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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서 유해성분 검출? 진실은 이렇습니다

"EO가 아니라 2-CE...기준.규격 불합리 2-CE 잔류량만 별도 관리해야"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대만에 수입된 농심의 '신라면블랙' 일부 제품에서 유해성분이 검출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과 대만이 농심 라면 스프에서 검출했다고 하는 '에틸렌옥사이드(EO)'는 EO가 아니라 '2-클로로에탄올(2-CE)'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EU와 대만이 EO와 2-CE를 합쳐 관리하고 있는 현재의 불합리한 기준․규격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이번 사건이 자칫 대표적인 K-Food인 라면에 대한 흡집 내기용으로 번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국식품안전연구원은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과 캐나다는 안전성이 담보된 EO와 2-CE의 잔류기준 허용치를 갖고 있고, 우리나라도 2021년에 2-CE 잠정기준을 만들었다"면서 "사실 EU와 대만이 라면 스프에서 검출했다고 하는 EO는 사실 EO가 아니라 2-CE다"라고 설명했다.


대만, 농심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사발'서 EO 검출...반송 및 폐기


앞서 대만 위생복리부 식품약물관리서(식약서·TFDA)는 농심의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사발'에 대한 잔류농약 검사에서 발암물질 '에틸렌옥사이드'(EO) 0.075mg/kg이 스프에서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어 대만 식품안전위생관리법 제15조에 따른 잔류농약 허용량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규정대로 1000상자, 1128kg을 전수 반송이나 폐기했다.


태국 정부에서도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사발 일부 제품의 유통을 중단시켰다. 유통 중단 제품은 유통 기한이 내달 4일까지인 제품 480개와 5월 8일까지인 2560개 등 총 3040개다.


국내 식약처, 식품 중 2-EC 잠정기준 30ppm(㎎/㎏) 설정
미국.캐나다, 안전성 담보 EO 7ppm, 2-CE 940ppm 기준치


논란이 되고 있는 에틸렌옥사이드(Ethylene oxide, EO, C2H4O)는 식품 중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에 살균소독용으로 널리 사용되는 무색의 인화성, 고반응성 가스다. 일부 국가에서는 농산물 등의 훈증제, 살균제로도 사용되고 있고, 병원 장비와 의료 용품의 멸균 용도로도 이용된다. 


EO는 국제보건기구(WHO)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흡입 시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한 유독물질이다. 또한 미국에서는 독성물질 관리프로그램 상 'K 등급'으로 인체 발암원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EO는 가스라 식품에 사용되더라도 거의 잔류 되지 않고 2-CE로 전환된다. 그래서 식품에서는 EO가 사용되더라도 대부분 2-CE의 형태로 검출된다. 


2-클로로에탄올(2-chloroethanol, 2-CE, C2H5ClO)은 발암성물질은 아니지만 흡입 또는 피부에 흡수될 경우 높은 독성을 지니는 무색의 액체다. 따라서 저농도에 장기간 노출되거나 고농도로 단기간 노출되면 건강에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다양한 반응에 사용되는 EO의 중간체, 부산물 등으로 생성될 수 있으나 식품 원재료 생산 시 사용되는 유기염소계 등 특정 농약이나, 비료의 2차 대사산물로도 발생 가능하고, 토양이나 환경에도 천연으로 존재해 토양에서 생산되는 라면 스프 원재료인 농산물이나 향신료 등에 일정 농도 존재 가능하다. 


지난 2021년 8월 6일에도 독일에 수출한 라면에서 EO의 대사산물인 2-CE가 검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채소믹스의 2-CE 검출량은 롯트별로 각각 7.4ppm, 5.0ppm, 면에서는 0.18ppm 검출됐었다. 


이 사건 직후 8월 9일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라면 제조업체 현장 조사 및 수거검사를 실시했다. 이어 8월 17일 그 결과를 발표, EO는 모든 제품에서 불검출됐고, 제조 공정 과정에서도 EO 가스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2-EC는 수출용 모듬해물탕면 야채믹스 원재료 중 건파에서 0.11ppm(㎎/㎏), 내수용 모듬해물탕면 야채믹스에서 2.2ppm, 수출용 팔도 라볶이 분말스프에서 12.1ppm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식약처의 위해성 평가 결과, 2-CE의 ‘인체노출안전기준’(일일 체중 kg당 0.824mg) 대비 ‘1일추정노출량’은 전 연령에서 0.3%, 3∼6세 영유아는 0.8% 수준에 불과해 안전하다고 결론이 났다. 이어 2-CE는 국내에서 허용된 물질은 아니나 자연 중 비의도적으로 오염되거나 발생할 수 있어 식품(농‧축‧수산물 및 가공식품) 중 2-EC 잠정기준을 30ppm(㎎/㎏)으로 설정했다. 다만 영‧유아를 섭취대상으로 하는 식품에는 10ppm이 적용된다. 그리고 EO의 경우, 국내에서는 허용되지 않은 물질이라 농약 PLS(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의 일률기준인 ‘0.01ppm 이하’를 적용한다.


미국과 캐나다는 안전성을 담보로 EO의 경우 향신료, 건조허브류에 대해 7ppm, 2-CE는 향신료, 건조허브류, 건조채소류, 참깨 등에 940ppm이라는 높은 잔류허용기준치를 갖고 있다. 미국, 캐나다는 EO를 자국 내에서 농산물 수확 후 처리제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EO, 2-CE 각각에 대해 관대한 잔류허용치를 갖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EU.대만, EO.2-CE 잔류기준 없어


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아직까지도 식품 중 EO와 2-CE 잔류기준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EU는 돌연변이 및 발암성에 대한 우려로 EO를 식품 생산에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잔류허용기준이 없다. 게다가 2-CE를 EO의 대사산물로 보고, 검출된 EO와 2-CE 합을 EO로 표시하며 정량한계 값인 0.02ppm을 기준으로 사용한다.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사발에서는 EO가 아닌 2-CE가 검출됐다. 하지만 EO와 2-CE 합을 EO로 표시하는 EU와 대만의 기준에 따라 EO로 발표된 것이다.


2-CE는 환경에 존재하기도 하고 농약 성분인 EO의 부산물로 발생할 수 있는 유해물질이지만, 발암물질로는 분류되지 않는다.


"EO와 2-CE 합 EO로 표시 불합리해...별도 관리해야"


국내 식품 전문가들은 EU과 대만이 EO와 2-CE를 합쳐 관리하고 있는 현재의 불합리한 기준․규격을 코덱스와 연계해 2-CE 잔류량만 별도로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EU는 잔류허용치도 현재 0.02ppm이라는 실질적인 불검출 값인 검출 한계치를 유지하고 있으나 2-CE가 천연 유래로 검출되는 물질이라는 걸 인정해 잔류허용치를 현실적으로 더 높이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상도 한국식품안전연구원장은 "이번 사건을 보면 지난 2012년 10월 발생했던 라면 벤조피렌 검출 사건이 생각난다. 이미 안전하다고 결론이 난 사안이었으나 국내에서 회수명령이 떨어지자 대만을 위시한 일본, 홍콩,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앞을 다퉈 회수 조치에 동참해 우리 라면 수출기업에 피해를 끼쳤던 사건"이라며 "최근 아시아를 위시한 전 세계 식품 경쟁사들은 우리 대표 수출품인 라면이 인기를 끌자 K-Food를 견제하고 있다.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