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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은실의 맛집 멋집] ● 여름에 어울리는 음식 - 1탄

진짜 입맛 없을 때 가는 곳 일산의 초밥집 ‘스시하나’

여름은 정말 싫다.

먹는 거 좋아하는 내가 입맛이 떨어지는 유일한 계절이 여름이고 뜨거운 음식도 좋아하는데 더워서 못 먹으니 또한 그렇다. 나 같은 사람도 그런데 -워낙 먹는 걸 좋아한다는 얘기- 다른 사람은 오죽 할까 싶어 칠팔월은 여름에 어울리는 음식 시리즈를 준비해 볼까 싶었다.

그 첫 번째로 고른 곳이 일산에 있는 ‘스시하나’ 라는 회전 초밥집.

장마 중에 잠깐 해가 반짝했던 어느 날 따분해서 몸을 꼬고 있다가 순진한 내 친구랑 점심이나 먹을까 하고 나간 일산의 라페스타 거리에서 우연히 발견한 멋진 집이었다. 꼭 인테리어가 멋있어야만 멋진 집은 아니란 것을 확인한 기분 좋은 스시 집이었는데 굳이 이렇게 표현한 이유는 주인과 종업원이 매치가 잘 돼서 식사를 하는 손님이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업소였기 때문이었다. 오후의 라페스타 거리는 보도블럭이 햇빛에 달궈져서 사우나를 연상하게 했다.

눈이 부셔 손으로 햇빛가리개를 만들어 눈을 가리고 어디가 맛있을까 궁리하면서 음식점을 고르는 것도 짜증 날 무렵.. 빨간 파라솔이 이층 테라스에서 반짝 윙크를 한다.

스시를 먹을까 베트남 국수를 먹을까.. 순진한 내 친구는 옆에서 쫑알거렸지만 나는 이미 어디로 가야할지 맘을 정했다. 회전 초밥집은 십 년 전쯤에 유행했다가 곧 사라진 사양산업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래서 어쩐지 식상하게 느껴지기도 쉬운데 스시하나는 입구에서부터 뭔가가 달랐다. 50평 남짓한 공간 한가운데 회전판이 빙글 빙글 돌아가는데 얼핏 봐도 규모가 밖에서 보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깔끔하게 흰색과 자주색, 그리고 검정으로만 인테리어를 한 실내는 환한 조명 아래 처음 보는 듯한 스시들이 나 잡아봐라~~ 하면서 돌고 있었다. 예전처럼 플라스틱 촌스러운 색 접시에 덜렁 두 개 놓인 스시를 상상하셨다면 그건 큰 오해다. 나중에 인터뷰를 할 때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접시도 일본에서 직접 공수한 도자기 접시란다.

음식의 격을 높이는 것은 역시 그 것을 담는 그릇이 아니겠나. 현란한 색깔의 갖가지 스시와 과일, 샐러드.. 없는 게 없다. 더구나 스시를 싫어하는 사람도 선택할 수 있게끔 롤이 준비되어 있는 것도 독특한데 또 하나 스시용 생선은 활어를 쓴단다!!!

스시를 좋아해서 자주 먹지만 활어로 스시를 하는 집은 처음이었다. 더구나 판에 빙글 빙글 돌아가는 것 중에선 처음 본 것들이 너무 많다. 이 집의 메뉴는 초밥과 롤, 군함김말이, 튀김류, 매운탕에 구이류, 조림류, 점심세트 메뉴에 어린이 메뉴까지 다양하기가 이를 데 없다. 제일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롤로써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무려 열 가지나 된다. 새우튀김, 카레, 연어치즈바베큐, 치즈크로켓, 드레곤, 그린피쉬, 아몬드,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이런 롤 이름을 들어보셨는가?

롤을 메뉴로 추가한 이유는 스시를 싫어하는 사람도 메뉴선택에 지장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는 자상한 사장님의 말씀. 이것 저것 접시가 쌓이면서 앞에서 일일이 설명을 해주는 주방장 정준헌 실장은 원래 노는 것이 적성이라며 이 말은 절대
하지 말라고 했다. 너무 맛있어서 이건 어떻게 만드나요? 하고 물어보면 말해 줄 것 같이 생겼는데 절대 말을 안해준다.

가이바시 버터구이는 키조개로 만든 것인데 피망과 양파를 큼직큼직하게 썰어서 버터에 볶아 꽃처럼 예쁜 겨자 잎에 얹어냈는데 얼마나 맛있는지 말하면 입 아프다.

크라비아 맛살롤은 게살과 새우튀김을 얹었는데 대한민국에서는 유일하게 이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롤이라고 주방장은 자랑이 늘어졌다.
메뉴에 있는 것 말고도 일곱 명의 주방 식구들이 늘 연구를 해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한다고 하는데 이러한 철저한 프로정신이 손님으로 하여금 한 시간 여를 기다려도 먹고 가게 하는 것 아닌지 몰랐다.

스시의 생명은 역시 신선인지라 질 높은 음식을 공급하기 위해 회전판에서 삼십 분 정도 돌은 음식은 가차없이 뺀다고도 한다.

인터뷰할라 맛볼라 바빠 죽겠는데 맘좋게 생긴 주방장이 볼그족족 맛있어 보이는 문어를 삶아 앞에 놓는다. 여자한테는 문어가 좋아요.. 피를 맑게 해주거든요.. 하면서. 몸에 좋다면 마다할 것이 뭐있겠나 싶어 얼씨구나 하며 냉큼 문어를 해치웠다.

내 눈을 끌었던 업소 앞 테라스에 있는 파라솔에 앉아 사장인 이태엽(40세)와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담소를 나누는데 역시 아무나 케오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다섯 명의 종업원을 책임진다는 이사장은 종업원과 새벽까지 술잔을 기울이는 소탈함과 대기업 마케팅부서에서 익힌 치밀함을 무기로 이 집을 오픈했다고 한다.

형님 같은 사장님과 동생 같은 종업원이 있는 ‘스시하나’는 분위기와 맛 모두 짱이었는데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일산 장항동에 위치한 라페스타 거리F동에 자리잡고 있다.

정말 여름에 입맛 떨어져서 아무 것도 먹고 싶지 않을 때 꼭 한 번 가보시라. (전화:031-920-9944)

우은실 기자/silver@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