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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삼 '有體人蔘'으로 요동인삼과 구별"

한 중국 학자가 고려인삼의 원산지가 중국의 랴오둥(遼東)이라고 제기하자 국내 학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충남도 주최로 16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고려인삼의 역사문화적 가치 재조명을 위한 국제학술 심포지엄'에서 첫 발제자로 나선 웨이쯔강 교수(중국 중산大)는 "역사적으로 고려인삼 원산지는 중국의 랴오둥(遼東)"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삼은 원래 랴오둥에서 생산되어 '요삼(遼參)'으로 불렸는데 고구려가 중국의 랴오둥과 한반도에 강대한 국가를 형성하면서 '요삼(遼參)'의 산지가 고구려의 소유가 되어 '요삼(遼參)'은 고구려 인삼이 되었다"며 "고구려가 당나라와 신라 연합군에 의해 멸망된 후 고구려의 유민들은 대량 남하해 한반도로 갔는데 그때 고구려성에서 성장했던 인삼을 한반도로 가져가서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 학계에서는 이러한 주장은 동북공정과 관련된 중국학계의 보편적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반발했다.

다른 발제자인 이철성 교수(건양대)는 "고려인삼은 인간의 모습을 닮은 '유체인삼(有體人蔘)'으로 요동인삼과는 구별돼 왔다"며 "우리 학계에서는 웨이쯔강 교수의 주장을 이해 할 수 없으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도홍경(陶弘景)의 '명의별록(名醫別錄)' 등 몇몇 중국 자료에서 '고려(高麗)는 랴오둥(遼東)'이라는 기록이 있다고 해서 고려인삼과 요동인삼을 혼동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인 윤재운 박사(동북아역사재단)는 "중국측이 공식적, 학술적으로 고려인삼의 원조가 자신들이라고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상당히 당황하다"며 "중국에 최초로 인삼을 수출한 나라는 고구려이고 고구려 멸망 이후 신라나 발해도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 서역 등에 인삼을 수출한 것으로 보았을 때, 요삼(遼參)이란 용어는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참석자들은 "고려인삼의 원산지가 중국이라는 주장은 큰 틀에서 중국의 의도적인 역사 왜곡으로 볼 수 있으며,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품질의 고려인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간 체계적 연구가 소홀하였고 홍보 및 글로벌 마케팅 전략 등이 미흡하였기 때문에 이제 고려인삼의 국제적 위상이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완구 충남도지사는 "오랜 세월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쳐온 고려인삼의 위상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맞아 우리가 현실을 바로보고 범국가적 차원의 고려인삼의 세계화 촉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희망하면서 이번 심포지엄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웨이 교수는 중국의 중산대학 국제관계학 부교수 겸 한국연구소 부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