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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7000원하는 한우가 고깃집 가면 4만원...왜?

'음식점' 유통비용 가장 높아...등심 소비자 판매가격, 농가수취가격서 284%↑
한우농가, 과도한 유통마진 소비 위축 우려...한우지원법 등 중장기적 대책 요구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부모님 생신을 맞아 외식을 계획 중인데 한우 만한게 없을것 같아요. 그런데 너무 비싸서 엄두가 안납니다. 100g에 4~5만을 하니 요즘 같은 불경기에 누가 속 편히 먹을 수 있겠어요."


서울에서 거주 중인 한모(46)씨는 너무 비싼 한우 가격에 외식 메뉴를 바꿔야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그가 가족 모임이 있을때마다 가던 인근 한우전문점의 등심(100g) 가격은 4만원 초반대. 온 가족이 배불리 먹을려면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팍팍한 지갑 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처럼 비싼 한우 가격 탓에 소비자들은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한다. 27일 농촌경제연구원 '2023 식품소비행태조사 기초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가구 내 다소비 육류를 설문한 결과, 대다수의 가구는 '돼지고기(69.9%)'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소고기'를 소비하는 가구의 비중은 14.1%에 불과했다. 전년 대비 소고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가구의 비중은 2.7%p 감소했다. 고금리,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소비자는 한우 가격이 비싸다는데, 정작 한우 농가는 산지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산지 가격은 내려갔지만 소비자 가격은 변동이 없는 상황. 사실 한우 가격이 비싸다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산지 가격이 내려가면 소비자 가격도 내려가서 소비가 활성화 돼야 하지만 여러 단계의 유통 과정을 거치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한우는 농가가 소를 팔아 우시장을 거친 다음 도축장, 경매장, 가공장, 도매상을 거치고 이후 유통업체, 정육점, 식당을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 판매가격이 90~280% 정도 인상된다.


축산물품질평가원 한우 마리당 가격구조 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경우 한우 등심(1+등급)의 100g당 농가수취 가격은 5236원. 이후 유통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는 1만2616원에 판매된다. 정육점의 경우에는 한우 등심(1+등급)의 100g당 농가수취 가격은 5655원, 소비자 판매가격이 1만917원이다. 가공업체와 유통업체를 거치면서 소비자가격이 90~140% 정도 인상되는 셈이다.

 


유통비용이 가장 높은 곳은 음식점이다. 


한우자조금이 지난 5월 16일부터 5월 31일까지 서울 시내 한우전문점 20여 곳의 소비자 판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거세등심(1++)의 농가수취가격은 7277원, 소비자 판매가격은 2만5797원이다. 암소 등심(1++)의 경우에도 농가수취가격은 7043원, 소비자 판매가격은 2만7055원으로 284%나 올라간다.


음식점의 경우 상차림 비용이나 인건비, 임대표 등이 추가로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과도한 유통마진을 챙긴다는 지적이다.


한우농가는 과도한 유통마진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가격 불신이 심화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한우자조금 관계자는 "마트나 정육점에서는 할인행사를 펼치고 있는데, 음식점에서는 행정적인 문제가 있어 불가능하다"며 "한우판매인증점을 활용해 할인 쿠폰 발행 등 다양한 이벤트를 생각하고 있으나 매장 내 포스(POS) 단말기 연결이 돼 있지 않아 만원 팔았는데 십만원 팔았다고 지원 요청이 오면...그런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음식점이나 소규모 개인업자를 대상으로 (할인 이벤트)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유통 구조를 최소화 하는 것은 물론 가격 할인 등과 같은 단기적인 대책과 더불어 한우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한우산업지원법 등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우산업지원법은 21대 국회에서 대통령거부권 행사로 좌절됐다. 이에 전국한우협회는 다음달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우를 앞세운 대규모 집회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