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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내 할랄시장 활성화 어떻게 할 것인가

3월 초 박근혜 대통령의 UAE와의 할랄식품 양해각서 체결 이후 할랄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박대통령의 중동순방 이후 곧 바로 농림축산식품부는 8대 세부 과제를 확정하였는데, 그 세부내용은 정보기반 구축, 생산기반 구축, 전문인력 양성, 상품개발(R&D), 해외 마케팅, 국내인증기관 공신력 강화, 국내 할랄시장 유통기반 조성, 무슬림 관광객 대상 음식 공급 확대 등으로 요약된다. 할랄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할랄산업이 장기적으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국내 할랄시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한국할랄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무슬림 유입 동향과 분석(2014.12)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무슬림 체류민이 2013년 기준 약 12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0.2%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내시장은 협소한 상황이다. 그 결과 최근까지 국내 할랄시장 활성화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현재 식품은 식품위생법에 따라 할랄 인증 표시는 가능하나 광고는 금지되어 있으며 축산물 또한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라 표시 및 광고도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국내 생산 할랄제품은 유통이 거의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할랄제품은 외국에서 수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무슬림들은 양고기와 닭고기와 같은 육류를 많이 섭취한다. 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닭고기를 가장 많이 섭취한다. 이슬람권 국가의 연간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을 살펴보면 중동의 부유한 국가인 GCC 5개 국가(아랍에미리트연합,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가 세계 10위권에 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국가의 1인당 소비량은 2012년 기준 세계 평균 13.2㎏의 4-5배에 이르고 있다. 또한 이들 GCC 국가 이외에도 아시아의 말레이시아(33.8㎏)와 중동권의 이란(20.7㎏)과 터키(17.5㎏)도 평균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양고기의 경우 국내에서 할랄식 도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거의 전량을 호주 및 뉴질랜드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닭고기의 경우도 브라질에서 수입하거나 전용 할랄도계장이 부재한 상태에서 국내산 닭을 전국 도처에 산재해 있는 도계장을 빌려 할랄식으로 도축하여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 도계되고 있는 할랄 닭은 파키스탄의 할랄닭 도계업자에 따르면 국내산 닭을 구입하여 약 40여 개 일반 도계장 중 4-5개를 선택하여 3-4명의 무슬림들이 할랄식 도계를 하고 있다. 한 달에 1-2회 정도 할랄식 도계를 하는데, 한 달에 보통 1-2만 마리 정도 도계를 한다. 일부 대형 도계업자들의 경우는 한 달에 5-10만 마리 정도 도계를 한다고 한다. 도계된 닭은 냉동되어 창고에 보관되며 할랄식당이나 할랄마트에서 주문이 오면 공급한다. 


본 연구원에서 출간한 『할랄경제학』에 따르면 국내 체류 무슬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여 할랄닭고기의 연간 소비량을 추계한 결과 2012년 기준 연간 소비량이 약,6,727톤, 금액으로는 약 384억으로 나타났다. 이 소비량은 전체 연간 국내 닭고기 소비량 약 57만 3,000톤의 약 1.2% 수준에 머물고 있는 정도로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와 더불어 국내산 육류에 대한 할랄로고의 부착과 광고가 원천적으로 봉쇄된 상태에서 정상적인 육류 공급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이 국내 할랄시장이 협소하고 할랄제품의 생산 및 유통과 관련된 법적/제도적 장치도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산 할랄제품의 생산 및 유통은 근본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무슬림관광객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국내 할랄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가 조성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자료에 따르면 무슬림 관광객은 2014년 기준 약 75만 명으로 전체 방한외래객의 5.3%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평균 19%씩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5년에는 82만 명이 방한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지속적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나아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맞물리면서 2017년에는 100만 명이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같이 무슬림 관광객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요인으로는 한류에 따른 우리나라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고 한국의 높은 의료수준과 저렴한 의료비에 따른 의료관광객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들이 국내에서 가장 큰 애로를 겪는 것이 음식이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무슬림들이 믿고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은 한국이슬람교중앙회로부터 공식적으로 할랄인증을 받은 여섯 개 식당과 외국인 무슬림들이 스스로 할랄식당으로 인정한 41 개 식당 등 채 50개 식당이 채 안 된다. 할랄식당의 부족으로 무슬림 관광객들은 가방을 두 개 가져온다고 한다. 하나는 일상적인 용품을 보관하고 다른 하나는 할랄 관련 음식을 보관하는 가방을 가져오는 등 음식으로 큰 곤란을 겪고 있다. 그리고 빵으로만 식사를 할 정도로 할랄 식당의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무슬림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할랄식당의 증설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가 국내 할랄시장을 활성화와 결정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무슬림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종교적인 문제를 떠나 할랄식당 육성을 위한 지원 대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할랄도축장 설립도 국내 할랄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할랄식품은 원료의 공급부터 가공-포장-저장-운송-판매에 이르는 모든 가치사슬(과정)속에서 할랄무결성(Halal Integrity)이 유지되어야 한다. 특히 육류의 경우 할랄식으로 도축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도축된 고기가 가치사슬의 첫 단계인 원료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할랄 전용 도축장이 시급하게 설립될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점에 주목하고 전용 할랄도축장 개설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국내 할랄시장 활성화를 위해 식약처에서 국내외에서 할랄 기준에 따라 제조, 수입된 제품에 대해 표시 또는 광고를 할 수 있게 하고, 식약처장이 인정하는 인증기관에서 할랄인증을 받은 제품에 대해서도 표시 또는 광고를 할 수 있게 관련 법령을 개정한다는 것도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조속한 시일 내에 무슬림 관광객 유치를 위한 할랄식당의 증설이 이루어지고, 할랄제품 유통 관련 법령 정비와 함께 원활한 원료공급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할랄도축장이 설립됨으로써 국내 할랄시장이 우선적으로 활성화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토대로 방대한 할랄식품시장 진출도 보다 용이하게 전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