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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 개선 노력 `걸음마' 수준

작년 상반기 서울을 중심으로 대규모 학교급식 사고가 터진 이후 각급 학교는 체계적인 위생시스템을 갖추겠다고 공언했지만 일부 학교는 여전히 식중독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급식사고에 따른 학교급식법의 개정 이후 추진된 직영급식 전환 노력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8∼12월) 서울시내 고교 및 특수학교 310곳의 학교급식 위생안전을 점검한 결과 위탁급식 7개교 등 총 8개교는 체계적인 위생관리시스템 정착과 식중독 발생요인이 제거됐음을 의미하는 B등급 이상을 받지 못했다.

학교급식위생관리지침서는 점검결과를 점수에 따라 A∼E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다. A등급(90점 이상)은 체계적인 위생관리시스템이 정착되고 식재오염 및 세균증식이 차단됐음을, B등급(80∼89점)은 세균증식이 근본적으로 차단되지는 않았지만 식중독 발생요인이 제거됐음을 각각 의미한다.

그러나 S고를 비롯한 위탁급식 7개교와 직영급식 F고 등 8개교는 C등급(70∼79점)을 받았다. 이는 기본적인 관리상태가 양호하지만 식중독 발생요인이 제거되지는 못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D등급(60∼69점) 학교는 없었지만 C등급을 받은 학교 중 S고가 평점 70.4점으로 거의 D등급 수준이었고 B등급 학교 중에도 Y고가 평점 80.0점으로 겨우 C등급을 면한 것을 비롯해 20여곳이 C등급에 근접했다.

반면 위생상태가 양호한 학교는 해성여상고가 97.6점으로 최고였고 이화여고, 불암고, 중앙고, 경일고, 무학여고, 용화여고(이상 위탁급식)와 서울동천학교, 한성과학고, 한빛맹학교, 선화예고, 성베드로학교(이상 직영급식) 등이 A등급 상위권에 올랐다.

작년 학교급식 사고가 발생했던 8개교는 모두 B등급 이상을 받았다. 숭의여고, 경복여고, 경복여정산고, 중앙여고는 A등급, 서문여고, 염광고, 염광여자정보교육고, 세종고는 B등급으로 각각 평가됐던 것.

직영급식 비율은 조사대상 310개교 중 42개교로 13.8%에 불과했다. 작년 학교급식법이 개정되고 교육부가 학교급식 직영비율을 2009년까지 97.3%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추진 성과는 미미했던 것이다.

작년 6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학교급식법에는 2009년까지 학교급식 직영 전환을 미뤄도 좋다는 유예조항이 있는 데다 사고발생시 위탁급식업체가 책임을 지는 위탁급식과 달리 직영급식은 학교장이 책임을 져야 하는 점 때문에 성과가 낮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학교급식네트워크 이빈파 대표는 "위생점검에서 학교들이 좋은 등급을 받았더라도 수치와 현실은 다르다"며 "체계적인 위생체계 확립과 함께 식재료의 질과 유통과정의 투명성이 제고돼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