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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결 칼럼- 복날음식

하지로부터 셋째 경일(庚日)을 초복(初伏), 넷째 경일을 중복(中伏), 입추 후 첫째 경일을 말복(末伏)이라 하며 이를 삼복(三伏) 혹은 삼경일(三庚日)이라 한다.


올해 농사철에 날씨가 너무 무덥고 가물어 걱정이었는데, 때마침 9호 태풍 찬홈의 영향으로 어느 정도 해갈은 된 것 같다. 너무 가문 탓으로 땅이 쩍쩍 갈라지고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내어 온통 나라전체가 메말라 하늘을 원망하며 기우제라도 지내야 된다는 목소리까지 나돌 정도였다. 이처럼 21세기 최첨단을 향해 가면서도 자연의 힘에는 너무 무기력한 것이 인간이다.


그래도 뜨거운 햇볕 덕분에 주렁주렁 열린 과일의 당도는 최고의 수준이라 한다. 그러나 그 밖의 채소들은 가뭄으로 인해 공급이 딸려 값이 올라 서민들의 생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배추 무 등의 값이 폭등하고 있다.


그러나 무더위를 이기는 우리나라 세시풍속행사의 복날 음식은 값이 폭등해도 여전히 인기가 있다. 예부터 여름을 나는 건강식으로 제일 많이 선호하는 것이 삼계탕 이다.


삼계탕은 식욕을 돋우고 보양을 하기 위해 어린 닭의 뱃속에 찹쌀과 마늘, 대추, 인삼을 넣고 물을 부어 오래 끓인 음식으로 처음엔 계삼탕이라고 불렀었다. 연계(軟鷄 : 병아리보다 조금 큰 닭)에 인삼을 넣어 계삼탕이라고 하다가 지금은 삼계탕으로 굳어졌다.


계삼탕이 삼계탕으로 된 것은 인삼이 대중화되고 외국인들이 인삼의 가치를 인정하게 되자 삼을 앞으로 놓아 명칭을 다시 붙인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들이 불고기와 더불어 손꼽는 한국 음식 중 하나이다.


요즘은 삼계탕도 진화하여 새로운 퓨전스타일의 삼계탕이 많이 선보여지고 있다. 전복을 가미시킨 ‘전복삼계탕’. 낙지, 조개 등을 함유시킨 ‘해물 삼계탕’, 누릉지를 가미시킨 ‘누릉지 삼계탕’, 된장 국물과 조화를 이룬 ‘된장삼계탕’, 들깨를 함유시킨 ‘들깨 삼계탕’ 등 복을 이기기 위한 여름보양식으로 특별한 삼계탕이 인기이다.


삼계탕의 주재료인 닭은 동의보감에 성평하고 소갈을 다스리며, 오장을 보익하고 정을 보할 뿐만 아니라 양기를 돕고 소장을 따뜻하게 해준다고 서술하고 있다. 또한 메치오닌과 라이신등의 필수 아미노산의 함량이 높고 동맥경화, 심장병 등 성인병 예방에 좋은 리놀레산 등의 불포화 지방산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삼계탕의 인삼에는 원기회복 및 혈액 순환 촉진, 면역 증강, 암 예방 효과가 있어 닭 과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이라 한다.


그다음 복날음식으로 장어를 들 수 있다. 장어는 스태미너의 원천으로 여름철 보양식으로 인기가 꾸준한 음식이다. 장어에는 단백질과 비타민A, 비타민B, 비타민C가 풍부하고 여성의 피부미용과 피로회복, 노화방지, 정력증강에 좋은 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EPA와 DHA와 같은 불포화 지방산이 많아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며 성인병예방에 좋고 칼슘함량도 매우 높다고 한다.


그중 우리나라에서 스태미너 식품으로 상당히 인기가 있는 ‘먹장어’는 가죽을 벗겨 내도 한참 동안 살아서 ‘꼼지락 꼼지락’ 움직이는 모습이 힘이 좋다고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먹장어는 꼼지락거리는 움직임으로 인해 ‘꼼장어’라는 속칭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부산 자갈치 시장 곳곳에서는 사시사철 먹장어 굽는 고소한 냄새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아나고(穴子)’로 불리는 일본식 이름인 붕장어는 모래 바닥을 뚫고 들어가는 습성 때문에 ‘구멍 혈(穴)’자가 붙은 데서 유래한다. 그리스어로 구멍을 뚫는 고기란 뜻을 가지는 ’Gongros'에서 유래한 것에서도, 구멍을 뚫고 사는 붕장어의 생태적 습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붕장어가 구이뿐 아니라 횟감으로도 인기가 있지만, 일본 사람들은 붕장어 피에 있는 혈액 독을 경계해 날것으로 먹지 않는다고 한다. 부산의 기장에 가면 붕장어의 회를 깨끗이 물로 씻어 짤순이로 짠 다음 깨끗한 타올로 한 번 더 물기를 제거한다. 붕장어 회는  씹을수록 너무 고소하여 혼자 1킬로그램을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민물장어로 불리는 뱀장어가 일명 풍천장어이다. 뱀장어 중에서는 풍천장어가 최고로 대접받는데, 여기서 풍천은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뱀장어가 바닷물을 따라 강으로 들어올 때면 일반적으로 육지 쪽으로 바람이 불기 때문에 바람을 타고 강으로 들어오는 장어라는 의미에서 ‘바람풍(風)’에 ‘내천(川)’자가 붙어 지어진 이름이라한다.
 

복날 보양식으로 민어도 꼽을 수가 있다. 민어는 농어목 민어과의 바닷물고기로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있던 어류중에 하나로 산란기를 앞둔 여름철에 가장 맛있다. 꼬리지느러미는 길고 참빗 모양을 하고 있다. 몸빛은 등쪽이 회청색이고, 배쪽은 연한 흰빛이다. 몸길이는 90㎝에 달한다. 우리나라 서·남해에 분포하며 동해안에는 없다. 전라도의 신도 연해에서 많이 잡힌다.


옛날 조상들은 복날에 보신탕 대신 민어매운탕을 먹었다고 한다. 민어는 체내 지방이 적고 단백질 함량이 풍부해서 맛이 담백하고, 비타민 A, B등 영양소가 풍부하고, 물고기 중에서 소화흡수가 빨라 어린이들의 발육을 촉진하고 노인 및 큰 병을 치른 환자의 건강 회복에 좋으며 민어의 부레는 젤라틴이 주성분이고 콘드로이틴도 들어있어서 노화를 예방하고 피부에 탄력을 준다고 한다.


민어는 여름철이 제철이어서 값도 복날 즈음에 가장 저렴하다. 회를 씹는 식감이 다른 생선회와 약간의 차이가 난다. 여러 부위를 회로 섭취한 다음 맵지 않게 삼계탕처럼 마늘등을 함께 넣어 오랜 시간 끓이면 뽀얀 곰탕 같은 국물이 나온다. 이국물이 여름철 더위를 이기는 최고의 보양식이다.


땀을 많이 흘려 체내의 원기가 빠져나가는 여름에 우리의 조상들은 이처럼 슬기롭게 몸 보양에 최상인 음식을 섭취하며 여름을 이겨냈다. 오존층의 파괴로 더욱 뜨거워진 지구의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우리 몸의 보신에 신경을 써야 할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