 한다. 언뜻 이탈리아 음식 '리조또'와 유사해 보이는 타락죽은 왕실에서 늘 복용하던 식치 음식.

타락죽은 원기를 돕고 비위를 조화롭게 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음식으로 여겨졌다. 왕실 음식을 담당하던 부서에서 한두 마리의 암소를 길러 백성에게 피해가 가지 않으면서 늘 우유를 구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는 기록이 승정원일기에 나온다.

임금 가운데서는 숙종이 이 죽을 선호했으며 인조 때에도 타락죽에 대한 기록이 곳곳에 등장한다.

이밖에 열기를 내려주는 약제와 함께 올리던 녹두죽이나 연근의 녹말로 만드는 죽으로 열을 내리고 비위를 보하는 '연자죽' 등이 애용됐으며 소위 위로 만든 '양죽'은 보양음식으로 널리 활용됐다.

◇대표 보양식 붕어찜 = 왕실 보양식이라 하면 특별한 음식을 기대하지만 대부분 특이하거나 구하기 힘든 음식은 아니었다고 한다. 이는 조선 왕실의 절제된 음식문화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가장 널리 진어된 식치 음식은 비위를 조화롭게 하고 원기를 북돋우는 '구선왕도고(九仙王道'米+羔')'. 이름은 거창하지만 떡 또는 쌀과 붕어를 이용한 일종의 붕어찜.

인조, 영조, 효종 때 이 붕어찜에 대한 기록이 여러 번 나오며 나중에 민간에 널리 퍼져 '규합총서'에 제법이 자세히 소개되기도 했다.

특히 효종 즉위년에 신하들이 중전에게 보양을 위해 붕어찜을 권하면서 "붕어찜은 비위를 보하고 원기를 회복하는 '성약(聖藥)'"이라고까지 치켜세우기도 했다.

육류 보양식으로 대표적인 음식은 소의 위를 삶은 요리였으며 누런 닭(黃鷄)과 메추라기도 맛이 좋고 원기를 돋우는 데 효과가 있다 하여 자주 올려졌다.

이밖에 해물 보양은 전복죽.찜, 굴죽이 있었으며 송이와 같은 산채도 간간이 사료에 등장했다.

특이한 식치 음식으로는 12월 동지에 내린 첫 눈을 받아 모은 '납설수', 모유 등이 간혹 눈에 띈다.

◇원기회복에 인삼차, 열 내리는 금은화차 = 여러가지 약재가 들어간 탕약을 '약제'라고 하고 한두 가지 재료를 달인 것을 '약차(藥茶)'라고 불렀다. 약차는 약제에 비해 잘못 쓰이더라도 큰 문제가 없어 자주 이용됐다고 한다.

사료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인삼차와 '금은화차(金銀花茶)'.

인삼차는 가장 자주 왕실에서 이용하던 약차로 원기를 회복하는 데 사용됐다. 특히 평소 식사로 돌아가기 전 미음으로 비위를 보호하는 동시에 인삼차로 기혈을 보하는 형태로 자주 처방됐다.

금은화차는 열기를 식혀주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침을 맞은 후 우황가루를 섞어 임금께 올렸다.

열성질환에는 칡이 들어간 '건갈차(乾葛茶)'나 생강차도 자주 쓰였다.

이밖에 제주도 어린 말이 겨울에 풀을 먹고 눈 똥을 말린 '마통차'는 눈을 밝히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