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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급식 이대로는 안된다 비리 결탁으로 얼룩진 성역?

학교급식 정책 특단의 대책 절실
구매·입찰 등 전과정 투명해야


학교, 교육 현장의 ‘클리닝 타워’ 드높여야
당국, 비리·결탁 없앨 제도 정비 시급
업계, 공정 경쟁 ·급식질 제고 절실
학부모, 급식 전과정 철저한 감시 활동 필요


믿었던 신뢰의 추락인가. 아니면 비리와 의혹으로 점철된 정권말기의 한몫 챙기기인가. 과연 깨끗한 정화수는 없는 것인가.

심지어 국가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의 교육현장인 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급식사업을 놓고 업계·교육 당국·학교 관계자 등이 비리와 결탁으로 얼키고 설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학교가 급식을 둘러싼 비리의혹으로 교육 본연의 모습을 잃고 있다.

급식·식재료 납품업체 선정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고, 가정과 교육을 담당할 학부모와 해당 교사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거리로 나가 시위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한 학교의 교직원은 "'학교급식 이대론 안된다'며 교육당국의 직영전환 정책, 저질 식재료, 식중독 위험 노출 등 많은 사안이 거론됐으나 학교·업계의 잃어버린 '양심'을 찾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단 학교급식의 입찰과정을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정도의 영세업자가 입찰을 따내는가 하면, 운영위원회에 의해 서류, 사업설명회, 업체 현장점검의 수순이 무시된 채 서류심사만으로 업체가 확정되는 일이 허다한 실정이다.

업체에 과다한 투자비는 물론 여러 가지 명목의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고, 이나마도 몇몇 학교의 경우 학교장의 인척 관계가 있는 업체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업체들도 입찰을 따내기 위해 학교 측과 모종의 타협을 비밀리에 한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로 회자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기부금은 물론 교직원 식당 등 인테리어 투자비도 상당히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교육청 지시사항에도 부당한 기부금 명시를 하지 말라고 하달할 정도로 만연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직영학교의 경우엔 식재료 납품업체 선정에 있어 위탁과 같은 내용의 비리가 자행되고 있고, 일부에선 교장은 물론 영양사·서무부장 심지어 조리사들까지 기부금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식재료 납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입찰에 있어 회사설명회, 작업장 방문은 형식으로 얼마나 돈을 주느냐가 관건이다"라며 "비밀리에 업체가 선정돼 있거나 공개경쟁입찰 조건을 내정 업체에 맞춰 조정돼 있다"고 말했다.

또 업체들도 이같은 학교의 요구와 비리에 의한 결탁관계를 오히려 역이용해 학교 측의 발목을 잡고 있다. A 중학교의 학교장은 "납품업체에 휘둘려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며 "업체들이 위생을 담보로 위협해 학교행정을 좌지우지 한다"며 사정을 토로했다.

한 학교운영위원회의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정업체에 자질논란이 교사ㆍ학부모는 물론 입찰 참여 업체들까지 쉽게 '비리가 아니냐'고 말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지난 6월 사학재단인 예일학원의 경우 산하 서울 예일여중·예일여고·예일여자실업고 등 3개 학교와 운화학원 소속 환일중·고 등 5개 학교교사들은 "재단이 급식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 의혹이 있다"며 학교에서 시위를 벌였다.

교사들은 재단측이 지난 3월 급식업체선정에 있어 공개 경쟁입찰을 무시하고 임의로 업체를 선정했고, 신설업체에 6천여명이나 되는 학생의 급식을 위탁했으며, 기존 업체보다 한끼당 음식재료비를 줄여 계약함으로써 연간 1억5천만원의 추가 이익을 눈감아 줬다고 주장했다.

예일·환일 급식비리 척결 투쟁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교장이 선정 업체명도 모르고, 업체가 신설회사로 자본금이 5천만원에 불과한 영세업체로 학생들을 책임질 자격이 없다"며 "2000년에도 급식업체에 리베이트를 받아 재단 관계자가 실형을 선고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학교 운영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해당 업체에 교장 친인척이 감사로 있어 도덕적 문제가 될 수는 있으나 계약, 절차상 어떤 문제도 없다"며 "현재 업체 스스로 입찰결정을 포기해 새 업체를 선정할 것"이라고 했다.

학부모들도 일부 학교장의 납득할 수 없는 처사에 반발하고 나서고 있다.

B중학교의 경우 위생, 급식 질에 있어 수준유지도 안되는 업체를 또다시 재입찰한데 대해 학교운영위원회 활동을 한 한 학부모는 "학교에 걸려오는 항의 전화의 80%가 급식에 관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계약 만기로 새 업체를 선정해야 마땅하나 문제의 영세 업체를 또다시 고수해 의혹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위탁업체 입찰에 있어서 학교 측의 부당요구도 문제다. C위탁업체의 한 관계자는 "D학교에 급식을 납품하려면 완공된 주방 시설의 감가상각비로 4억5천700만원을 지급하라 했으나 이미 시설이 완비된 데 대해 시설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은 부당한 요구"라고 했다.
식재료 납품에선 초등학교에 가짜 한우고기 등 저질 식재료를 납품하는 사례, 학교가 경쟁계약 지침을 무시한 채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통해 급식용 우유를 다른 학교 구매가보다 최고 비싼 가격에 사들이는 사례 등의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학교를 대상으로 검찰과 교육청이 수사, 감사에 착수하고 있다"며 "학교입장 뿐아니라 정착기에 들어선 급식업계도 이같은 의혹과 비리로 몸살을 앓는다면 더 이상 나아갈 길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