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국회가 치매 명칭 변경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된 바 있는 '치매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되면서 의료계·학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은 지난 24일 21대에 이어 22대에서도 ‘치매’ 병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자 ‘뇌인지저하증’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치매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김 의원이 대표발의한 치매 병명 변경 법안은 22대 국회 들어 서명옥 의원 발의에 이은 두 번째다.
김 의원에 따르면 현행법상 ‘치매’라는 용어는 ‘어리석을 치(痴)’와 ‘어리석을 매(呆)’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에서 전해 받아 사용한 한자어를 우리 발음으로 읽어 사용하게 된 것이나 그 부정적인 의미 때문에 환자 가족에게 수치심을 주고, 조기 진단과 치료를 방해하는 원인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질병의 특징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200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2021년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치매’ 용어 관련 대국민인식조사 결과에서도 43.8%가 치매 용어에 거부감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의 예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같은 한자문화권 국가 중 일본은 ‘인지증(認知症, 2004년)’ 대만은 ‘실지증(失智症, 2001년)’ 홍콩은 ‘뇌퇴화증(腦退化症, 2010년)’이라는 용어로 변경해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은 ‘주요신경인지장애(Major vascular nuerocognitive disorders)’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1년 ‘정신분열병’을 ‘조현병’으로, 2014년 간질을 ‘뇌전증’으로 병명을 개정해 질병에 대한 선입견을 줄이는 데에 기여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초고령화로 인해 치매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 대한민국 치매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노년층 10명당 1명은 치매 환자라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2023년 기준 98만명이던 치매 추정 환자는 2050년 314만명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이에 김 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치매’ 용어를 ‘뇌인지저하증’으로 변경해 치매 환자 및 가족들이 겪고 있는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고, 질병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산해 적극적인 조기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도록 했다.
앞서 지난해 7월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은 치매를 '인지증'으로 변경하고, 치매안심센터를 '인지건강센터'로 변경하는 '치매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서 의원은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치매에 대한 검진을 하고 싶어도 치매에 대한 여러 가지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치매안심센터라든지 더구나 병원에서 치매 검진을 꺼리고 있다"며 "국민의 거부감을 낮춰 조기 검진이 보다 원활하게 이뤄져야 많은 국민들이 조기에 치매.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조 장관은 "치매라는 용어가 어리석다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편견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용어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하고 "다만 일부 의료단체에서 반대하고 있어 협의해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반대 목소리도 작지 않다. 치매 병명 변경을 위한 논의는 지난 2011년 11월 당시 성윤환 의원이 발의한 '치매관리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10여 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도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치매’를 ‘인지저하증’으로,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인지흐림증’,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인지증’,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지이상증’,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경인지장애’,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뇌인지저하증’ 등으로 변경하고자 했지만 해당 개정안들은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관련법 개정 시도가 있을 때 마다 의료계는 "병명 변경할 경우 이에 수반되는 홍보비용, 기관명 변경 등 제반 비용이 크다"며 "명칭 변경도 중요하지만 치매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