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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은실의 맛집 멋집] ● 여름에 어울리는 음식 - 4탄

라면이 아니고 라멘입니다

일본 휴전 레스토랑 바바


한윤종 사장
마치 일본에 온 듯한 깔끔한 실내장식에 일본 여가수 노래가 실내에 흐르고 있고 내부 곳곳에는 일본 여인네의 그림들이 벽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의자도 적당히 쿠션이 꺼져서 마치 내 집 거실에 앉은 것처럼 편안하다.

턱에만 수염을 길러 -내 남편도 그렇다- 짧은 헤어스타일에 안경을 낀 사십대처럼 보이는 남자분이-나중에 알고보니 사장님-콧등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 체 주문을 받으러 와서 추천메뉴를 물어보니 자상하게 설명을 해주신다.

써빙도 음식도 직접 오너가 한다는 것이 딱 일본식이다.

쥔장이 추천한 음식은 삿뽀로 미소 라멘과 볶음면인데 미소라멘은 그 국
물 맛이 어찌나 구수한지 야채를 듬뿍 넣어 돼지 사골 국물에 우려냈다고 한다.

우리 나라 전통 국물 국수는 국물과 같이 먹어야 맛있는 것이 면에는 간이 그다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인데 삿뽀로 미소 라멘은 면에도 간이 되어있어서 국물이 좀 적은 듯한데도 싱거운지 모르고 먹을 수 있었다.

야채는 양배추, 목이버섯, 숙주나물에 양파 등등.. 시원한 맛을 내는 야채는 총집합했다.

면에 간이 되 있는 것이 신기해서 물어보았더니 면 뽑는 집에 래시피를 줘서 특별히 이 집 면만 뽑게 한다고 한다.

볶음면으로 말하자면 가장 먼저 돼지 안심을 볶고 그 다음에 양파, 배추, 새우, 죽순, 목이버섯, 숙주 순으로 볶아서 맨 마지막에 면을 넣어 볶는다고 하는데 이 순서를 꼭 지켜야 한단다.

네모진 접시에 금방이라도 날개를 달고 날아갈 듯한 가쯔오부시가 얹혀져 모양새도 환상적이다.

아삭 아삭 배추 씹히는 소리가 옆 자리에까지 들릴 듯 경쾌하기만 하고 파래말린 것을 가루로 만들어 입안에 감도는 쌉싸름한 맛은 오후의 나른함을 말짱하게 씻어주었다.



바바는 일본에서 받아들인 다른 나라 음식을 일본에서 자기 식대로 리모델링해서 다시 세계로 히트를 시킨 것들만 취급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라멘이라고 한다.

다들 알겠지만 라멘은 원래 중국 식품이다.

이차 대전후 식량이 부족해 중국집에서 음식을 하고 남은 뼈-돼지와 닭-로 국물을 내고 역시 쓰고 남은 야채를 볶아 흔한 양념으로 만든 것이 라멘인 것이다.

향미 야채는 당근, 마늘, 양파등을 일컫고 정진 야채는 향미 야채보다는 좀 고급스러운 야채를 말하는데 표고버섯 등이 이에 속한다고 한다.

물론 라멘에는 향미 야채가 들어간다.

일본의 라멘 집은 이십만 개 정도 되는데 그 집마다 다 국물 맛이 다르다고 한다.

우리나라 음식은 대부분 어떤 음식을 말하자면 대충 맛이 비슷하지만 일본은 자기 가게에서 파는 음식의 자존심이 강해서 절대로 남의 스타일을 답습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얼핏 보면 모방의 천재라고 일컬어지는 일본 문화를 볼 때 말이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서도 자기만의 것을 고집한다는 이론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인터뷰를 하는 중에 어느 손님이 오셨는데 이 쥔장 일일이 야채와 간까지 지시를 한다.

어머.. 손님의 취향을 다 아세요? 하고 묻자 단골이시니까요.. 하면서 라멘 집이 성공하기 위한 비결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일본의 모 종합상사 직원이 라멘 집의 성공 비결을 위해 취직을 했다가 이런 주인의 노하우를 배우기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느껴 포기를 했다는 에피소드도 들려준다.

쥔장 한윤종(48세)씨는 자기 나이도 잘 기억해내지 못 할 정도로 젊게 사는 사람이다.

처음 개업은 친구와 둘이 했는데 한씨의 친구는 와세다에서 유학을 하고 무려 칠 년 동안 라멘 집에서 일을 배운 후 한국에서 개업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이 년 전에 이 가게를 열었다고 한다.

지금은 혼자 운영하고 있지만 삿뽀로 라멘의 경우 한국에서 취급하는 집은 이 곳 한 곳 뿐이고 알게 모르게 일본 라멘의 마니아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고 자부심이 대단하다.

인도어를 전공하여 은행에서 국제금융담당 업무를 했다는 특이한 경력의 쥔장은 그의 이력만큼이나 상식도 풍부해 기자의 인터뷰를 즐겁게 했다.

한 씨는 또 음식을 알게 하는 이런 메거진이 많이 있어서 사람들이 쓸 데 없이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음식을 먹어야 하는 폐단을 줄여야 한다며 음식 문화를 향유하지 못하는 현시대를 아쉬워했다.

앞치마 입은 멋 진 쥔장이 만드는 라멘 한 그릇은 입맛 없는 여름에 산뜻한 메뉴가 될 것이다.

바바는 일산 정발산 역에서 롯데 백화점 건너편 I-SPACE건물 일층에 있다.

연중무휴에 48석 규모이고 영업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12시까지.

(031-906-0125)

우은실 기자/silver@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