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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급식의 품질을 따져야 될 때"

안정적인 급식기반 위한 지자체 협력 식자재 업체 절실···
위탁급식도 정부 지원으로 공정한 경쟁·조화 이뤄 식문화 발전 앞당겨


올 상반기 급식 업체의 식중독 사고가 줄었다. 이는 식약청이 단속을 강화하고, 급식 업계에서 자정 노력을 지속적으로 편 결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급식업계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결과이기 때문에 급식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기린유통 김재권 대표는 급식 사고가 터지면 비판만 있고, 왜 급식 사고가 터지는지에 대한 의문은 없다면서 급식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기업과 학교, 급식 소비자와 지자체가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1) 식약청의 상반기 급식 관련 사고가 줄었다고 발표한지 얼마 안돼 급식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부산에서 발생한 급식 관련 사고는 급식을 부실하게 제공한 업체가 다시 입찰에 참여하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그 업체의 입찰을 막기 위해 시위를 벌인 것이다.

올해 급식 사고가 줄었지만 급식사고는 해마다 일어났고 또 일어날 것이다. 급식 산업이 활성화 된지 10년이 넘었지만 급식 산업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발전된 것이 없다. 이는 급식업계에서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급식 사고가 나면 모든 일은 급식을 책임진 급식 회사만의 책임으로 돌리며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다. 그 비난은 원색적인 비난 투성이고, 대안적인 비판은 없다. 과연 급식 회사만의 책임인지 비난의 손가락을 든 모든 사람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될 일이다.

2) 급식 산업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급식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제 돈내고 제 값에 급식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절대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몇몇 악덕 급식 업자들 때문에 급식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근복적으로 유통 문제가 급식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어서 이 문제를 선결해야 급식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학생들이 급식장에서 두부를 먹기 위해선 5단계의 유통을 거친 두부를 먹어야 된다. 5단계를 거치는 동안 마진을 10%씩만 남겨도 원가의 0.5배나 비싼 두부를 먹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저 입찰, 최저가 전략을 통해 급식을 제공하는 업체에겐 부당이득에 대한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 없다. 이러한 사이클이 되풀이 되기 때문에 급식 문제는 하나도 개선되지 않았고 발전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5단계를 거치는 동안 위생이나 품질에 대해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위생 부분은 국가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품질 부분은 국가, 기업, 학교, 학부모 등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지난해 일어난 만두파동도 위생만 관리하고 품질은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유통상에서의 폐해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3) 급식의 품질이란 무엇이며, 품질을 높이기 위해선 어떤 일이 가장 시급한가?

품질은 맛과 원료의 질, 신선도가 가장 중요하다. 농산물은 나는 시기가 있고, 시기에 맞춰 생산, 소비해야 한다. 제때 나는 농산물을 제 때 소비해야 건강한 것이다. 이것이 품질 관리의 첫 번째 조건이다.

원재료는 생산에서 구입→저장→가공의 처리가 잘 돼야 식자재의 품질을 보장받을 수 있으며, 각 단계마다 꾸준한 연구를 통해 급식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 각 단계를 거칠 때의 식자재 원가를 공개해야 품질 좋은 식자재를 만들 수 있고, 이는 급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학생들을 위한 학교 급식에선 식자재 및 급식의 원가가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 원가가 공개되지 않으면 급식을 제공하는 기업이나 학부모, 학교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된다. 또한 원가가 공개되면 소비자는 기업의 이익을 보장해줘야 된다. 소비자가 기업의 이익을 보장해주지 못하면 품질은 물론, 급식 자체의 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것이다.

기업은 학교 급식에 관해선 돈을 번다는 생각을 버려야 급식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 기린의 경우 학교에 식자재를 납품하면서 이익을 남긴다는 생각보다 육영사업을 한다는 자세로 운영하고 있다.

4) 왜 학교 급식을 육영사업이라고 생각하는가?

식자재 사업을 시작하면서 학교 급식에만 수십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한국적인 풍토에선 아무리 많은 자금을 투입해도 돈을 벌 수 없는 구조적인 모순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왜 급식 사업을 하냐고 물을 수 있지만, 기린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다는 마음에서 사업을 꾸준하게 전개해 나가고 있다. 또한 사업을 하면 할수록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바른 먹거리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급식사업에서 돈 벌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다른 사업을 하라고 권하던가, 돈 벌 생각보다 아이들을 위해서 사업을 하라고 조언한다.

급식사업도 시간이 지날 수록 구조적인 문제들이 해결되고, 바른 먹거리 문화가 정착되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겠지만, 수익보다 더 중요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생각을 갖고 사업을 해야 된다.

5) 중소기업으로 수익보다 바른 먹거리 문화 정착이라는 경영이념을 가지고 사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린유통이 식자재 사업을 벌이면서 안고 있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기린유통이 식자재 전문회사지만, 우리나라에 진정한 의미의 식자재 전문회사는 없다. 영세한 구조도 한 원인이지만, 이 또한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식자재 전문회사가 생길 수 없다.

우리나라 식자재 전문회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농산물이나 수산물을 만들던 사람들이 농산물과 수산물을 식자재로 공급하는 회사로 바뀌면서 식자재 전문회사라 부른다. 식자재 전문회사라면 모든 종류의 식자재를 다 취급해야 되지만, 기업의 영세함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기린유통 또한 엄밀하게 말하면 식자재 전문회사가 아니다. 하지만 식자재 전문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하나의 방법으로 지차체와의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지자체가 발벗고 나서 급식사업에 참여해야 식자재 전문회사가 생길 수 있다. 식자재 전문회사는 지역기반을 바탕으로 설립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식자재 업체는 망한다.

6) 급식은 위탁 급식과 직영 급식으로 나뉘어 있다. 어떤 것이 낫다고 보는가?

위탁 급식과 직영 급식은 같은 급식 사업으로 포함되지만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봐야 된다. 또한 정책적으로도 위탁과 직영은 구분할 수 없다.

두 종류의 급식이 비교, 구분되려면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해야 한다. 직영은 국가의 지원 정도에 따라 급식의 질이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위탁은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비교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같이 비교하고 경쟁하려면 위탁 급식도 국가에서 지원을 해줘야 된다. 지원은 하지 않은 채 위탁 급식만을 비판한다는 건 잘못된 잣대를 가지고 비판을 하는 것이다. 영세한 급식 업체가 질 좋은 급식을 제공한다면 그 회사는 망할 것이다.

최근 학교급식이 직영으로 바뀌는 추세도 문제다. 어느 사회건 경쟁 상대가 있어야 발전을 할 수 있는데, 직영만 발전되면 급식의 질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더 나은 급식을 위해서라도 위탁과 직영이 조화를 이루면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정책적으로 마련돼야 급식 산업 자체에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7) 식자재의 질 문제로 유기농 식자재를 사용하려는 움직임도 나고오 있다. 유기농 식자재에 대한 생각은?

유기농 제품은 쉽게 말해 농약을 사용 안한 제품을 말한다. 하지만 국가에서 농산물의 농약 검사를 철저히 한다면 유기농 제품이란 말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일반 식품도 농약을 사용 안하면 유기농이다. 어려운 것이 아니다. 각자 맡은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커진 것이고, 유기농 제품이 생긴 것이다.

예를 들어 9시 뉴스에 일기 예보처럼 농약 사용량을 알려준다면 농약 사용량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돼지고기와 닭고기의 항생제 사용량을 매일 발표하면 돼지고기와 닭고기도 웰빙 고기, 유기농 고기로 바뀔 것이다.

8) 앞으로 급식산업의 발전과 기린 유통의 비전은 무엇인가?

같이 모여 대화를 나눠야 되는게 가장 중요하다. 유통 문제, 급식의 품질 문제 등,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지를 생각하며 대안을 찾아야 된다.

기업도 왜 영세한지를 먼저 자문한 후에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야 된다. 국가 또한 현재의 급식산업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된다.

현재대로 계속 이어진다면 아무도 급식 사업을 하지 않을 것이다.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수익이 안나는데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기업도 마찬가지다. 수익이 안난다고 편법을 쓰면 안된다. 급식의 경우 한국의 미래를 생각하고 사업을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급식을 제공해야 된다.

소비자도 급식의 원가를 알고 거기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된다. 더 싼 급식을 찾는다면 급식의 품질이나 위생을 따지면 안된다. 제 값 내고 먹는 것이 진짜 남는다는 생각을 가져야 된다. 그래야 급식의 품질이 높아진다.

기린 유통은 인재 육성에 매진하고, 바른 먹거리 정착에 참여하고, 품질과 위생을 모두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40~50개의 식자재 업체들을 규합, 가칭 식자재협회를 설립할 예정이다.

식자재 협회가 설립되면 급식과 식자재를 이원화 시켜 전문성을 확보하고, 업체간 과당 경쟁을 중재하며, 급식업체의 도산을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힘을 모아 바른 식자재 공급에 노력하고, 급식협회와 공조를 통해 급식 산업을 발전을 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