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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코리아 경영권 분쟁 가나?

충북 영동군이 출자한 토종와인 제조업체 와인코리아가 경영권 분쟁에 휩싸일 태세다.

3년 전 22억5000만원을 출자해 이 업체 2대 주주(지분 37.5%)를 확보한 영동군이 자체 회사감사 결과 "원가산정 및 수익성 평가가 곤란할 만큼 경영상황이 불투명하다"며 직ㆍ간접적인 경영참여 의사를 피력했기 때문이다.

1994년 이 지역 포도재배농민 40여명이 결성한 '영동포도영농조합법인'에서 출발한 이 업체는 순수 국산포도를 자연상태인 토굴서 참나무통에 담아 발효시킨 토종와인 '샤토마니'를 생산하는 업체다.

2001년 영동읍 주곡리 폐교를 임대해 생산라인을 옮기고 회사명을 와인코리아로 바꾼 뒤 군납과 성찬ㆍ미사용 포도주를 납품하기 시작했고 2004년 영동군 출자를 계기로 국내 최대 와인업체로 성장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현재 이 업체 최대주주는 창업멤버인 윤병태(47) 대표이사다.

자기지분(37.6%)에다 소액주주(24.9%) 대부분을 우호지분으로 끌어안고 있는 그는 창업 후 줄곧 경영전반을 장악해왔다.

그러나 군수가 바뀐 뒤 영동군과 이 업체의 동반자 관계는 금 가기 시작했다.

전임 군수를 등에 업고 20억원이 넘는 군비를 출자 받은 윤씨가 경영권을 틀어쥔 채 밀실경영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게 군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이유다.

정구복 군수는 10일 이 회사 회계감사결과를 밝히며 "그동안 와인코리아 경영은 군에서 감히 간섭할 수 없는 '성역' 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뒤늦게 정당한 주주(출자기관) 권리를 행사하려 하자 윤씨 측이 '뒷다리를 잡는다'는 식으로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며 "윤씨와 그의 가족 3명으로 구성된 등기이사부터 군 측 인사로 바꿔 결재라인에 앉아 회사경영을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경영실적에 대해서도 "주주총회에서 작년 18억원을 적자낸 것으로 보고됐지만 그마저 100% 신뢰할만한 근거는 없다"며 "윤씨가 부실경영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직을 내놓으면 공모절차 등을 밟아 후임 대표를 선임할 방침이고 회사경영이 정상화되면 출자금도 전액 회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윤 대표는 "정 군수 측이 (자신의 정적인) 전임 군수 때문에 (미운털 박힌 나에게) 괜한 딴지를 걸고 있다"고 발끈했다.

그는 "회계감사 결과는 작년 급등한 포도 값 때문에 원료비가 급상승해 발생한 문제인데 군이 이를 꼬투리 잡아 '경영의 투명성' 운운하며 나를 궁지로 몰아붙이고 있다"며 "영동군과 투자계약협약 때문에 대표로서 회사경영에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주총회에서 적자경영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이미 밝혔다"며 "오는 5월 임기가 끝나는 대표 자리를 내놓으라면 내놓겠지만 최대주주로서 의결권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군 출자금에 대해서도 "군이 회수를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빼주겠다"며 "당장 법원에 공탁이라도 하고 싶지만 먼저 영동군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갖는 자리를 마련한 뒤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내 최초의 테마관광열차인 '와인 트레인'을 개발하는 등 한발 앞선 경영기법으로 토종와인시장을 이끌던 와인코리아가 미국과 FTA체결이라는 불투명한 미래 앞에서 '경영권 분쟁'이라는 또다른 암초를 넘어야 하는 위기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