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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호철 교수(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우리 기술과 천연물로 중풍·치매 치료제 최초 개발


김호철 교수
“오래 오래 사세요.” 이 말은 웃어른을 뵐 때 빠지지 않고 하는 말이다. 비슷한 연배들 끼리 만나면 우스개소리 중에 “벽에 X칠할 때까지 살아라”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진시황은 평생동안 불로장생약을 찾았고, 굳이 대단한 예를 들지 않아도 장수는 만인의 공통된 관심사일 것이다. 하지만 오래 사는 것 자체가 축복이 될 수는 없다.

“벽에 X칠할 때까지”의 말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오래 사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닌 어떻게 오래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지금 한국은 고령화 사회다. 즉 오래 사는 것 자체만이 아닌 어떻게 오래 사느냐를 충분히 고려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대두되는 문제 중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중풍과 치매일 것이다. 치매의 경우 65세의 10%, 85세의 50%이며 120세 이상에서는 100%라고 보면 된다. 중풍의 경우도 단일질환으로서는 사망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중풍과 치매를 부작용 없이 치료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해 화제가 된 경희대 동서의과대학원 김호철 교수는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 중 중풍과 치매를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중풍과 치매에 대해 이렇다 할 치료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그동안 이 골칫거리를 손놓고 보고만 있었던 것일까. 그동안 전세계적으로 40여종의 신경보호제 연구가 있었으나 모두 실패했다. 효능도 효능이지만 중추신경의 억제나 간독성 등의 부작용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신물질의 경우 동의보감에 수록된 193개의 약재 중 뇌신경세포 보호에 효과있는 약재를 복합해 얻은 것”이라며 “이들 약재는 가시오가피, 황금, 오미자, 인삼, 지황 복령 등의 천연물로 쉽게 말해 옛날부터 별탈없이 먹어왔던 식품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풍이나 치매 치료약이 개발됐다는 것은 확실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중풍은 그렇다치더라도 치매를 치료한다는 것은 낯설지 않은가. 치매는 신경세포가 죽는 과정에서 다른 신경세포와 연락할 수 있는 능력이 소실되면서 직접적으로 인체의 기억, 지능 등의 정신적인 기능 저하를 보이는 것이다.

개발한 신물질의 경우 죽은 뇌세포를 재생해 주진 않지만 남아있는 뇌세포의 기능을 활성화시켜주기 때문에 기능적인 복구를 시켜준다. 즉 뇌세포와 뇌세포간의 연결을 활성화 시켜주는 것이다. 중풍은 뇌혈관이 막혀 그 혈관이 지배하는 뇌의 중심영역에 괴사가 발생하고, 중심영역의 주변부에 뇌손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뇌경색이 발생한 후 수시간 내에 주변부의 신경세포가 죽지 않게 방어하는 것이 중풍 치료의 목표”라며 개발한 신물질도 이런 원리라고 말했다. 또한 약재의 성분상 보양의 기능도 있어 힘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줌과 동시에 키워주는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약의 상용화가 반드시 약의 개발과 일치할 수는 없다. ‘상용’이라함은 일상적으로 늘 쓸 수 있어야 하는 것인데 죽은 사람도 벌떡 일으킬 천하의 명약이라도 값이 비싸다면 다수의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 아닌가. 일반적으로 신약을 개발할 때 3천억정도의 개발비 소요되는데 HT008의 경우 30억의 개발비정도가 소요된다.

김 교수는 “소비자 가격이 얼마가 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입원기간 단축 등 사회적 비용절감 효과를 감안하면 환자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 신물질이 상용화되기까지는 5년이 걸린다. 상용화시기 5년의 근거는 기전을 밝히는 것, 약동학적 연구,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부작용, 어떤 제형이 좋은가를 따져보기 위해서다.

“개인적으로 이 연구의 가장 큰 의미는 조상들의 경험이 과학적 분석을 거쳐 세계적 신약으로 개발 됐다는 것에 있다”며 김 교수는 단지 치료제로서의 최초라는 타이틀만이 영광이 아니라 순수한 우리 천연물로 일궈낸 성과라는 측면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개발되는 신약을 통해 국익 뿐만이 아닌 국위선양이 되길 바란다.

박연수 기자/1004@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