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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해찬들 전략적 제휴 ‘끝’

해찬들, CJ에 주권인도청구 소송
된장 고추장 몰래 제조 판매한 계약위반이 불씨


장류전문기업 해찬들(대표 오정근)과 국내 최대 식품전문 대기업 CJ의 전략적 제휴관계가 끝날 위기에 처했다.

해찬들의 기존 주주들(오정근 외 2명)이 전략적 제휴관계에 있는 CJ주식회사를 상대로 경업(競業)금지의무 위반에 따라 주주간 계약을 해지하고 주권양도를 청구하는 소송을 지난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기 때문이다.

이로써 지난 2000년 2월, 50대 50의 지분 구성으로 전략적 제휴를 맺었던 양 사의 관계는 법정싸움으로 가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해찬들은 “CJ가 해찬들의 지분을 50% 소유하게 되면서 경영에 참여해왔으나 계약의 핵심사항인 경업금지 의무를 위반하며 고추장과 된장 등 장류 식품을 제조 판매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해찬들이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한 상표를 CJ의 중국 자회사를 통해 등록하는 등 합작투자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를 파괴하며 해찬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정 경쟁행위를 진행해왔다”고 지적했다.

해찬들은 이에 따라 “계약이 해지될 경우 계약을 위반한 당사자는 계약에 정한 절차에 따라 산정된 가격으로 해찬들 주식을 상대방에게 양도할 의무가 있으므로 CJ가 소유한 주식을 양도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해찬들의 심상욱 홍보이사는 “경업금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합작투자관계가 해소되고 주주간에 소송이 제기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해찬들의 임직원들은 법원의 공정한 재판에 의해 사태가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CJ측은 “양 사가 지난 2000년 2월 체결한 주주간 계약에 의하면 계약 체결일 현재 이미 영위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경업금지 의무에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해찬들의 주장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CJ는 또 “이 문제는 CJ가 기존 주주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현윤 기자/1004@fenews.co.kr


해찬들-CJ, 밀월관계에서 법정 싸움으로

‘경업(競業)금지 의무’등 계약위반이 화근

해찬들 “CJ, 된장 고추장 몰래 제조·판매했다”
CJ “계약위반 아닌 억지 주장이다”

4년여를 이어왔던 해찬들과 CJ의 밀월 관계가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서 마침내 법정 싸움으로 까지 치닫게 됐다.

해찬들과 CJ는 2000년 2월 29일, 해찬들의 연구개발 및 제조 능력과 CJ의 영업능력을 더하면 최고의 장류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로 합작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좁은 국내 시장을 탈피, 해외시장 개척 등을 통해 상생을 꾀하고, 다국적 식품회사로부터 국내 장류산업을 지킬 목적으로 해찬들과 CJ가 50 대 50의 합작에 동의하고 ‘회사의 경영에 관한 주주간 계약’을 맺게 된 것이다.

해찬들의 기존주주들(오형근, 오정근, 오형근의 부인)에 의하면 당시 CJ는 국내 1위의 장류기업 해찬들의 지분을 50% 소유하게 되면서 해찬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휴의 좋은 모델을 만들자는 제안을 했고 이에 따라 CJ는 해찬들에 2명의 이사와 감사, 핵심부서의 관리인력을 파견해 경영에 참여해 왔다.

그러나 당초 약속과 달리, CJ는 주주간 계약의 핵심 사항인 경업금지 의무를 위반하며 장류 식품을 제조 판매하고, 해찬들이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한 상표를 CJ의 중국 자회사를 통해 등록하는 등 합작투자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를 파괴하며 해찬들의 생존을 위협하
는 부정경쟁행위를 진행해 왔다고 기존주주들은 주장하고 있다.

기존주주들이 주장하는 CJ의 계약위반 내용은 우선 ‘다담 찌개전용된장’이란 제품을 CJ푸드시스템이 제조·공급하고 CJ주식회사가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찬들 측은 작년 11월경 CJ가 ‘다담 찌개전용된장’이란 혼합장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담 찌개전용된장’은 된장이 74% 포함된 ‘혼합장’ 식품으로 해찬들은 주주간 계약에 의해 제조·판매가 금지된 제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다담 찌개전용된장’의 용기 형태, 크기, 디자인 등이 해찬들의 ‘해찬들 양념듬뿍 쌈장’과 똑같게 해 제품의 동일성에 대한 혼동까지 유발시켰다는 것이다. 또한 CJ가 ‘다담 오늘은 된장찌개’란 또 다른 된장이 주원료인 혼합장 제품과 ‘이츠웰 알찬고추장’, ‘이츠웰 찰고추장’(CJ푸드시스템) 등 해찬들의 주력인 고추장 제품을 CJ의 고유 브랜드를 부착해 제조·판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CJ는 해찬들과 체결한 주주간 계약에 의하면 계약 체결일 현재 이미 영위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경업금지 의무에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다담’이란 브랜드는 이미 97년 12월부터 출시, 판매해 온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게다가 ‘다담 찌개전용된장’의 원료인 된장은 해찬들로부터 공급받고 있고 올 1월 오형근 회장의 요구로 제품명을 ‘다담 된장찌개양념’으로 변경까지 했으며, ‘다담 오늘은 된장찌개’란 제품은 출시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CJ푸드시스템이 판매하고 있는 고추장 제품 역시 경업금지 대상에서 제외되는 계약체결 이전부터 영위하고 있는 사업이었고, 오히려 계약체결 이후 해찬들에게 제품을 공급해주기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가격을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기존주주들이 주장하는 두 번째 CJ의 계약위반은 해찬들의 경쟁제품을 판매하는 것, 그리고 그 판매회사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CJ가 경쟁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CJ홈쇼핑(구 삼구쇼핑)에 투자했고, CJ홈쇼핑에서 지금까지 해찬들의 경쟁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CJ는 이들의 이와 같은 주장이 비상식적인 억지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시중의 거의 모든 소비재를 판매하는 유통회사인 CJ홈쇼핑을 어떻게 해찬들의 경쟁회사라 할 수 있으며, 장류식품 판매로 인한 매출액이 연 평균 1억원 미만인데 이는 해찬들 매출 1천6백억원과 비교할 수 없는 극히 미미한 수준인데 이를 문제 삼는 해찬들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기존주주들은 해찬들이 중국시장 진출을 준비하면서 중국발음으로 ‘해찬들’과 유사하고, ‘좋은 식품’이란 뜻을 가진 ‘호찬득(好餐得)’이란 상호와 상표를 사용하기로 했으나 이를 CJ의 중국 자회사인 ‘희걸청도식품유한공사’가 조미장, 조미품 등을 사용상품으로 이미 상표등록을 해놓은 상태였다. 해찬들은 이는 경업행위일 뿐만 아니라 해찬들에 대한 부도덕한 부정경쟁행위인 동시에 해찬들의 존립기반을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CJ를 성토했다.

이에 대해 CJ는 이 부분은 경업금지의무의 위반사항이 아닐뿐더러 마치 기존주주들이 일부러 꼬투리를 잡기 위한 수단으로까지 보인다며 거론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CJ는 2000년 해찬들이 CJ와 제휴를 맺고 난 후 2003년까지 매출액은 55.8%가 증가하고, 부채비율은 34.3%p가 감소했으며, 특히 2000년에서 2002년까지는 논산신공장 건설에 440억원이 소요됐는데도 불구하고 재구구조는 더욱 안정화되는 등 경영상황이 많이 좋아졌는데 이제와서 기존주주들이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결국 기존주주들은 CJ의 일련의 행위는 해찬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행위라고 규정하고, CJ의 계약위반행위를 이유로 주주간 계약을 해지할 뜻을 CJ에 전달하면서 계약에서 정한 해지절차에 따라 주식대금 상환을 청구했으나 거절을 당했다. 이에 기존주주들은 지난
5일 CJ주식회사를 상대로 경업금지의무위반에 따라 주주간 계약을 해지하고 주권인도를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기존주주들과 CJ는 갈등과 불신의 골을 메우지 못하고 법정 소송이란 극단의 방법을 선택했다. 이들의 싸움이 기존주주들의 뜻대로 계약을 해지하고 주권을 인도받게 될 것인지, 아니면 CJ의 기대대로 대화로 타협을 이끌어내고 제휴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결론이 나봐야 하겠지만 결국 쌍방 모두 상처투성이 싸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현 기자/tomato@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