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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PL 강화'..제품 가격 낮출까

이마트가 일반 상품보다 저렴한 자체브랜드(PL, Private Label) 상품 위주의 제품운영 전략을 펼치기로 하면서 상품가격 인하 등 업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신세계이마트는 16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존의 제조회사 브랜드(NB, National Brand) 중심의 상품운영에서 벗어나 PL 제품을 강화, NB만큼 우수하면서도 더 저렴한 상품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PL 위주로 상품을 운영하면 기존 협력업체의 납품 구조에서 상품 관리비와 물류비, 마케팅비 등 가격증가 요인을 줄일 수 있게 돼 NB 제품과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최고 40% 까지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고 이마트는 설명했다.

이마트는 품질관리 전담팀과 브랜드관리팀 등 전담조직을 신설, PL제품 품질 및 상품관리를 총괄하도록 했으며 PL 제품 품목을 늘리고 가격대도 고급부터 최저가까지 다변화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마트의 이같은 전략은 NB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기존의 상품운영구조로는 가격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마트 이경상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제품 가격을 낮추면서 동시에 경쟁력과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이마트만의 독자적인 상품을 개발해 가격과 품질 양면에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신세계 정재은 명예회장이 최근 강연에서 유통업체 주도 하의 가격혁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것도 이마트의 PL 강화 전략을 뒷받침한다.

정 명예회장은 이달 초 임직원 대상 강연에서 "일시적인 가격인하가 아닌 상품가격에 대한 근원적이고 혁명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유통 선도기업인 신세계가 나서 유통단계 개선 등을 실천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마트의 'PL 선언'이 업계에 당장 큰 영향은 주지는 않겠지만 중ㆍ장기적으로 상품가격 인하와 PL 강화 추세 가속화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PL제품 매출비율이 9.7%에 불과한 이마트에 비해 홈플러스나 롯데마트 등 경쟁업체에서는 이미 12-20%에 이르고 있으며 선진국에서도 PL 제품 강화는 일반적인 추세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 1위로 매출액 규모가 경쟁업체의 2-3배에 달하는 이마트가 방대한 유통망을 바탕으로 가격이 낮으면서 우수한 제품을 공격적으로 내놓는다면 경쟁 업체들도 PL 확대로 가격인하 추세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원가절감 없이는 가격을 줄이기 어려운 NB 제조사들도 당분간은 시장 영향력 축소를 우려해 PL제품을 견제할 가능성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마트는 일단 대기업 등 NB업체들의 견제가 비교적 덜한 제품군을 위주로 PL제품을 강화하거나 NB업체와 제휴를 모색한다는 방침이지만 장기적으로 상품 유통구조상의 주도권을 NB 제조사로부터 넘겨받겠다는 의도도 내비치고 있다.

이 사장은 "식품과 일상생활용품 분야의 NB업체들의 저항이 거세기 때문에 부분적 협조체제를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연구를 해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결국에는 NB 제조사들도 유통업체의 주문을 받아 PL제품을 생산하는 단계로 접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