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열린 국내 최대 식품 종합 전시회 ‘2024 농식품부 X 코엑스 푸드위크(제19회 서울국제식품산업전, Coex Food Week 2024, 이하 ‘푸드위크’)’는 K-푸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무대였다. '다양성'과 '기술력', '트렌드성'까지 잡은 업체들이 참여해 관람객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했다. '푸드테크' 등 미래 식품 산업의 방향성도 제시했다. 다만 식품 대기업들과 해외 기업들의 참여율이 저조해 '글로벌 식품 전시회' 다운 면모는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 '삶에 변화를 주는 푸드테크'...패티 굽고, 웍질하는 조리 자동화 로봇 선봬
올해 코엑스 푸드위크는 최신 미식 트렌드부터 대체식품, 푸드테크 등 미래 식품 산업의 방향성까지 식품 업계 전반을 아우르며, ‘2024 베이커리 페어’와 ‘2024 월드 푸드테크 엑스포’ 등이 함께 개최돼 볼거리가 넘쳤다.
이번 푸드위크 주제는 '삶에 변화를 주는 푸드테크'다. 이에 올해는 식품 기업은 물론 로봇 기업도 참여했다.
국내 로봇 키친 스타트업 에니아이(Aniai)는 이번 전시회에서 햄버거 조리 로봇 '알파 그릴(Alpha Grill)'을 선보였다. 최대 8개의 패티를 양면으로 동시 조리가 가능하고, 일반적으로 패티 1개 조리하는 데 5~6분의 시간이 걸렸다면 알파 그릴은 1~2분 만에 가능하다.
조리로봇 스타트업 만다린로보틱스는 조리로봇 '로보틱웍(Robotic Wok)’을 소개했다. 로보틱웍은 웍질 모션을 모사해 사용자가 정의한 모션으로 다양한 메뉴의 조리를 지원한다. 숙련된 요리사의 웍질 모션 3800여 개를 수집하고 이른 분석해 창출한 데이터를 로보틱 웍 제어 소프트웨어에 반영했다. 이를 통해 전문 조리원이 없어도 일정한 맛의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CES 2024’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탑테이블’은 3D 푸드 프린터로 만든 디저트를 선보였다. 3D 푸드 프린터에 초콜릿과 버터크림, 치즈크림 등 식재료인 ‘푸드 잉크’를 넣으면 고객이 원하는 모양과 식감으로 음식을 만들어준다.
◇ '직접 맛보고 즐긴다' MZ들의 놀이터 된 전시장..."판매장에서 체험장으로"
차별화된 미식경험을 즐기는 MZ세대의 식문화를 반영한 부스들도 주목받았다.
대체육 기업 위밋은 버섯으로 만든 고기를 시식해 주목을 받았다. 위밋 부스에는 시식을 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비건 식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한 관람객은 "기대하지 않고 먹었는데 고기 맛이 나서 신기했다. 식감도 진짜 고기 같다"고 말했다.
특히 특정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강원도 춘천의 명물 춘천 감자밭은 대표상품인 '감자빵'을 선보였다. 밭에서 갓 캐낸 감자처럼 생긴 외형으로 쫀득쫀득한 맛이 특징이다. 감자밭 부스는 감자빵을 사려는 관람객들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제주 수제만두 전문점 장인의집 부스에는 만두 찌는 시간에 맞춰 많은 관람객들이 몰렸다. 한 관람객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만두찌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많이 사지는 못했다. 제주에서 맛 봤던 그 맛을 서울에서도 맛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전시회 관계자는 "주로 줄을 서는 부스를 보면 MZ세대들에게 유명한 곳이다. 각 지역에서만 팔거나 하다보니까 전시회에서 직접 만드는걸 보고 맛보고 이걸 경험하기 위해서 오는 것"이라며 "예전에는 전시회에서 할인을 통해 싸게 사려고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좀 더 다양하고 재밌는걸 보러 오는 관람객이 많아졌다. 전시회를 관람하는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 '안방 잔치' 한계 넘어야...바이어 상담 실적 매년 감소
올해 푸드위크에서는 국내외 대기업 부스는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글로벌 식품 전시회' 다운 면모는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주최 측은 31개국, 1054개사, 1864개 부스가 참여했다고 홍보하면서 역대 최다 관람객인 약 6만 2000명이 방문했다고 자축했지만 실제 전시회 성과 지표인 국내외 바이어 상담 실적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어 '알맹이 없는 전시회'라는 지적도 있다.
푸드위크 국내 바이어 상담 실적은 2017년 990억원에서 2022년 717억원, 2023년 380억원으로 매년 줄었다. 해외 바이어 상담 실적 역시 2017년 53백만불에서 지난해 6백만불로 88.7%나 감소했다. 올해 상담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다.
전시회에 참가한 한 중소업체 대표는 "중소기업에서는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들여 전시회에 참가한다"며 "판로확대를 위해 국내외 바이어를 만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기불황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잘 열지 않다 보니 바이어들의 상품을 보는 눈도 엄청 까다로워진것 같다. 바이어들과 상담에서 이럴다 할 만한 것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푸드위크 관계자는 "예전에는 대기업 큰 부스가 많았는데 올해는 B2B 업체 등 다양한 업체가 많이 들어왔다"며 "기존 푸드위크는 B2B 위주였는데 일반 소비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B2C로 많이 변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