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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은실의 맛집 멋집] ● 삼진 팔도젓갈 정식집

나이가 들수록 당기는 음식 젓갈정식

젓갈을 좋아하면 나이가 든 증거라고 한다.

내 입맛은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철딱서니가 없어서인지 아직 젓갈을 즐기지는 않는데 언젠가 남편과 같이 강화에 갔다가 맛을 본 젓갈 정식이 문득 생각이 나서 그 쪽으로 차를 몰았다. 가끔 내 취재 길에 동행해주곤 하는 순진한 내 친구는 젓갈이라면 하루에 세 번도 먹는 젓갈 마니아인지라 이 번에도 기꺼이 국화차를 큰 보온병 하나 준비해서 내 옆자리에 앉아주었다. 흔히 우리가 알기에 젓갈은 짠 음식이라 고혈압 환자에게나 건강에 좋지 않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것은 모르시는 말씀..

젓갈은 유류(乳類)가 부족했던 우리 식단에 칼슘을 공급해 주기도 했고 단백질과 무기질 공급원이 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염분이 많은 음식의 대표로 꼽히면서 피해야 할 음식이 돼버리고 말았지만 젓갈은 특유의 꼬리꼬리한 맛과 독특한 풍미로 곰삭은 ‘고향의 맛’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런데다가 특히 비타민B가 풍부하고 소화와 흡수에 도움이 되는 유리아미노산도 듬뿍 들은 고단백식품으로 꼽히기도 한다.

삼진 팔도 젓갈 정식집은 독자의 숙성실을 가지고 젓갈을 숙성시키는 아마도 국내 유일의 젓갈 정식집일 것이다. 1998년 개업 이래 현재까지 여러 군데 메스컴에 소개되기도 한 유명한 집이다.

그 이유는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개인 숙성실을 가지고 있는데다 다른 젓갈 보다는 염도가 더 낮기 때문이다.이 숙성실은 상냉·하온 정확한 온도 측정 사이에서 저염도 무방부제로 숨쉬는 항아리에 담아 숙성과 동시에 살균처리 됨으로 위생적이고 맛도 좋은데다 냉·온에서 재숙성 과정을 거쳐 어린이로부터 노년층까지 대중이 좋아하고 식성에 맞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해서 이 숙성실은 발명특허까지 받았는데 발명특허 받은 것이 이 것 뿐만이 아니다. 자체 개발한 젓갈 용기는 마치 미술 시간에 쓰는 빠레트처럼 생겼는데 젓갈을 담아도 전혀 꼬리한 냄새가 나지 않고 다 먹을 때까지 신선한 고유의 맛을 유지하는데 역시 발명 특허품이라고 한다.
삼진 팔도 젓갈 정식집은 말 그대로 정식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게 반찬도 여러 가지가 나오는데 그 중에서 젓갈은 빠질 수가 없는 것 일 테고 다른 반찬도 어느 것 하나 손이 가지 않는 반찬이 없다.

우선 젓갈부터 나열하면 강화의 특산품인 새우젓은 돼지고기 수육을 찍어먹으라고 나오고 밴댕이젓 역시 강화의 특산품이다. 자리돔젓, 대구아가미젓, 창란젓, 명란젓, 어리굴젓, 꼴뚜기젓에 조개젓, 낙지젓까지 아까 언급한 특유의 용기에 담겨져 나온다.

사실 한식을 먹으러 가면 제일 먹기 찝찝한 음식이 젓갈 아니겠는가. 젓갈은 많이 먹지도 않는데다 대부분 나온 젓갈은 남기기 마련인데 다른 상에 오른 것이 또 오르지나 않나 하는 염려에서다. 하지만 이 집에서 그런 염려를 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 남기면 젓갈 용기의 뚜껑을 탁 닫아 집에 가지고 가면 되기 때문이다.

이 집의 메뉴 역시 많지 않아서 젓갈 정식과 돼지고기 수육과 젓갈 비빔밥 딱 세 종류인데 둘이서 식사를 하면 하나씩 시켜서 고루 맛을 보면 된다고 친절하게 주인이 설명을 해 준다.(각 5,000원)

젓갈 비빔밥을 어떻게 먹나 하고 생각하는 분이 계시다면 절대 걱정 할 필요가 없다. 갖은 젓갈을 갈아 양념을 만들어 젓갈의 꼬리한 맛이나 짠 맛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오히려 어떻게 이런 담백한 맛이 나올 수 있을까 의아스러울 정도다.

간장게장과 더불어 잘 삭은 젓갈 역시 밥도
둑임을 알 수 있는데 하얀 이밥을 큰 사기주발로 한 그릇 가득 담아 주인의 인심을 엿보게 한다. 구수한 된장 국물은 두 사발이나 먹게 하고 강화도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순무김치도 씹히는 맛이 아삭아삭한 것이 일품이다.

빨갛게 담근 배추김치에 막 부쳐 낸 동그란 장떡 몇 조각.. 또 알맞게 간이 된 감자조림도 고구마 맛탕처럼 입에 착 착 붙는다. 저 쪽에 앉은 손님은 감자조림을 두 번이나 더 시켜서 먹는다. 젓갈이나 다른 반찬 역시 계절에 맞게 그 때 그 때 바꾼다고 한다. 돼지고기 수육은 한약재를 넣어 돼지고기의 느끼한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은은한 한약 냄새가 배어 애주가들에겐 술 한 잔을 생각게 한다.

삼진 팔도 젓갈 정식집은 강화읍내에서 안양대 방향으로 2키로 정도 달리면 오른 쪽에 커다란 간판이 보인다.

강화에서도 몇 군데 안되는데 역시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밑으로 초진교가 생긴 이후로 더 손님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멀리서 오는 손님 때문에 문을 닫을 수는 없다고 말하는 주인 이봉철씨(56)는 나이에 비해 무척 젊어 보이는데 아마도 좋은 공기에 좋은 음식을 먹어서가 아닌가 싶다.

강화하면 역사의 도시지만 먹거리나 특산품 역시 빠지지 않는 도시이다. 화문석과 인삼이 유명하다는 것은 역사 시간에 졸지 않은 사람은 다 알 것이고 인삼막걸리에 장어구이도 군침이 돈다.

담 주에는 장어구이로 유명한 일미산장을 취재하기로 하고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돌아오는 길에 길거리에서 파는 인삼막걸리 한 통을 사가지고 갈까 하다가 혹시 차에서 마셔 버릴까봐 참고 오는데 낙조로 황홀한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우은실 기자/silver@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