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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속임수’ 최저가보상제

할인폭 납품업체 부담, 소비자 혜택은 미미

“도대체 어디가 가장 싼 가”

할인점마다 앞다퉈 ‘최저가’ 선언을 하고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제로 어디가 가장 싼지 당최 알 수 가 없다.

5년 여 전부터 대형 할인점들이 일제히 실시하고 나선 최저가보상제가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일고 있다. 최근 유통업체들의 납품가 횡포와 관련해 제도 실시이후 그간 쌓였던 문제들이 새삼 드러나고 있는 형편이다.

최저가보상제는 자사 점포 상품이 경쟁점보다 비싸다는 것을 소비자가 입증할 경우 차액 이상을 보상해 준다는 내용인데, 할인점들이 동일상권 안에 있는 경쟁 점포에 비해 물건값이 10원이라도 비싸면 차액의 두 배를 현금으로 주거나 5,000원 짜리 자사 상품권 등을 제공하게 된다.

이마트가 처음 도입했고 지금은 홈플러스, 롯데마트, 까르푸 등 국내 유명 할인점들이 모두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최저가보상제는 실시 당시부터 실효성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자신들이 가장 싸다는 근거로 보상제를 내세우지만 정작 최저가보상제실시가 가장 싼 곳이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할인점들은 보상제 실시 이유에 대해 ‘물건을 싸게 팔고 있고 앞으로도 싸게 팔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제도를 들여다보면 소비자들이 보상받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보상기간이 구입일로부터 3일 혹은 일주일 내로 제한돼 있는 곳이 대부분인데 이에 대해 소비자들의 쇼핑주기에 대한 성향을 무시한 처사라는 의견이다.

또 그나마 신고건수가 가장 많은 식품코너의 제품들은 20∼40원의 차이가 대부분, 1∼2백원의 보상금을 받기 위해 훨씬 많은 교통비를 들여가면서 인근 할인점의 가격조사를 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또 보상받기 위한 절차도 까다롭고 번거로운 업체들도 많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최저가보상제도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할인점마다 중량이 다른 물건을 팔거나 묶음판매로 포장 단위를 달리한다는 것에 있다. 최저가보상제는 중량이나 묶음형태가 같아야만 적용된다는 것을 이용해 유통업체들이 교묘한 술책을 쓰고 있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A할인매장이 9백㎖짜리 우유를 팔면, B할인매장은 같은 회사의 것이라도 9백30㎖의 우유를 파는 것이다. 또 같은 용량의 경우에는 묶음을 달리한다. C할인매장이 50m짜리 두루마리화장지 18개 들이를 팔면 D할인매장은 70m짜리 24개 들이를 파는 식이다.

“비교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비교할 대상 품목도 거의 없는데 최저가보상제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할인점들이 ‘최저가 보상제’ 등을 도입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아예 일반상품과는 다른 중량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할인점들은 또 신고가 접수되면 곧바로 가격을 내리는데, 이에 대한 손해가는 고스란히 납품업체들이 떠맡는다. 납품업체들은 최저가보상제 때문에 최저납품가를 고집하는 할인매장업체들 탓에 할인점마다 다른 제조공장이나 공장라인을 설비하기도 한다.

업체들에게 최저가보상제는 그렇지 않아도 조정하기 힘든 납품가 거래선에 더욱 혼동을 주는 골칫덩어리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가격 결정력 소유 여부에 대해 57.9%가 유통 업체의 우위를 들었고 자사가 행사한다는 경우는 10%에 불과하다는 최근 설문조사 결과는 최저보상제에 대한 납품업체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더한다.

또 대형 할인점이 판매가를 10% 인하했을 때 매출 증가 효과에 대해 10∼20%라는 응답이 39.1%, 10% 미만은 34.8%, 20∼40%는 26.1%의 결과를 보였지만 오히려 매출이 줄었다는 업체도 26%에 달해 유통 업체의 최저가보상제에 대한 납품업체들의 직접적인 피해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또 최저가보상제로 인한 가격 등에 대한 사전조사도 납품업체에게 모두 떠맡기고 있어 납품업체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보다 더 싼 가게 있으면 차액을 세배로 보상해준다’는 문구는 소비자들한테 ‘여기가 제일 싸다’라는 확신을 심어주는데 이용되고 있다.

전국에 60여 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할 할인매장업체의 경우 최저가보상제로 인해 매일 200만원의 보상금이 지급되고 있다.

할인매장업체들의 핵심인 ‘싼 가격’을 광고 등을 통해 홍보하려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소요되는 것에 반해, 최저가보상제는 일일 200만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업체들에게는 직접적인 홍보효과를 볼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인 것이다.

할인점들은 “최저보상제는 가장 물건을 싸게 팔겠다는 고객과의 약속”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제도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이들은 한결같이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라며 비판하고 있다.

할인매장업체들은 최저가보상제로 광고효과만을 기대하기보다는 합리적인 비용절감을 통한 저렴한 제품판매에 참다운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구인영 기자/her@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