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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농가, 스페인 계란 수입 반발..."1500억원 국민 세금 낭비하고 또"

계란 생산량 증가, 가격 보합세 유지..."AI 방역 포기한 정부"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정부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국내 계란 공급 악화 우려를 대비해 해외에서 계란을 수입키로 하자 계란 농가가 반발하고 나섰다.


23일 정부 등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올해 겨울철 고병원성 AI는 지난해 겨울에 비해 22일 일찍 발생했고 철새가 1월까지 계속 유입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국영무역을 통해 2023년 1월 중 스페인산 신선란 121만 개를 시범적으로 수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스페인에서 계란을 직접 수입해 1월 중 판매를 희망하는 대형마트, 식재료업체 등에 공급할 예정이며 향후 수급 상황을 보아가며 추가 수입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같은 정부 발표에 대한산란계협회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무분별한 수입과 국민 세금 낭비 및 농민 말살정책을 즉각 중지하라"며 반발했다.


대한산란계협회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계란가격을 안정시킨다는 명목으로 계란을 수입했다가 판매가 되지 않아서 폐기 비용을 포함해 1500여 억원의 국민 세금을 낭비한 바 있다"지적했다.


그러면서 "계란 생산량도 예년보다 증가(내년 초는 더욱 증가)했고, 가격도 보합세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조류인플루엔자가 창궐하고 있는 유럽에서 과다한 예산을 들여 계란과 병아리를 수입하는 것은 국내 방역관리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1일 4500만여 개가 소비되는 상황에서 121만 개(일일소비량의 2.7% 불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12월 1일 기준 국내의 산란계 사육 마릿수는 전년대비 4.0%가 증가한 7,552만 마리이며, 계란 생산량은 전년 대비 2% 증가했다고 발표하고, 내년 초에는 4%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계란 유통가격은 2022년 12월 현재 전년도 1월 대비 3.6% 상승한 6,717원(30개)이다. 금년도 최저가는 2월 6,326원이고, 최고가는 6월의 6,920원으로서, 생산원가의 70%를 차지하는 사룟값이 56% 상승했음도 불구하고 계란가격은 금년 내내 6천원 중하반에서 견조한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다.


계란 생산농장을 운영하는 경기도의 이모 농장주는 “무분별한 계란 수입은 국제 곡물가 상승으로 사료값이 폭등하고, 일본이나 미국 및 유럽 등이 AI로 산란계산업이 붕괴된 상황에서도 생사를 걸고 방역에 치중하고 있는 산란계 농가들을 두 번 죽이는 행태”라고 분노했다.


안두영 대한산란계협회장은 “계란은 일반농산물과 달리 병아리의 입식시기와 양 조절, 노계의 도태시기 연장 등으로 사전대비만 한다면 계란생산량을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면서 "근원적인 처방 없이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수입이 만능인 것처럼 되풀이하는 것은 결국 국내의 계란 생산 농가를 붕괴시키고 계란의 외국 종속을 부채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산란계협회는 계란가격 안정을 위한 방안으로 ▲농식품부의 이력표시제, 식약처의 난간표시제 등 부처별 중복규제의 철폐, ▲생산자에게 계란직판장 설치지원 및 계란 공급이 많아서 가격이 생산원가를 밑돌 때 구입해 액란으로 냉동 보관했다가 AI나 명절 등으로 계란 공급이 부족할 때 출하할 수 있도록 생산자단체 등에 계란 보관가공공장 설치 지원 등을 제안했다.


또한 안 회장은 “이와 같은 행태는 모든 부처의 산업부서화와 민생안정을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관련 산업을 붕괴시키고 농민을 민생 대상에서 제외하는 윤석열 정부의 이중적 행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무분별한 수입과 국민 세금 낭비 및 농민 말살정책을 즉각 중지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정부에서 예상하는 대로 산란계의 AI 발생이 많지 않으면, 수입 계란은 폐기되고, 국내 계란가격도 폭락할 우려가 있다"면서 "방역에 최선을 다해야 할 정부가 계란 수입의 당위성을 입증하고 계란가격의 폭락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AI 발생으로 많은 닭이 살처분되기를 기다리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017년 계란 가격 폭락으로 중소규모(5만마리 미만) 산란계 사육 농장 59개소(8.7%)가 폐업했고, 생존한 농가도 대부분 지금까지 농신보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경영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