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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컬럼> 무상급식, 문-홍 격돌

경상남도가 오는 4월 1일부터 무상급식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8일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직접 찾아 경남도의 무상급식 지원중단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면담 내내 양측의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은 채 신경전을 벌였고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회동이 종료됐다.

이 자리에서 문 대표는 "모든 아이들에게 급식을 주는 것은 의무교육의 하나로 당연한 일이며 의무급식이라고 표현해야 한다."며 "정치 논리 탓에 경남 아이들만 급식에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육청과 해법을 논의하지도 않고서 그 돈을 다른 용도로 쓸 예정이라고 하는데 지금이라도 서로 대화를 나눠봐야 한다."고 철회를 종용했다.

그러나 홍 지사는 "무상급식 중단이 아니라 선별적 무상급식으로 전환한 것"이라며 "정말 힘든 계층 아이들의 급식은 정부에서 해결하고 있으니, 우리 예산은 서민 자녀들 공부에 지원하겠다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의무급식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급식은 의무교육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2012년 헌재 판례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표는 학교급식은 당연히 무상으로 보편적 복지에 포함된다고 보고 있으나 홍준표 지사는 의무교육 범위에 급식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으며 학교급식은 선별적 복지에 해당된다고 소신을 밝히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소득주도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정부가 학교급식, 보육, 교육, 의료 등의 복지를 보편적으로 지원하여 서민의 지출을 줄이고 소득을 높여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학교급식은 당연히 무상으로 해야 하고 의무교육 범주에 급식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홍준표 지사는 정부가 재정이 넉넉하면 학교급식 등을 보편적 복지로 전환해야겠지만 우리 형편에는 급식비에 부담이 되는 계층의 자녀에게만 지원하는 선별적 복지가 알맞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선 외국의 학교급식 이행실태를 살펴보면 복지 선진국의 경우에도 문재인 대표 주장과는 달리 무상급식을 하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고 취약계층 위주로 무상급식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스웨덴, 핀란드 등 6개국의 경우 초등학생 점심급식 기준으로 학교급식 참여비율과 무상급식 지원 비율은 각국의 사회, 경제적 여건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대부분 유아를 포함한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전체 또는 부분 무상급식을 지원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최근 잉글랜드 지역에서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시작했고 오는 2019학년도까지 초등학교 전 학년으로 확대할 계획이나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학교급식은 기초자치단체에 맡겨져 있으며 일반적으로 공교육비 투자 순서는 학교건축비와 교사봉급, 수업료, 교재교구, 통학과 보건비, 급식비 순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학교급식은 학교급식법 제8조 3항에 “학교급식을 위한 식품비는 보호자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학교급식을 무상으로 하려면 먼저, 보호자가 아닌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과 같은 사태가 벌어진 데에는 현재 정부의 재정여건으로 볼 때 보편적 복지를 시작할 시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상급식 등의 보편적 복지를 공약한 정치인들에게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각종 선거를 치루면서 유권자의 표를 의식하여 그동안 저소득층 자녀에게만 제공되던 혜택들이 대상자 모두에게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을 제공하겠다고 공약하게 된 것이다.

한번 시행한 복지는 국민들이 권리로 받아들이고 있으므로 새로운 복지시책을 도입할 때는 국가의 재정여건과 사업의 타당성을 신중하게 검토한 후에 시행해야 한다. 이제 경남도의 경우 학부모들은 얼마나 허탈하겠는가? 정부의 정책이 일관성 없이 추진된다면 국민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또한 야당 대표가 아무런 대책 없이 지사를 방문하여 방침을 철회할 수 없느냐고 따지는 것도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부족한 재원은 책임을 지고 중앙정부와 협의해 추후 지원해 줄 것이니 무상급식은 중단하지 말 것을 제안했다면 또 모를 일이다. 마치 두 예비대선후보가 국민의 관심을 끌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 같아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복지정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무분별하게 정치인이 복지정책을 공약하고 정부가 대책 없이 이를 시행하게 됨에 따라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세금률이 낮은 가운데 복지재정 없이 보편적 복지를 도입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보편적 복지는 현재보다 국민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어 시행되는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복지의 재원이 없으면 보편적 복지는 시행할 수 없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국가 장기복지플랜을 세워 정치인들의 복지공약으로부터 휘둘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