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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농산품 지리적표시 보호도 요구할 듯"

유럽연합(EU)이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와인과 증류주에 한정했던 과거 FTA와 달리 농산품에 대해서도 지리적 표시 보호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1일 `EU의 지리적 표시 보호 요구와 대응' 보고서에서 "한-EU FTA가 지리적 표시 대상을 농산품 분야로 확대하는 최초의 FTA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리적 표시제(GIs)란 상품의 품질이나 맛이 생산지 기후나 풍토 등 지리적 특성과 밀접하게 연계돼 높은 명성을 지닌 경우 지리적 명칭을 지적재산권으로 인정해주는 것으로 이 제도가 도입되면 샴페인, 코냑, 스카치 등의 명칭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연구소는 EU가 미국, 호주와의 분쟁과 관련한 세계무역기구(WTO) 패널의 판정과 법 개정 작업을 통해 지리적 표시 대상 품목을 확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했다며 이 같은 전망의 근거를 제시했다.

WTO 이사회 규정은 고기, 유제품과 어육, 과일과 채소, 맥주, 식물추출 음료, 파스타, 빵, 가루반죽, 케이크, 과자 등 대부분 농산품의 지리적 표시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명시했다.

EU는 다음달로 예정된 2차 한-EU FTA협상에서 와인과 증류주는 물론 농산물과 식품 등 농산품에 대한 지리적 표시의 보호를 주장할 것으로 연구소는 내다봤다.

김득갑 수석연구원은 "유럽의 음식 문화와 취향이 우리와 달라 농산품의 지리적 표시를 보호해도 양측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일부 소비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제과.요식업.기호식품 업종에 영향을 미치고 EU의 지리적 표시를 상표로 쓸 수 없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수석연구원은 "EU의 지리적 표시제 확대요구를 국내 농산품의 국제화를 위해 활용하는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하다"며 "한-EU 협상에서 농산품의 지리적 표시 보호에 합의할 경우 국내 농산품도 현지의 등록 절차 없이 EU에서 배타적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국산 쌀의 스위스 수출이 이뤄진 것 처럼 EU 수출시장 개척을 위해 지리적 표시제를 활용할 필요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에는 현재 와인과 증류주 4천200건, 치즈.육류.미네럴워터.올리브유.과일 등 농산물과 식품 730건 등 약 5000건의 지리적 표시가 등록돼 있고 우리나라는 보성녹차 등 농산물 27건과 임산물 11건 등 38개 농산품이 지리적 표시제에 등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