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우은실의 맛집 멋집] ● 영목 동성회집

비 오는 바다를 보며 안면도 잡탕찌개를..

우리 남편은 정말 못 말린다.

매일 술 마시는 것으로 모자라서 비만 오면 바다를 보러 가자고 보챈다.

하기야 자기가 운전하는 것 아니니까 야심한 밤에 더구나 비가 오든지 말든지 바다가 보고 싶을 때가 문득 문득 있기도 하겠지..

그래도 그렇지 새벽 두 시에 바다를 보고 싶다면 어쩌란 말인가.

하지만 나는 너무 착한 아내인지라(?) 남편의 감성을 채워주러 비 억수같이 오는 새벽
에 길을 나섰다.(절대 운전 해 주는 값으로 십만 원주겠다는 말에 혹해서 간 것은 아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여행이라고 집을 나선 것도 일 년 만이다.
안면도까지 새벽에 더구나 비가 오는 길을 운전하려니 신경이 곤두서는데 남편은 옆에서 이러쿵저러쿵 사설이 많다. 들은 척 만 척 하면서 운전에 집중을 하다가 도저히 졸려서 안되겠다 싶어 화성휴게소에서 한숨 자고 일어나 안면도 영목항에 도착했을 무렵엔 아침이 훤히 밝아있었다.

비가 내려서인지 안면도 가는 길은 막 세수를 하고 아직 물기를 뚝 뚝 떨어뜨리는 해맑은 소녀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일찌감치 갯일을 나선 아주머니들이 멀리 갯벌에 앉아 뭔가를 열심히 잡고 있다.

세수를 안해 꼬질꼬질 쥐 기어 다닌 얼굴을 하고 출출한 속을 채울 먼가를 찾고 있는데 막 잡아 온 생선인지 커다란 함지박에 펄펄 뛰는 생선을 받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에 가서 이 집에서 젤로 맛있는 게 멉니까..하고 묻는 사람이 젤로 바본지 알지만 어쩔 수 없이 또 그렇게 물어봤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선뜻 잡탕찌개를 권하시는 것이 아닌가.
뭐 넣고 끓이시는 거죠? 하고 물으니 큰 우럭에 놀래미를 넣으신단다. 더구나 낙지까지 덤으로.

우리 부부 군침을 꿀꺽 삼키면서 그 거 주세요..했다.
찌개가 나오기 전에 나오는 반찬에 눈독을 드리다가 어쩔 수 없이 젓가락이 간다.

갈치속젓을 제외하고도 짠지무침, 생선으로 만든 청포묵같이 말간 어묵을 무친 거며 장아찌에 국물김치도 있다.
막 새로 지은 밥은 냄새가 다른 것은 다들 아시겠지만 전기밥솥에 들어가지 않은 밥은 기름이 잘 잘 흐른다. 왜 밥 얘기를 하냐하면 갈치속젓이 나왔기 때문이다.

젓갈을 잘 못 먹지만 비릿하고 꼬리한 냄새가 제법 구수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마도 막 새로 지은 밥에 얹어 먹어서가 아닌가 싶다.

펄 펄 뛰던 우럭이랑 놀래미가 금방 맛있는 탕으로 변해 냄비 뚜껑을 열어보니 보글보글 잘 끓고 있다.

그렇다고 얼른 떠먹다간 입천장 다 덴다.
홀 홀 불어서 한 숟가락을 떠 넣으니 칼칼하고 시원한 맛이 예술이다.

대체 집에서 아무리 좋은 재료로 끓인다 해도 이 맛은 절대 나올 것 같지 않아 어떻게 하면 이런 맛이 나냐고 물어보았더니 육수를 쓰지 않고 그냥 맹물로 끓여야 시원한 맛이 나온다고 하신다.

처음에 맹물과 무우 양파를 넣고 끓인 후 물이 끓기 시작하면 양념을 하신단다.

물론 양념을 무엇으로 하는지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진 않았지만 된장과 고춧가루를 쓴다는 것은 살짝 귀띔해 주셨다. 된장을 풀어야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는 것도 코멘트.

그리고 국물 맛을 내기 위해 다시다를 많이들 쓰는데 이 집 여주인은 미원만 약간 넣을 뿐 절대 다른 인공조미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재료가 신선한데 무슨 다른 조미가 필요할까 싶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다른 반찬들도 미원을 많이 쓰지 않아 맛이 깔끔하다.
거기에 조개 몇 개와 낙지도 두 마리 풍덩.. 통통한 것이 큰 새우도 몇 마리 들어가 있다.

그리고 마무리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쑥갓과 듬성듬성 썰어 넣은 대파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아직 술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남편은 땀을 뻘뻘 흘리며 속 풀기에 여념이 없었다.

원래 우리 부부는 아침식사를 생략하는 편인데 바닷가의 신선한 갯내를 맡으며 먹는 아침식사는 참으로 훌륭했다.
더구나 비 냄새와 섞인 바다 내음이라니..

식사를 마친 후 주인 아주머니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어보니 역시 이 곳도 예전만큼은 장사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더구나 올핸 꽃게 철임에도 불구하고 예년에 비해 1/10도 잡히지 않아 장사가 더 형편없었단다.

안면도..하면 역시 꽃게가 제일인데 아쉬운 마음에 입맛만 다실 수 밖에 없었다. (실은 꽃게를 사준다는 말에 따라 나선 길이었는데..)
횟감의 가격을 보니 가격이 서울과 비해 싸지가 않아서 여쭤보니 자연산이라 그렇다고 한다.

도시에서 먹는 양식 생선의 값으로 자연산을 먹을 수 있으니 가격이 비싼 편은 아니다.

우럭과 놀래미는 육만 원 정도이고 잡탕찌개는 삼만 오천 원.
주인아주머니가 직접 담근 젓갈류도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한다.

안면도는 2002년 꽃박람회를 했던 꽃지 해수욕장을 비롯해서 샛별, 바람아래 등 이뿐 이름의 해수욕장이 16군데나 있고 우리가 아는 것과 달리 갯벌이 모래사장으로 되어있어 서해의 다른 해수욕장과는 또 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관광지이다.

그런데다 모감주 나무 군락지와 상여 보호각, 패총박물관등 볼거리도 충분한 곳이다.

돌아오는 길에 해수온천에 들러서 온천을 즐길 수 도 있다.
영목항은 대천해수욕장에서 원산도를 거쳐 들어오는 뱃길도 하루에 4번 열려있는데 물론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길이 잘 뚫려있어서 차량 편으로 움직이기도 아주 편하다.

일 년 전만 해도 해미로 빠져서 국도를 타고 갔는데 이번엔 홍성으로 빠지니 아산만 방조제길이 뻥 뚫려있어 안면도까지의 길이 무척이나 빨라졌다.

안면도 영목 동성회집은 고남 방향으로 계속 직진해서 영목항까지 가면 -절대 안면읍으로 들어가선 안된다- 포구 바로 앞에 있다. (전화041-673-7404)

우은실 기자/silver@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