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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일감 몰아주기 논란, 현대차 이번에도 피해갈까

현대차 MZ세대 직원, 단체급식 부당지원 조사 청원
업계 3위 현대그린푸드, 범현대 매출 비중 75% 달해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웰스토리에 사내급식 일감몰아주기 혐의로 삼성그룹에 과징금을 부과한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 내에서도 사내 급식 부당지원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현대차그룹의 단체급식 부당지원을 조사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현대차그룹에서 근무하고 있는 MZ세대(1980∼2000년대생)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이 청원인은 현대차그룹이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식품기업인 현대그린푸드에서만 급식을 제공받는 이유를 조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청원인은 게시글에서 "현대차그룹의 주력 사업은 노동집약적인 특성이 커 모든 사업장에 대규모 급식이 항상 따라다녀야 한다"며 "공정위의 삼성웰스토리만을 향한 고발은 타 그룹 임직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가려지는 처사가 아닐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그룹에 대해 사내급식 일감 전체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삼성웰스토리를 부당지원했다며 2349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청원인은 “현대차그룹에서 주력으로 삼고 있는 사업은 삼성그룹 사업에 비해서 더 노동집약적인 특성을 띄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급식이 모든 사업장에 항상 같이 따라다녀야 한다”며 “그럼에도 공정위의 이번 삼성웰스토리만을 향한 고발은 더 악독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타 그룹의 임직원들이 겪고 있는 진짜 고통이 가려지는 처사”라고 했다.


이어 “주요 계열사 임직원 수를 합치면 약 11만 명인데 점심 식대를 하루 5000원으로 단순 계산하더라도 최소 1300억 원의 연매출이 자연스럽게 현대그린푸드로 향하게 된다”며 “식사의 양과 질은 좋지 않음에도 매년 어떤 방식으로 10만 명이 넘는 회사의 공급사로 선정되는지 (의문스럽다)”고도 했다.


청원인은 또 “식사의 퀄리티라도 좋았다면 임직원이 나서서 이렇게 글을 쓰진 않았을 것”이라며 “단체급식은 도대체 그 식단가의 구성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부실하다. 종종 부실 급식으로 논란이 되었던 유치원 부실 급식 사건들에 비할 정도로 식사의 퀄리티가 엉망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많은 임직원의 불만에도 아직 현대차그룹의 단체급식은 현대그린푸드에서 변경되지 않고 매년 깜깜이로 업체 선정이 연장되고 있다”며 “자동차 부품업체 선정 업무에서는 그 누구보다 눈에 불을 켜고 공정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왜 단체급식 내부 거래에 대해서는 눈과 귀를 막고 있는지 엄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8일 현재 해당 청원은 932명의 동의를 받았다. 

 

 

# 업계 3위 현대그린푸드, 방계그룹 급식사업 매출 74.8%


현대그린푸드의 내부거래 매출 비중은 꾸준히 지적돼 왔다. 방계그룹의 내부거래 매출까지 고려하면 업계 1위인 삼성웰스토리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로, 총수 일가의 지분 비중이 정지선 회장 12.7%, 정교선 부회장 23.8%로 높은 편이다. 계열사 가운데에는 현대백화점이 12.1%, 현대홈쇼핑 25%를 보유하고 있다.


범현대가의 급식 몰아주기로 현대그린푸드는 단체급식 시장에서 1위 삼성웰스토리(28.5%), 2위 아워홈(17.9%)에 이어 3위(17.9%)를 차지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그린푸드가 지난해 소속 기업집단인 현대백화점계열로부터 얻은 일감은 297억원으로 총 매출 6285억원의 4.7%에 불과하다. 하지만 방계그룹인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올린 총 매출은 4703억원으로 급식사업 매출의 74.8%에 달한다. 


공정거래법은 기업이 특수관계자 뿐 아니라 기타 회사와도 상품·용역 등을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모든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방계향 매출이 비정상적으로 발생했다면 이 역시 제재 대상이 된다. 현대그린푸드가 방계 간 부당지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한편, 정몽근 명예회장은 지난 2013년 12월 현대그린푸드 지분 일부를 매각해 장남인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12.67%), 차남인 정교선 부회장(15.28%)의 현대그린푸드 지분율을 30.5%에서 29.92%로 낮춰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 명예회장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피하기 위한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