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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ℓ에 500만원에 팔린 귀한 덧간장을 보존해 화제가 된 충북 보은 99칸짜리 선병국 고가(宣炳國 古家.국가 중요민속자료 134호)에서 6일 장(醬)을 담갔다.

이 집 맏며느리인 보성 선(宣)씨 영흥공파 21대 종부(宗婦) 김정옥(金貞玉.55)씨는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6일 동안 콩 30가마로 쑨 메주로 장을 담갔다.

작년 10월부터 다섯 달 동안 띄운 메주를 정성껏 씻어 물기를 뺀 김씨는 청정 암반수에 한 해 동안 묵힌 천일염을 풀어 전통방식대로 장을 담갔다.

메주를 씻는 작업에만 동네 아낙네 3명이 꼬박 1주일을 매달렸다.

메주 씻는 작업을 빼면 이 집 귀한 장은 모두 김씨 손을 거쳐 담가진다.

볕이 잘 드는 마당 복판에 자리 잡은 이 집 장독대에서 담가진 장은 유약을 바르지 않은 묵은 장독에 담겨진 뒤 옻나무와 고추, 숯 등을 넣어 잡균과 냄새 등을 없애고 고추와 숯을 매단 새끼줄을 쳐 액막이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 장은 40여일 뒤 간장과 된장으로 나뉘고 이 간장에는 이 집서 350년간 맥을 이어온 덧간장(씨간장)이 가미돼 선씨 종가의 고유한 맛을 내게 된다.

덧간장 속에 살아있는 핵산과 아미노산 등 발효균이 햇간장으로 옮겨져 350년째 같은 맛을 낸다는 게 김씨 설명이다.

이 때문에 발효균을 중히 여기는 이 집은 여느 집안처럼 간장을 불에 달이지 않는다.

대신 천일염을 푼 간수 농도를 조절하거나 옻나무 숯 등으로 잡균을 막아 살아있는 맛을 낸다.

조상 대대로 차례나 혼례. 제사 등 대사 때 쓰기 위해 대를 물려온 이 집 덧간장은 작년 현대백화점서 열린 '대한민국 명품 로하스 식품전'에 출품돼 1ℓ에 500만원의 경이적인 값에 팔려 화제가 됐다.

김씨는 올해 보은군과 손잡고 지역 특산물인 대추를 가미한 장 담그기를 시도했다.

천연 감미료인 대추 향과 단 맛이 부드럽고 깊은 장맛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씨는 "우리 집안은 6.25 전쟁 통에도 장담그기를 멈추지 않을 만큼 장을 중히 여긴다"며 "올 여름 긴 무더위가 예고돼 장 담글 소금물 농도를 짙게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시어머니한테 전수받은 방식대로 담가진 장은 담이 쳐진 장독대에서 엄격히 관리된다"며 "덧간장 맥을 잇는 한편 대추를 고아 만든 고추장과 황토를 가라앉힌 지장(地漿)으로 만든 된장 등 도 만들어 퓨전식품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