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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은실의 맛집 멋집] ● 플로리안

시원한 바다 바람 같은 분당 커피 전문 Caf'e

쌍팔년 도에는 작업 하는데-무슨 말인지 아는 분은 다 안다.- 필요한 맨트가 고정되어 있었다.

그것이 바로 ‘아가쒸.. 시간 있으면 커피 한 잔..’ 인데 사실 그 시절만 해도 커피는 소위 말하는 파출부커피로 커피, 프림, 설탕 모두 듬뿍 넣어서 달짝지근한 맛으로 마시는 거였다.

그래서 다방에 가면 음악을 틀어주는 머리 덥수룩한 디제이가 능글맞은 목소리로 멘트를 하고 틀어주는 음악에 마치 마니아처럼 심각한 얼굴로 커피를 홀짝 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 때만 해도 커피를 전문적으로 내려서 파는 곳이 많진 않았지만 지금은 외국에 나가서 배워오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친구와 늦은 점심을 하고 어디 좋은 커피 전문점 없냐고 물었더니 데려 간 곳이 플로리안.

플로리안은 입구에서부터 커피 향이 진하게 풍겨와서 천장에 매달려 있는 조명등 안에 커피 원두가 들어있어서인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 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그렇기도 하지만 커피를 직접 내려서 그렇지 않겠냐고 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블랙 앤 화이트의 세련된 내부가 눈을 시원하게 한다. 까페나 커피 전문점 같은 경우 선호하는 실내장식의 칼라는 대부분 그렇기도 한데 여간해선 잘 꾸미기 힘든 것이 또한 블랙 앤 화이트 톤이다. 절제된 색이면서 또한 잘 못하면 촌스럽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로리안은 요소 곳곳에 배치된 소품으로 그 맛을 살렸고 소품 또한 너무 많지도 그렇다고 적지도 않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기만 하다.

주인 황규태 씨가 직접 인테리어를 했다고 하는데 실내에 흐르는 음악 역시 째즈로 분위기와 아주 걸맞는 선곡이 듣는 사람을 부담스럽지 않게 했다.
이 곳의 주인장은 커피 마니아로 분당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손님 층이 두꺼운데 그 중엔 이름을 대면 깜짝 놀랄 정도의 연예인도 상당수 있다고 한다.

이 곳의 커피는 이태리식 에스프레소를 기본으로 한다는데 커피를 전문적으로 뽑는 일을 하는 바리스터란 직업의 매니저를 고용해서 커피의 맛을 최상으로 즐길 수 있게 배려했다.

이 곳의 매니저 현기찬(26)씨는 까페 마루오란 커피 회사에서 실시한 바리스터 교육의 초창기 멤버로서 커피에 매력을 느껴 이 직업을 선택했다고 하는데 역시 개성있는 외모에 땡땡이 셔츠를 받쳐 입은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여자 손님들이 많은 이유가 바로 이 매니저 때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의 커피 뽑는 솜씨가 멋졌다.

플로리안에선 다른 커피 전문점과 마찬가지로 그라인더에 원두를 직접 갈아서 머쉰에서 뽑는데 우리가 보통 알고 있기를 에스프레소는 커피가 진해서 카페인도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뜨거운 물에 빨리 커피를 뽑기 때문에 카페인도 그만큼 적다고 한다.
우유 거품으로 하트와 잎새 모양을 낸 아트 카프치노는 젊은 연인들에게 사랑받는 메뉴라고 느껴질 만큼 마시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모양을 하고 있었다. 보기에 좋은 것이 맛도 좋다던가?

짙은 불루마운틴 향이 입 안을 감돌다가 설탕을 넣지 않았는데도 목으로 넘어가는 맛은 달콤하다. 어떻게 하면 커피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냐는 물음에 그는 취향대로 ‘드시는 거죠..’ 하며 수더분하게 웃는다.
이 곳의 많은 커피 메뉴는 메니저 현씨가 직접 원두를 이 것 저 것 믹스해서 만드는 것으로 커피 가격은 5,000원에서 6,000원 정도이고 그 외에도 과일 쥬스와 차 종류도 차이가 없다.

케익 커피를 셋트로 주문하면 1,000원 정도 디스카운트도 된다. 또 플로리안의 특징 중 하나가 술 종류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맥주는 종류별로 다양한 반면에 양주 종류가 없는데 그 것은 주인장이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매장이길 원해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집에 가는 길에 혹시나 해서 들린 화장실도 깔끔하니 예쁘다.(어딜 가나 화장실을 가보는 습관이 있음.)

플로리안은 분당구청에서 수내역 방향으로 400m정도 가면 롯데 백화점 옆에 위치한다. 야외에 하얀 파라솔도 준비되어 있어서 오가는 사람들도 구경하면서 진한 커피 한 잔 음미하기에 딱 이다.

점 점 살인적인 날씨로 우리를 괴롭힐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올 여름은 10년 만의 더위로 예년에 비해 무척이나 더울 것이라고 메스컴에선 벌써부터 겁을 주고 있다.

날이 더우면 시원한 것을 찾기 마련이지만 이열치열이라고 뜨겁고 향진한 커피 한 잔으로 이 더위를 즐기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플로리안에 가면 바다냄새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전화:031-711-0255)

우은실 기자/silver@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