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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탐구-김치세계화 어디까지 왔나

사스예방 등 효과 알려져 폭발적 인기
美 헬스지 ‘세계 5대 건강식품’ 찬사

‘한류’ 바람 불구 중국산과 경쟁 벅차
고급화·차별화로 종주국 위상 지켜야


우리 고유의 발효식품인 김치가 세계인의 건강식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치 냄새라면 코부터 막거나 고개를 돌리던 외국인들도 부담없이 즐길 정도로 김치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이다.

특히 김치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예방, 조류인플루엔자(AI) 치료, 성인병 등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일본 등 동남아를 중심으로 김치 열풍이 불었다.

또 올해 초 미국의 건강잡지 ‘헬스’(Health)지가 일본의 낫토 등과 함께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하자 세계 각국에서 열린 식품박람회에서 김치에 대한 관람객들의 관심이 어는 때보다 높았다.

실제로 김치엔 배추와 무 자체의 영양성분은 물론 대표적 항암식품인 마늘과 다이어트에 좋은 고추 등의 양념, 항균작용을 하는 유산균 등이 풍부해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김치가 대표적인 웰빙식품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김치의 저장 기술에 대한 특허출원도 잇따르고 있다.특허청에 따르면 1999년 194건이던 김치저장기술 관련 특허가 2000년 192건, 2001년 248건, 2002~2003년 각 268건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김치 전문업체들도 마구잡이로 들어오는 중국산 김치와의 차별화를 위해 숙성의 비밀을 간직한 김치의 주요 기능을 연구해 명품김치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성식품은 식초로 간을 한 깻잎양배추말이김치와 배추 속에 야채와 해물, 양념을 고루 넣은 미니롤보쌈김치 등 특허김치 2종으로 일본 세계천재회의, 싱가포르 국제발명전시회 등에서 수상해 우리 김치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또 자체 식품연구소에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김치의 생리기능성 연구에 들어간 CJ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김치의 생리학적, 영양학적 기능을 규명해 이를 근거로 해외시장을 뚫을 수 있는 명품 김치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기능성 김치 개발 활기

항암 성분을 강화한 김치, 머리를 좋게 하는 김치, 특정 영양성분이 많이 함유된 김치 등이 개발대상 품목들이다.

김치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이 높아지자 정부도 김치의 세계화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는 김치 수출물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일본 오피니언 리더 김치 구전(口傳) 마케팅’을 시작해 호평받고 있다.

일본 황족과 정치인, 학자, 연예인, 언론인 등 40여 명의 유명인사에게 매주 한 차례씩 한국 김치를 제공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한국 김치의 맛과 안전성을 ‘입소문’ 내주고 입증해준 데 힘입어 ‘기생충알 파동’으로 지난해 말 이후 유례없는 타격을 받았던 김치 수출이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

유통공사는 또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식품박람회 등에 참가해 김치요리 전시 및 시연회를 통해 한국 요리의 맛과 멋을 알리고 있다.

특히 프랑스의 유명 요리학교인 르 꼬르동블루와 공동으로 개발한 김치요리책은 지난 5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구어만드 요리책 영연대회’에서 5000여 권의 출품도서 중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김치 무역수지 적자 반전

그러나 ‘한류’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한 1999년 2만4560톤(7884만달러)의 김치가 수출되면서 전년 대비 80%의 성장률을 기록하던 김치 무역수지가 올해 처음 적자로 돌아섰다. 중국산 김치가 밀려들어온 탓이다.관세청과 농림부에 따르면 올 1~10월 김치 수입액은 7302만 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67.4%가 늘고 수입량은 14만7147톤으로 53.5% 증가했다.

이는 종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의 연간 수입액(5134만달러)과 수입량(11만1459톤)을 모두 경신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김치 수출액은 5837만 달러로 전년에 비해 29.4%나 줄어들어 김치 종주국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졌다.

유통공사 서현동 차장은 “지난해 10월 기생충알 파동의 여파로 김치수출이 전년 대비 30%나 감소했다”며 여기에 환율하락, 수해 등의 피해로 원료부족 사태까지 겹쳐 제조업체들이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 차장은 이어 우리나라가 한·중·일 3국 경쟁체제에 돌입한 세계시장에서 김치 종주국의 위상을 되찾으려면 무엇보다 제조업체들의 브랜드 고급화와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주력시장인 일본을 중심으로 한국김치가 안전하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알려나가는 한편 대만, 미국, 유럽 등 신흥 유망시장을 개척해 수출시장 다변화를 꾀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만든 김치를 세계인이 맛있게 먹게 하려면 계량화된 요리법과 먹는 법의 개발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