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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암살자 트랜스지방(下)


<식품업계 ‘제로화’ 선언 봇물>

제과·제빵업체 ‘트랜스지방 0’에 사활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업계 적극 동참
CJ 신기술 개발 ‘퇴출’ 주도적 역할 기대


트랜스지방이 동맥경화 등 성인병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자 식품회사들이 다투어 ‘트랜스지방 제로’를 선언하고 나섰다.

특히 어린이가 주요 고객인 제과업체의 경우, 트랜스지방 제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자녀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부모들이 트랜스지방이 없는 제품을 찾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롯데제과는 올 1월부터 자사 전 제품에 트랜스지방 제로화를 선언하고 포장지에 이를 표시하고 있다. 트랜스지방을 비롯해 열량,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나트륨 등 다섯 가지 영양정보와 당,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함량 등을 소비자들의 눈에 잘 띄는 포장 전면에 표시하고 있다.

2001년부터 스웨덴의 AAK연구소와 트랜스지방 저감화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오리온도 최근 모든 제품에 트랜스지방을 없앴다고 밝혔다. 롯데와 마찬가지로 트랜스지방 함량,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나트륨, 열량 등 영양성분을 포장 앞면에 표시하고 있다.

크라운-해태제과도 오예스, 에이스 등 자사 제품에 트랜스지방을 없앴다. 크라운-해태제과는 2001년부터 네덜란드의 로더스 크라클라 등 국내외 6개 유지 전문업체와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해 트랜스지방 제로를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제빵업체도 트랜스지방 제로화 작업에 나서 던킨도너츠는 미국 FDA(식품의약국) 기준으로 트랜스지방 함량을 제로화한 제품을 지난달 15일부터 전국 매장에 공급하고 있다. 미 FDA는 100g당 트랜스지방 함량이 0.5g이하일 경우 ‘트랜스지방 0’이라 표시할 수 있다.

파리바게뜨는 작년말 자체 테스트를 통해 미 FDA 기준으로 모든 품목의 트랜스지방 제로화를 완료했다.

또 자사 제품중 케이크와 도넛, 페스트리, 크로아상 등 20여개 품목을 외부기관인 한국식품연구소에 검사를 의뢰해 트랜스지방 ‘0’으로 표기가 가능하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는 것.

크라운베이커리는 지난해말 자체 테스트를 통해 전체 90여개 제품의 트랜스지방 함량을 100g당 0.5g 이하로 낮췄으며 페스트리 등 나머지 30여 종의 트랜스지방 제로화 작업도 완료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뚜레쥬르도 전체 120여 개 품목 중 90여개 제품의 트랜스지방 함량을 100g당 0.5g이하로 낮췄다고 밝혔다.

또 양산빵 1위 업체인 샤니는 1월부터 페스트리와 케이크 등 전 제품의 트랜스지방 제로화에 성공해 오는 12월부터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트랜스지방 함량표시를 지난해 9월부터 시행중이다.

삼립식품도 현재 양산되는 전 제품의 트랜스지방을 제로화하고 1월부터 포장지에 함량표기를 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업계도 자발적으로 트랜스 지방 줄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최대 패스트푸드업체인 롯데리아는 2005년부터 트랜스지방을 최소화한 무경화 액체 식물성 팜유를 사용하고 있고, 맥도날도는 3월부터 전 매장의 튀김유를 무경화 식물성 배합유로 교체한다고 밝혔다.

한국 맥도날드는 “새로 도입하는 튀김유는 FDA가 정한 트랜스지방 함량 제로 표기 가능 수치보다 함유량이 낮으며 고유의 맛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식품회사 CJ는 지난해 말 효소 공법을 활용해 식품에 포함된 오일의 트랜스지방 함량을 1% 수준으로 낮추는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3년여의 연구 끝에 상용화에 성공한 이 기술로 만든 제품은 미국 기준을 적용했을 때 ‘트랜스지방 0g’(0 grams Trans Fat) 표기가 가능한 수준이다.

특히 CJ가 적용한 효소 공법은 기존의 화학 촉매제 대신 사람 몸에도 존재하는 지방 효소를 이용한 것으로 환경 친화적이며 가공비가 적게 드는 이점이 있다.

CJ는 우선 이 기술을 CJ가 만드는 제품에 적용하는 데 이어 다른 가공식품업체들에도 전수해줄 계획이다.


<‘달콤·바삭·고소’ 주의 요망>

트랜스지방 몸속 축적 배출 어려워
튀김요리에 식물성 식용유 활용해야
볶음밥 등 조리시 마가린 사용 금물


어린이들이 즐겨 먹는 과자, 도넛, 감자튀김 등엔 ‘몹쓸 지방’인 트랜스지방이 잔뜩 들어 있다.

트랜스지방이 동맥경화, 비만 등 성인병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가족들, 특히 자녀들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주부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처럼 트랜스지방의 유해성에 대한 경고가 확산되고 있지만 가정에서 이를 완전 퇴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주위엔 여전히 트랜스지방이 들어 있는 식품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조용한 암살자’로 불리는 트랜스지방은 일단 몸 속에 들어오면 인위적인 노력으로는 배출할 수가 없다. 요즘 유행하는 디톡스 요법으로는 없앨 수가 없으므로 섭취를 줄이는 게 상책이다.

이에 3끼 식사를 비롯하여 쿠키, 햄버거 등 간식을 직접 만들어 가족들의 건강을 지키려는 주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튀김이나 케이크, 가공식품 등에 들어 있는 트랜스지방은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맛을 내기 때문에 어린이나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들의 입맛도 유혹해왔다.

가정에서 트랜스지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튀김음식을 만들 때 쇼트닝보다는 액상 식물성 식용유를 사용하고 기름을 반복 사용하거나 튀긴 음식을 다시 요리해 먹는 것을 피해야 한다.

튀김은 종이에 건져 기름기를 제거한 뒤 먹도록 하고 특히 식물성 액체 기름은 소량을 구입해 빨리 사용하고 뚜껑을 닫아 어두운 곳에 보관해야 한다.

또 고기나 생선은 튀기지 말고 찌거나 구워서 먹고 야채는 기름에 볶기보다는 데치거나 신선한 그대로 섭취하는 게 건강에 이롭다.

김치볶음밥, 오므라이스 등 밥을 볶을 때는 마가린 사용을 자제하고 토스트는 토스터기에 구워 마가린이나 버터 대신 잼 등을 발라 먹는다. 마가린을 굳이 사용해야 할 경우엔 1 작은술 이하가 적당하다는 게 영양학자들의 조언이다.

간식뿐 아니라 술안주로도 인기가 있는 후라이드 치킨은 바삭바삭한 껍질을 벗기고 먹고 어묵·유부·라면 등을 조리할 땐 뜨거운 물을 한 번 끼얹어 기름을 뺀 뒤 조리하는 것이 좋다.

트랜스지방의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식품을 피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나 어쩔 수 없는 경우, 고소하고 바삭바삭한 맛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건강을 지켜주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현명하다.

가정에서는 또 치킨·도넛 등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입맛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고 외식이 잦은 직장인은 식품 선택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아이들이 즐겨 먹는 빵과 과자류는 원재료명에 쇼트닝, 마가린 등 경화유를 사용했다고 표시된 제품은 피하고 꼭 사야 할 때는 함량이 적은 것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