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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시험기관의 약효시험자료 조작 사건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조사가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식약청은 일부 시험기관이 복제약의 약효가 오리지널 약과 동일함을 입증하는 이른바 생물학적동등성(이하 `생동성') 시험자료를 조작한 혐의를 포착하고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7개월에 걸쳐 국내 35개 시험기관에서 실시한 647개 의약품의 약효시험자료를 확보해 대대적인 검증작업을 벌여왔다.

의약품 품목당 수천 페이지가 넘는 시험자료를 일일이 확인하느라 많은 시간이 걸린 탓에 식약청은 4월25일, 7월6일에 이어 이날(28일) 등 3차례에 나눠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그렇지만, 시험자료를 확보하지 못했거나 검토 불가능한 자료가 아직도 수두룩하게 남아 있어 식약청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식약청은 이들 자료 미확보 및 검토불가 품목에 대해서는 국민 불안감 해소차원에서 연차 계획에 따라 생동성 입증시험을 다시 실시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그 이전에 시중 유통품을 수거해 품질검사를 하는 등 품질 신뢰성 확보에 힘을 쏟는다는 구상이다.

약효시험자료 조작 파문은 제약업계는 물론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약품의 효능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을 초래하면서 제약업계는 신뢰 추락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는 신약만 보험 의약품으로 등재하는 선별목록방식을 골자로 한 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 시행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맞물려 제약업계는 더욱 어려운 처지로 몰린 게 사실이다.

이번 파문은 일차적으로 일부 시험기관의 도덕적 일탈행위에서 빚어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체조제 활성화를 위해 생동성 시험 품목 확대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시험기관에 대한 사후관리를 소홀히 한 의약품 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생동성 시험은 제약사가 복제약 허가를 받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그래서 제약사는 수천만원의 비용을 들여서라도 시험기관에 의약품에 대한 약효동등성시험을 맡길 수 밖에 없다.

제약사들이 "우리는 시험기관을 믿고 시험을 의뢰했을 뿐인데, 약효시험자료 조작의 피해를 왜 우리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식약청은 3차례의 조사과정에서 약효시험자료가 조작된 것으로 확인된 115개 의약품과 생동성 시험을 거친 의약품 제조사를 통해 상표만 다르게 부착하는 방식으로 위탁생산된 169개 의약품에 대해 허가 취소나 판매 금지, 시중 유통제품 회수폐기, 보험급여 중지, 생동인정 공고 삭제, 허가신청서류 반려 등 강력한 행정 조치를 부과했거나 내릴 예정이다.

실제로 이번 파문에 휩싸인 일부 제약사가 이 같은 식약청의 제재가 부당하다며 행정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여진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파문이 우리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만 끼친 것은 아니라는 평가이다.

이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조급하게 앞만 보고 내달려온 나머지 허점을 드러낸 생동성 시험 제도를 새롭게 정비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의약품 생산 기반을 구축할 수 있게 된 점은 불행 중 다행으로 꼽힌다.

식약청은 이번 최종 조사결과를 내놓으면서 생동성 시험 관리에 완벽을 기하지 못해 국민의 심려를 끼친 것을 사과하면서 생동성 시험 제도 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식약청은 약효시험에 참가하는 피험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시험 결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시험기관에 심사위원회를 상설 설치토록 하고 연구자의 윤리의식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며, 시험기관 지정제도를 도입해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생동성 재평가와 실태조사를 위한 전담부서를 신설해 시험기관에 대한 사후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위탁 제조 계약만으로 손쉽게 생동성 인정을 받는 폐단을 막기 위해 위탁 제조품목에 대한 생동성 인정제도를 폐지하고 생동성 시험을 직접 실시한 경우에만 생동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꿀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