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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사원 할당 저가판매 업무상배임 `무죄'

영업사원에 대한 음료회사의 과도한 목표량 할당으로 이뤄진 저가판매는 그 손실이 크더라도 업무상 배임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전지법 형사2단독 서 정 판사는 8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모 음료회사 영업사원 A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배임행위로 평가할 만한 사정에 대한 입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서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회사가 정해준 가격보다 낮게 형성된 시장가에 물품을 판매하였더라도 상급자의 명시적 혹은 묵시적 지시에 의한 것이라면 임무위배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본사에서 목표량을 지점에 할당, 영업사원에게 저가판매 형태인 `가판'을 지시하고 이를 묵인한 사실 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가판'은 판매 목표량을 일단 창고에 입고시켜 장부상으로 판매된 것으로 정리하고 추후에 판매하는 방식을 말하는 데 가판 가격은 보통 회사의 권장판매가나 할인가에 비해 낮게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 판사는 "`가판'의 본질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낮은 신분적 지위를 이용해 판매를 강제하는 일종의 사원 판매"라며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가판 가격이 회사의 지정가(권장가 및 할인가) 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했다고 처벌하면 가격하락으로 인한 회사의 손실을 사원에게 전가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을 변호한 황성필 변호사는 "음료 제조판매회사가 영업사원들에게 과도한 목표량을 할당하고 강제로 가판을 통해 판매하도록 하는 관행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피고인 A씨는 대전 모 음료수 회사 영업사원으로 지난 2004년 1월부터 음료수 도매점 등에 제품을 판매하며 회사가 정해준 지정가 보다 싼 가격으로 제품을 납품, 회사에 1억700여만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