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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 전성기, 물 건너 갔나

우리 전통식 건강메뉴에 내몰려
패스트푸드 메뉴 고집하면 살아남지 못할 지경
매출 저조…웰빙메뉴 개발 주력, 광고 집중 강화


빵 대신 밥을 얹은 햄버거, 닭 가슴살로 만든 다이어트 샌드위치, 고기 패티 대신 해산물이 들어간 햄버거, 각종 샐러드, 호밀로 만든 햄버거....

요즘 패스트푸드업체들이 줄줄이 선보이고 있는 신제품들이다. 동시에 업체들이 가장 주력하고 있는 메뉴이기도 하다.

기존의 패스트푸드를 생각했을 때 문득 떠오르던 메뉴들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것들이다. 느끼한 기름과 각종 달콤한 소스가 절절 흐르던 것이 이전의 패스트푸드였다면 요즘의 패스트푸드는 담백하고 깔끔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 패스트푸드가 우리의 전통식 등의 건강메뉴에 밀리고 있다. 밀리고 밀려 궁지에 내몰린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패스트푸드답지 않은’ 패스트푸드를 내놔야 했다. ‘패스트푸드다운’ 패스트푸드만을 고집했다가는 업계에서 살아남지 못할 지경이 됐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업체들은 매출을 포함해 하등의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패스트푸드업체들의 말이 사실 그대로라면 이렇게 야단법석을 떨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내부에서는 쉬쉬하지만 분명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여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업체들은 최근 웰빙메뉴 개발을 주력하는데 이어 매체를 확대하는 등 광고를 집중 강화하고 나섰다.

한 광고업체 관계자는 “회사의 상황을 파악하는데는 광고만한 게 없다”며 “매체 강화, 컨셉과 전략 수정 등 최근 돌변한 업체들의 광고정책은 위기의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면 업체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광고를 줄이거나, 컨셉과 전략을 바꾸는 등 외려 광고정책을 대폭 강화하는데 최근 패스트푸드 업계의 광고강화는 후자에 속한다는 설명이다.

광우병과 조류독감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말, 타격이 가장 심각했을 것이라고 예상됐던 패스트푸드업체들은 역시나 별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었다. 하지만 광우병과 조류독감 관련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이는 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업체의 심각한 위기의식을 여실히 드러내 보였다.

특히 이 때에 업체들은 일제히 새우버거를 주력 상품으로 내놓으며 치열한 새우버거 전쟁을 벌였는데, 이것은 새우버거가 광우병과 조류독감에 대한 업체들의 시급한 대응책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다.

한편 출혈경쟁으로까지 번진 업체들의 할인전략은 애쓴다 못해 발버둥치는 모양새다.

몇 일전 맥도날드에서 3,700원 하는 치즈버거세트를 주문했더니, 2,700원하는 맥너겟 6조각 공짜로 나왔다. ‘안되긴 안되는 모양이구나’ 본인도 모르게 중얼거린 말은 단순히 소비자의 입장에서였다.

물론 패스트푸드업체의 매출감소에 대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시각도 있다. 하지만 패스트푸드점에 ‘패스트푸드다운’ 메뉴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더욱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패스트푸드 업계의 불황은 최근의 우리 음식문화와 소비자성향 그리고 앞으로의 외식사업의 발전 방향까지 넌지시 일러주고 있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다이어트샐러드와 정식세트를 먹을 수 있는 요즘이다. 롯데리아에서 후렌치 후라이를 대신해 배추김치가 선택메뉴로 등장할 지도 모를 일이다.

패스트푸드 전성기는 끝이 났고, 업체들의 난황 타계를 위한 한바탕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된 느낌이다.

구인영 기자/her@fenews.co.kr