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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년 전통 명품간장 '상품화'

충북 보은군이 350년간 전통 장맛을 이어온 종갓집 며느리와 손잡고 특산물인 대추, 황토를 활용한 장(醬)류 개발에 나선다.

군은 외속리면 하개리 아흔아홉칸 전통한옥(선병국 고가·국가중요민속자료 제134호)에 살며 옛 방식대로 장을 담그는 보성 선씨 영흥공파 21대 종부 김종옥(54)씨와 손잡고 '대추 고추장'과 '황토 된장' 등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군이 파트너로 잡은 김씨는 30년 전 이 집안에 시집온 뒤 대대로 물려온 350년 된 덧간장을 보존해 화제가 된 인물.

시할머니와 시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씨간장에 해마다 새로 담근 햇간장을 부어 차례나 제사용으로 20ℓ 가량 보존되는 이 집 덧간장은 지난 4월 현대백화점서 열린 '대한민국 명품 로하스 식품전'에 출품돼 1ℓ짜리가 500만원에 팔리며 유명세를 탔다.

이 집안의 귀한 간장 소문을 전해들은 이향래 보은군수는 수백년 전통이 밴 손맛에 지역 특산물인 대추.황토효능을 첨가한 기능성 장 개발을 착안, 김씨를 설득해 승낙을 얻어내고 3000만원의 연구개발비도 세웠다.

이 군수는 "350년간 덧간장을 지켜온 종갓집 맏며느리의 마딘 손이 속리산서 생산된 질 좋은 대추와 무공해 황토를 만나면 제대로 된 '물건'이 나올 것"이라며 "김씨와 보은향토음식연구회에 3000만원의 예산을 절반씩 나눠줘 서둘러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군이 지원하는 돈으로 무공해 콩 10가마(800㎏)를 사들여 메주를 쑨 뒤 내년 정월 대추를 고아 만든 고추장과 황토를 가라앉힌 지장(地漿)으로 만든 된장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씨는 "단맛이 강한 대추는 엿기름 달일 때 쓰고 지장은 간장.된장을 담그는 간수로 써 독특한 향과 효능을 유지시킬 계획"이라며 "장이 담가지면 350년 전의 발효균이 살아있는 덧간장을 첨가해 우리 집안 고유의 맛도 가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군수님께서 여러 차례 집에 찾아와 부탁하는 바람에 마지못해 수락했지만 아직 성공 여부를 점치기는 힘들다"며 "다만 대추나 지장이 예로부터 천연 조미료로 쓰인 사례가 많아 비율만 제대로 맞추면 특유의 효능에다 깊고 그윽한 맛을 내는 장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