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우은실의 맛집 멋집] ● 여름에 어울리는 음식 2탄 - 법원리 초계탕

여름 보양, 나보다 좋은 것 나와 봐~~

바야흐로 여름이 턱밑으로 다가왔다.

며칠을 내리쪼이는 햇볕에 진저리가 났는데 이번엔 장마라고 연일 비와 바람을 동반한 태풍 '민들레'가 예쁜 이름값을 못하고 표독을 떨기도 했다.

집안 구석구석에서 찜찜한 냄새가 나고 습기는 어찌나 많은지, 살림은 잘 못해도 청소는 벼락같이 하는 내가 이마에 내천 자를 안 그릴 수 없다.

열심히 일한 그대..떠나라~ 가 아니고 먹어라!

날도 더운데 일까지 하면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될 뿐 아니라 기운도 떨어지는데 보양을 해줘야 하지 않겠나.

해서 찾아간 법원리 초리골에 위치한 '초계탕'집.

초리골을 가는 꼬불꼬불한 길에 들꽃들이 바람에 산들산들… 가는 길도 아름답지만 초계탕집에 도착하면 몇 평이나 될지 알 수 없는 널찍한 운동장에, 주차장에, 언덕엔 자그마한 방갈로까지 타운을 이뤄 아기자기 예쁘기만 하다. 그 날도 일부러 점심시간이 지나서 갔음에도 불구하고 이십 여분이나 기다려야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식당건물은 그다지 화려하지도 크지도 않지만 덥기는 왜 그렇게 더운지 그 흔한 에어컨도 안보이고 찜통이다. 하지만 본 기자 역시 이 곳의 단골이 된지 어언 십년이 넘어가는 걸 보면 좋은 시설과 환경이 단골을 만드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여실히 증명해주지 않나 싶다.

이 곳은 여러 방송사에서도 취재를 많이 나와 익히 아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평양에서부터 시작해서 현재 김성수씨에 이르기까지 4대째 초계탕집을 하고 있는데 김성수씨가 운영한 기간만 30년이라고 하니 그 역사와 전통은 어디에도 견줄 데가 없다.

자리를 떠억 하니 잡고 앉으면 일단 냉장고에서 차디차게 식혀진 냉수와 함께 닭날개가 나온다. 왕소금 콕 찍어서 날개를 뜯고 있노라면 쥔장이 직접 구운 부침개가 나오는데 모밀과 밀가루에 야채를 섞어 아삭아삭 고소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드디어 메인 요리가 등장했다.

얼음 둥둥 띠운 물김치의 국물 맛이란 덜덜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에 식지도 않았던 땀을 식혀주고 닭고기 살을 쪽쪽 찢어 갖은 야채와 함께 푸짐하게 얹은 초계탕을 보면 침이 꼴까닥~
초계탕이라는 음식의 이름이 생소하다면 오리지날 평양식 냉면으로 이해하면 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선 이열치열이라고 해서 여름엔 더운 음식을 먹어야 더위를 이길 수 있다고 했는데 꿩이나 닭요리는 우리 몸을 덥히는 음식으로 여름철 보양식으로 따라 올 음식이 없다 하겠다.

그렇다면 기름기 많은 닭고기를 어떻게 차게 먹을 수 있는지 나처럼 비유 약한 사람은 말만 들어도 속이 미슥거려질 판인데 이
제부터 그 비법을 공개하겠다. 다름 아닌 익힌 닭의 기름기를 일일이 손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열 번 정도의 과정을 거쳐 맨 마지막엔 면장갑까지 동원해서 꼼꼼히 떼어낸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육수에 얹힌 닭고기 맛의 깔끔함은 더운 날 소낙비 한바탕 퍼부은 것처럼 상큼하다. 기가 막힌 육수의 맛은 새콤달콤으로 도저히 설명이 안 된다.

이 집의 특징이 포장을 절대 해주지 않는 것인데 그 이유는 육수의 비밀이 공개될까 저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말해달라고 졸라도 그저 시원하게 하기 위해서 냉장고를 열 개나 쓴다는 것 외엔.

또한 푸짐하기가 비할 데 없이 양이 많아 부침개와 나중에 나오는 냉면은 손님이 달라는 만큼 준다.

일단 닭고기와 야채를 냠냠 하고 나면 그 육수에 냉면을 말아먹는 것으로 마무리하는데 다 먹고나면 뱃속이 시원하다 못해 얼얼하다. 순진한 내 친구와 둘이서 어찌 그리 많이 먹었는지 닭고기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탈이 안 난다는 말만 믿어야지..

쥔장인 김순경씨는 음식에 대한 열정이 남달라서 그가 생각하고 만들어서 정리한 음식에 대한 엑스 파일이 여러 개가 되는데 이것 다 읽고 인터뷰하라고 한 권을 건네준다.

우리가 일상에서 간편하게 끓여먹고는 하는 콩나물국도 늘 하던 방법이 아닌 체로 거기에 적혀있다.

어느새 식혀진 이마의 땀, 그리고 기분까지 선선해진 날이었다. 법원리 초계탕집은 상호를 '초계탕'이라고 등록할 정도로 그 원조를 고집하는 집이다.

법원리 시내에서 의정부 쪽으로 시내를 벗어나면 커다란 돌에 '초리골'이라고 쓰여진 오솔길로 들어가서 백여미터 직진하면 건물이 보인다.

전화 (031)958-5250. 매주 수요일 정기휴일

우은실 기자/silver@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