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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은실의 맛집 멋집] ● 생선구이 ‘좋은하루’

속살까지 노릇노릇 밥 한 그릇 ‘뚝딱’

살면서 부부가 식성이 같다는 게 얼마나 큰 복인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한다.

술고래 내 남편과 나는 다행히 식성이 비슷해서 가끔 하는 외식 때면 의기투합하는데 그 중에서도 육류를 싫어하고 생선을 좋아하는 건 너무 똑같다. 다른 집들 보면 아이들과 부모들의 식성이 달라서 외식 할 때마다 소동을 벌인다는데.. 우린 아이도 없으니 둘의 식성만 맞추면 그만이다. 좋은 하루에 처음 갔던 날도 입이 심심해서 무작정 집을 나섰던 어느 날이었다.

아마 2년 쯤 됐을 거다. 좋은 하루에 첨 갔던 날이.. 드라이브 할 겸해서 집을 나서 의정부 쪽으로 달리고 있다가 생선구이라고 쓰인 간판을 보고 무심코 들어갔던 집이었다. 주유소에 붙어 있는 건물이었는데 식당 앞 주차장에 차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앉을 자리가 없었다. 겨우 혼자 앉아 식사하는 분과 합석을 해서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보니 거의 생선구이 일색이고 구석에 찌개 종류 두 개가 미안한 듯 적혀 있었다. 칼치-갈치가 아님-고등어, 삼치, 가시 많은 청어, 꽁치까지..

입맛을 쩍쩍 다시다가 모듬 구이를 시켰다.
생선이 구어지기 전에 나온 몇 안되는 밑반찬도 주인의 깔끔한 성품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싱싱한 돈나물에 초고추장이 뿌려져 있어 입맛을 돋우고 엊저녁 마신 술로 칼칼한 속일 남편이 두 대접이나 시켜 마신 동치미도 시원하다. 꽈리 고추와 잔멸치를 알맞게 볶은 거며, 얌전하게 말아 붙인 계란말이는 이미 생선이 오기 전에 다 먹어치웠다.

칼칼한 배추김치는 함부로 담근 겉절이가 아니고 정성 그득한 포기김치다.
드디어 생선 구이 등장..

뜨겁게 달군 철판에 고등어랑 칼치랑 꽁치까지 노릇노릇 먹음직스럽게 구어져 보기만 해도 침이 넘어갔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침이 꾸울꺽~)

생선 구이가 오면서 같이 나온 밥은 노란 조가 포슬 포슬 하니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데 그것도 일반 음식점의 작은 공기가 아니고 국대접에 퍼준다.

밥을 많이 주면 왜 이렇게 좋은지..
평소에 생선을 먹을 땐 가시도 발라서 남편 수저에 올려주기도 하는 내가 그 날은 앞에 남편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혼자서만 먹느라 난리가 났었다. 밥 한 대접이 금방 동이 나고 적당히 간이 밴 생선구이는 아직도 조금 남았다. 무안해 하면서도 주인 눈치를 보니 금방 한 그릇을 더 퍼준다. 항상 그랬듯이 밥을 배부르게 먹어야 다른 것도 보이는 법..

주방까지 40여 평 되는 공간에 손님이 그득이다.
방엔 공무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20여 명 쯤 앉아서 식후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하고 있다. 그런데 종업원은 달랑 주인을 제외하고 2명이다. 그 만큼 손발이 잘 맞는다는 얘기리라.

손님이 꽤 많으시네요? 하니 점심시간엔 정신없어요.. 한다. 상호가 특이하다고 묻자 저희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가시는 손님들에게 좋은 하루가 되시라구요..한다. 그리고 나와 남편은 그 후 좋은 하루의 단골이 됐다.

취재를 위해 다시 찾은 어제 좋은 하루엔 전처럼 손님이 많지 않았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잠시 여주인(이진숙·41)에게 이유를 물으니 그동안 근처에 많았던 공장에서 오셨던 손님들이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공장 문을 많이 닫았다고 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침 6시 반부터 영업을 시작했는데 물건을 상차하려고 왔던 화물 기사들이 기다렸다가 식사를 하고는 했는데 공장들의 폐업으로 인해 찾아주질 않아서 요즘엔 11시에 영업을 시작 한단다. 씁쓸한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여주인의 표정은 장사가 안되는 것 보다는 경제가 어려운 것에 더 맘이 쓰인다는 눈치였다.

한 때는 사대가 모여 살았다는 여주인은 꽃다운 나이에 결혼하기 전까지는 라면 하나도 끓이지 못했다고 한다. 독자에 장손인 남편에게 시집와서 몇 년을 살다가 남편이 악성림프종 암에 걸려 병원비를 충당하기 위해 써빙을 시작으로 식당일을 시작하게 되었단다.

10년를 병 수발에 식당일을 하면서 그 동안 시할머니께 틈틈이 배워놓은 요리 솜씨로 생선구이집을 차리게 된 것이 3년째란다. 장사하면서 남편의 병원비도 많이 보탰고 빚도 많이 갚았지만 그래도 아직 형편이 썩 좋은 것은 아니라면서도 고생한 흔적이 없이 표정이 맑기만 하다.

지금은 남편이 건강도 많이 좋아져 다시 일도 한다면서 좋아한다. 그래도 우린 밥은 먹고 살아요 카드 빚에 사채에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아요.. 얼른 경제가 회복되어야 할텐데.. 하면서 다른 사람들 걱정만 한다. 그래도 멀리서 이따금 찾아주는 단골들하고 외국 사람들도 많이 와주어서 고맙단다.

어느 식당이건 모임이나 회식 손님이 많다면 그만큼 음식이 맛있다는 증거인데 좋은 하루가 그렇다.

특히 양주시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단골집이고 군수님까지 오셨다고 자랑한다. 좋은 하루는 의정부에서 동두천 쪽으로 가다가 양주시청 쪽으로 우회전해서 달리다 보면 S-Oil 주유소 건물 옆에 자리하고 있다. (전화:031-879-3271)

우은실 기자/silver@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