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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은실의 맛집 멋집] ● 평창시리즈-1탄

신선이 부럽지 않은 곳 - 평창 일송정

징글징글한 여름이 또 돌아왔다.

겨울엔 다시는 여름이 오지 않을 것 같더니만 누가 반갑다고 했나 어김없이 돌아왔다. 뜨거운 불볕에 습도는 끈적끈적.. 불쾌지수는 또 어떤가. 하지만 내가 여름을 싫어하는 이유는 또 하나 있다.

날씬한 여자들만 신이 나는 계절이 여름 아닌가.. 하지만 여름은 더워야하고 겨울은 추워야 농사도 잘 되고 그런다니 참아보기로 한다.

그렇다면 여름을 힘들지 않게 보내야하는데 그러려면 나름대로 시원하고 쾌적하게 보낼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름만 들어도 시원할 것 같은 도시 평창.. 이번 주엔 그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요즘 평창엔 해피700이란 로고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사람이 살기 가장 좋은 높이가 해발 700미터라는 이유에서란다.
물 맑지, 공기 좋지, 또 여름에 시원하지.. 이번에 평창에 다녀와서 나는 여름철엔 평창서 살고만 싶어졌다.
평창에 갔던 날은 유난히도 더운 날이었다.

평소에 에어컨 바람을 싫어해서 차에서 에어컨을 잘 틀지 않는 편인데 오전이 지날 무렵부터 공기가 후덥지근해 지더니 고속도로에 들어서서 쌩쌩 달리는데도 바람은 시원해질 줄을 몰랐다.

어쩔 수 없이 에어컨을 틀고 평창에 도착했을 무렵엔 한낮이었다.
일송정 마당에 차를 대고 턱 들어서려니 ‘이리 오너라~~’ 소리가 절로 나올 것처럼 너른 마당에 듬직한 위용을 자랑하는 기와집이 한 채 떡하니 들어서 있다.
신발을 벗고 마루에 올라서니 속이 탁 트이게 넓은 대청에 가야금 소리가 둥기둥 둥당 울리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국악을 좋아한다는 주인은 대금 소리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발이 늘어져 그늘이 진 창 가로 가서 자리를 잡고 앉으니 신선이 부럽지 않다.

열려진 창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고 있노라니 차디차게 얼린 돌에 얌전하게 발까지 한 장 깔려 먹음직스러운 빨간 송어회가 등장이요~~

아무리 날씨가 덥다 해도 소주 한 잔 생각이 안날래야 안 날 수가 없다. 민물 회를 먹지 않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난 민물이고 바다고 가리지 않고 회라면 정신을 못 차린다.

이 곳의 송어 회는 민물 회라고 해도 다른 곳과 조금은 다른데 두껍게 썬 것도 먹음직스럽지만 육질이 단단해서 씹히는 맛이 꼭 바다 생선회를 먹는 것 같다.

더구나 큰 그릇에 이름모를 야채가 듬뿍 담겨져 나와 참기름이랑 직접 갈은 콩가루를 넣어서 송어 회와 같이 비벼 먹는 맛이 또한 일품이다.
회를 싸먹으라고 나온 야채들은 모두 무공해로 마을 생산조합에서 재배하는데 서울에선 보기 힘든 곰취도 있다. 곰취 나물에 싸서 먹는 송어회의 맛은 먹어본 사람만이 알 것. 낮술로 취하면 부모도 못 알아본다는 소리가 있다.

하지만 시원한 송어 회에 맛있는 산나물들과 같이 마시는 소주는 기분 좋은 취기를 가져다 주었다.

이 집에선 송어회 말고도 자랑할 만한 메뉴가 또 있는데 평창하면 유명한 한우가 그 하나고 또 다른 하나는 산에서 방목한 흑돼지가 있다.
평창 한우에 대해서는 말 할 것도 없고 흑돼지로 말하자면 멧돼지처럼 놓아먹여 기름이 많지 않아 담백하다. 더구나 묵혀놓은 김장김치를 빨아서 고춧가루를 털어 백김치처럼 하얀 김치에 싸서 먹는 맛이 기가 막히다.

김치 때문에 일부러 먼 곳에서도 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평창하면 봉평에 메밀꽃 필 무렵의 이효석님의 생가가 있는 것으로 또한 유명한데 흥정계곡까지 있다.

이효석 생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흥정계곡은 벌써부터 주말이면 차가 밀려 그 아름다움을 대변해주고 있어 여름철 휴가지로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숙박을 하기 위한 그림 같은 팬션도 많이 지어져 있어 가족들과의 일박 휴가지로 아주 훌륭하다.

겨울이면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또한 평창이다. 그래서인지 길옆에 스키 대여점이 나래비로 늘어선 것도 이색적이다.

천장이 높고 순 한식으로 꾸며져 있는데다 가야금에 대금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이 곳 일송정은 다른 메스컴에서도 많이 소개 된 평창의 소문난 맛 집인데 70평 넓이에 별관이 따로 있어 단체손님 100명도 충분히 소화한다고 한다.

산 높고 물 맑고 공기 좋은 곳 평창에 자리 잡은 일송정은 서울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면온I.C로 나와 오른쪽으로 약 3키로 정도 달리다 보면 오른쪽에 자리한다. 휴일은 없다고 한다.(전화033-333-7043)

우은실 기자/silver@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