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집단 식중독 = 여름철 사고'란 공식이 깨졌다.

최근 두 달간 서울 경기, 울산, 춘천, 대구 등에서 노로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한겨울 식중독'으로 모두 670여명이 설사, 복통 등을 호소해 치료를 받았다.

해산물 등에 많이 존재하는 노로 바이러스는 생명체와 무생명체의 중간 단계인 '바이러스'라 세균과 달리 기온이 낮아지면 활동이 더 활발해진다.

건조하고 추운 날씨에 독감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전염성은 세균에 비해 훨씬 높다. 통상 식중독균이 수백만 마리가 몸 속에 들어가야 감염이 되는 것과 달리 노로 바이러스는 수십, 수백 마리만 유입돼도 체내에서 급속도로 증식해 장염을 일으킨다.

사람의 대변이나 손을 통해 옮겨진 바이러스가 다시 음식물에 묻어 다른 사람들에게 퍼지기도 쉽다.

때문에 노로 바이러스는 '공격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서울 경기와 울산에서는 어린이집과 학교, 춘천은 스키장, 대구는 군부대와 제조업체가 각각 피해를 입었다. 지난달 초 미국에서는 한 초호화 여객선의 승객 380여명이 노로 바이러스 식중독으로 곤욕을 치렀다.

학계와 급식업체는 '뚜렷한 예방책이 없다'며 난색이다.

식품에 극미량의 바이러스만 있어도 감염이 되는 상황이라 매일 음식재료 전체를 꼼꼼히 검사하기에는 비용과 인력 등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다.

또 노로 바이러스는 냉동, 냉장으로는 확산을 막을 수 없어 음식을 85℃ 이상의 열에 1분 이상 익히는 것 이외에 다른 박멸법이 없다. 그러나 김치나 무채 등 생식 반찬이 많은 우리 식단에서 모든 음식을 가열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급식 업계의 '하소연'이다.

노로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백신도 개발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 바이러스는 자연 면역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변종이 많아 백신 제조에 필요한 '표준 항체' 확보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의 배근량 보건연구관은 "현재 노로 바이러스 식중독을 근절시키는 방법은 딱히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소비자가 손을 자주 씻는 습관을 들이고 급식 업체가 음식 별로 도마를 따로 쓰고 최대한 위생적인 식자재를 이용해 피해를 극소화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